2015. 11. 10.

"MIT에 가고 싶어요."

오늘 상담한 중국에 있는 국제학교 학생, 목표가 MIT라고 한다. Polymer Science (고분자 과학)을 전공하고 싶다고. 요즘 이런 학생을 종종 본다. MIT가 조기전형을 국제학생에게 올해부터 오픈해서인지, 조기전형에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공부는 잘하지만 활동면에서 평범한 학생이 좀 늘었다. 조기든 정시든 MIT는 다른 아이비학교와 마찬가지로 입학이 상당히 어려운 학교다.

간단히 말해서, MIT는 과학 쪽 상이 있어야 한다. 그것도 웬만큼 유명한 전국적 또는 국제적 상. 국제 올림피아드 출신은 전부 MIT지원 한다고 보면 되고, 그 외에 인텔 ISEF (인텔 국제 과학/공학 경시)를 비롯해서 지멘스(Siemens)나 구글 과학 경시에서의 수상실적이 있어야 한다. 이런 수상 실적이 필수조건은 아니지만, MIT 지원자들의 다수가 이런 수상 실적이 있기 때문에 없다면 스펙상에서 불리하다.

이런 과학경시대회 실적이 없으면, 정말 유별나야 한다 (예전에 과학고 출신으로 아무 수상실적이 없었지만 특이한 사진촬영 취미가 있었던 학생이 입학한 경우가 있었다. 촛점이 잘 안 맞는 사진찍기가 그 학생의 취미). 이 유별이란 건 본인의 관심사가 (공부에서든 취미든) 남들과 달라야 한다는 거다. 다시 말해서 남들이 관심없는 것에 심취해야 한다. MIT에 생명공학, 컴퓨터공학, 로보트, 미디어 등에 관심있는 학생이 얼마나 많이 몰릴지는 뻔하다. 그러니 지구과학, 대기학, 천체물리학, 해양학 등 적어도 동양학생들한테 비인기인 전공으로 지원해야 한다. 물론 고등학교 때 관련 분야 공부와 활동이 어느정도 이루어져야 하고.

그럼 이런 비인기 분야에 관심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그 시작점은 독서다. 독서를 많이 하다보면 관심분야가 생기는데 그 과정이 어떤지는 중요하지 않고 알 수도 없다. 일단 우리 애가 독서를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독서란 꼭 책만 말하는 게 아니고 신문 아티클, 관련 문헌 등 모든 종류의 읽을거리를 말한다. 우리 아이가 달리기를 잘하려면 우선 잘 기어야 한다. 잘 기어다니다보면 어느 정도 후에 걷다가 또 얼마 후에 달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부모가 원하는 것이 기다가 언제 어떻게 걷게 되고 그다음에 언제 또 어떻게 달리게 되는지 그 중간 과정을 다 보여달라고 한다. (아니면, 처음부터 달리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한다.) 인생의 미래를 보여달라고 하는데 그게 가능한가? 그 과정은 만들어가는 건데...

 "우리애는 책을 안 읽는데 어떡하죠?"라고 걱정하는 부모가 있다. 그렇다면 내 대답은 "그럼 MIT같은 학교를 어떻게 가려고 하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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