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4. 5.

아이 전공 엄마가 함부로 결정하지 말자.

한 어머니께서 아이가 심리학을 좋아하는데 주위의 반응이 "그거 하면 안 된다."식이라 고민이 된다고 하시니, 현재 파리대학에서 심리학 공부하고 있는 제자가 이런 대답을 보내왔다.

"심리학만 내리 공부하고있는 학생인데요 한국은 심리학이 완전 문과지만 미국이나 프랑스는 이과계열이 반반이라 석사때는 완전 이공계열쪽 심리학으로 빠지는 경우도 많아요~ 이공이라고 한 이유는 나중에 생명공학이나 아직 생소한개념이긴하지만 인체공학/인간공학쪽도 심리학에서 다루기 때문에 ㅎㅎ 이쪽은 엔지니어들이랑도 같이 공부하고 유럽 철도청이나 에어버스에서 일하는 분들이 엄청 많거든요~ 인지과학이나 뇌쪽으로도 심화시키는경우가 많고 심리학이 오히려 관련 분야가 굉장히 다양하니까 공부하다보면 생각 많이 바뀔거에요 중간에 본인이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이걸 보면 우리 부모가 아이의 미래에 대해 함부로 결정해주면 얼마나 위험해질 수 있는지를 알 것 같다. 부모나 주위 친척 어른 및 지인 모두를 포함해서 아이 진로에 대해 조언을 해줄 때는 정말 조심해야 한다. 전문가가 아니면 쉽게 말할 수 없는 게 전공과 그 분야의 직업 얘기다. 부모는 특히 더 함부로 말하면 안 된다. "얘, 너 그거 해서 나중에 뭐하려고?" 그게 어떤 공부인지, 나중에 어떤 직장과 삶을 가져다 줄지 부모는 빠삭하게 꿰뚫고 있을까? 그렇게 전문가 수준의 부모가 몇 명이나 될까? 의사 부모가 자식에게 의사 하라고 하는 건 이해가 되는데, 의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자세히 알지도 못하면서 의사하라고 아이를 그쪽으로 인도하는 건 잘하는 건가? "돈 잘 버니까, 생활이 안정적이니까, 앞으로 유망하니까, 취직이 잘되니까" 등의 이유는 너무나 피상적인 조언이다. 이런 피상적인 조언으로 아이 인생을 결정해 주는 건 위험한 일인 것 같다.

약 5, 6년 전에 한 학생을 수학과로 보내려고 했더니 (그 학생이 수학을 좋아해서, 그리고 응용수학을 알려주니 관심이 있다고 해서) 학생 어머니 왈, "수학과 나오면 교수밖에 더하겠어요?" 수학과가 무슨 공부를 하는지, 어떤 세부 분야가 있는지, 다른 분야와 어떤 연계가 있어 나중에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이렇게 아이 미래를 결정해 버리면 그게 아이의 행복을 위한 결정인가? 그 이후 수학과 주가 한창 오르고 있는데. 수학과 나와서 교수만 하는 거 아닌데. 투자은행 같은 금융권으로 충분히 갈 수 있는데.

부모는 아이를 위해서 아이 인생을 결정해 주는 거라고 흔히 말하는데, 많은 부모를 상담해보면 느끼는 게, 이러이러한 인생을 결정해주면 아이가 잘살 거라고 생각해서 그러는 게 아니라, 부모가 그런 인생을 사는 아이를 원하는 거 같다. "난 내 아들이 의사했으면 좋겠어"라는 개인적 바람이 "의사를 하면 아이가 행복한 인생을 살 거니까"보다 우선하는 거 같다.

나를 포함한 우리나라 모든 부모는 "잘 모르면 오히려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아이가 도움이 필요할 때, 아직 어려서 스스로 해결 못하는 문제가 있는데 어른으로서, 부모로서 도와줄 수 있는 일인 경우 당연히 도와줘야 겠지만, 함부로 "이거 공부하면 되고 저거하면 안 돼"라고 하지 말아야. 마지막으로, 주위의 그 해박하신 "남들"의 얘기는 그들이 전문가가 아니면 한 쪽 귀로 듣고 다른 쪽 귀로 흘려야 한다. 특히, 주위 엄마들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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