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학생의 영어 능력에서 제일 문제가 되는 게 독해, 쓰기, 말하기, 영문법, 단어 등등이 아니고 문장 해석이다.
이 문장해석을 잘 못하는 이유는 학생들이 해석을 할 때 문장 속의 모든 단어의 뜻을 먼저 파악한 다음에, 그 단어들을 자기 머릿속에서 자기의 주관적 편견을 가지고 조합하여 해석하기 때문이다. 영어 문장은 영문법에 근거하여 기계적으로 해석하는 메카니즘이 있다. 그런데, 이 메카니즘을 완전히 무시하고 자기 마음대로 단어를 조합하여 해석한다.
Walking alone in the park, a dog barked at me.
분사구문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내가 쓰는 일명 "강아지 문장"인데, 그동안 학생들을 보면 7-80%가 이 문장을 "내가 혼자 공원을 걷고 있는데 어떤 개가 나한테 짖었다."로 해석한다. 각 단어 뜻을 다 파악하고 그것을 자기 머릿속에서 자기가 생각한 의미에 끼워맞춰서 해석한 거다. 그런데 이렇게 해석하면 틀리다. 분사구문의 해석은 "(분사구)인 (주어)가 (동사)했다." 이렇게 기계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 메카니즘을 위 문장에 적용하면 "공원을 혼자 걷고 있던 개가 나한테 짖었다."이다.
이렇게 메카니즘을 모른 상태에서 단어 뜻만 가지고 조합하여 해석하면 또 문제가 되는 게, 어려운 문장구조나 긴 문장이 나오면 해석이 완전히 망가진다. 주어 동사도 못찾는 경우도 있다. 주어 동사 못찾으면 그냥 끝이고. 메카니즘을 알면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문장이 어떤 의미인지 대충 알 수가 있다. 모르는 단어는 빈칸으로 놔두면 되니까.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한 누가 무슨 짓을 했다" 이정도 해석이 되어야 영어 실력이 일관성 있게 는다. 단어는 차차 익혀가게 되니까. 안 그러면, 실력이 오르락, 내리락한다. 아는 단어가 많은 문장이 나오면 어쩌다 맞추고, 모르는 단어가 많이 나오면 주로 틀리고, 뒤죽박죽이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 학원과 엄마들은 뭐에만 혈안이 돼있다? 응, 그놈의 단어. (영어유치원에서도 단어 외우고 시험보더라.) 단어를 수만 개 외우면 뭐하나? 그 월등한 단어 실력으로 문장을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는데. 자기 마음대로 뜻만 가지고 해석하면 어려운 글을 못 읽는다. 다시 말해서, 영어 실력이 안 는다. (물론, 어렸을 때는 문법 따지지 말고 무조건 많이 읽으면 된다.)
영어 지문을 해석시키고 있으면, "그렇게 하나하나 해석해서 언제 그 많은 문제를 풀거에요?"라고 엄마한테서 전화가 온다. 해석은 못해도, 무슨 말인지 몰라도, 문제만 많이 풀게 하라는 건가? 그러면 점수가 오를 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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