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 27.

[내일신문 칼럼] 목표와 과정

미국 대학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2편) - 목표와 과정
(지난주 칼럼에 이어 계속)

4. 주제 파악을 하자.

어느 특정 대학을 목표로 세우는 것에 대해 착각이 하나 있다. 학생이 명문 대학을 목표로 정해놓으면 왠지 공부에 자신감이 붙고 공부할 목적이 생길 것으로 생각한다. 부모 입장에서도 아이가 목표 대학이 있으면 뿌듯하게 생각하며 동기부여가 돼서 공부를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오늘도 한 학생이 코넬대학을 목표로 공부하겠다면서 본인의 가능성에 대해 문의를 해왔다. 필자는 아래와 같이 대답했다.

“왜 코넬을 목표로 공부하지? 아이비리그가 점수만 가지고 들어가는 것도 아닐뿐더러, 더 큰 문제는 지금 코넬을 어떻게든 들어갔다고 치자. 그다음은 어떻게 할 건데? 코넬 들어가서 영어가 만만하지 않을 텐데? 목표가 왜 코넬대학야? 목표는 지금 너의 영어 실력을 더 쌓는 것이지, 특정 대학이 아니고. 코넬을 목표로 공부하지 말고 너 자신의 개선을 목표로 공부해. 그래서 많은 대학이 널 원하도록 공부를 해야지 왜 한 학교를 목표로 공부하니? 한 학교가 왜 네 인생의 귀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야 되는 목표가 되지? 그건 현명한 목표가 아냐.”

이렇듯 어느 특정 대학을 목표로 준비하는 학생과 부모가 많다. 상담 때 늘 듣는 소리가 “저희 아이는요 OO대학이 목표에요. 이렇게 목표가 있어야 애도 마음을 잡고 제대로 공부할 수 있지 않겠어요?”이다. 그것 자체가 나쁜 것이라기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높은 학교를 목표로 세워놓으면 동기부여가 되어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될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작년에 동기부여에 관한 칼럼에서도 언급했지만, 동기부여는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다. 이런 허상을 세워놓고 공부한다는 게 얼마나 의미 없는 일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SAT도 마찬가지다. SAT 리딩을 600점 또는 700점을 목표로 삼을 것이 아니라, 현재의 영어 단어/독해 실력을 더 향상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내가 전에는 시험지에 나온 단어를 반정도 몰랐는데 이제는 80%를 알게 되었다든가, 전에는 지문을 읽는데 10분이 넘게 걸렸는데 이제는 5분이면 내용이 거의 파악 된다든가, 이런 실체적인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점수를 목표로 세워놓으면 아이들이 늘 점수에만 신경쓴다. 어쩌다 목표한 점수가 나오면 기분이 좋고, 점수가 안 나오면 실망하고. 이건 완전히 잘못된 사고방식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야지 이렇게 추상적인 목표를 세우면 안 된다. 사실 리딩 600점이 한 번 나왔다고 그게 학생의 영어 실력에 대해 무엇을 의미하는가? 크게 의미하는 바가 없다. 그냥 어쩌다 나온 숫자다. 실질적인 목표를 세워야 본인의 현재 문제점이 파악되며 앞으로 무엇을 얼마나 더 노력해야 하는지 계산이 나온다. 게다가 자신의 실력이 향상되는지 퇴보하는지 볼 수가 있고 그것에 맞게 다음 스텝을 밟을 수가 있는 거다. 자기의 현재 위치(영어 실력)를 모르면 앞으로 어디를 가야 할지 계획을 세울 수가 없다. 그런데 모두 자기가 어디 있는지는 모르면서 목표지점만 바라보고 있다.

살을 뺄 때 나는 한 달에 10kg을 빼야겠다고 목표를 세우는 게 다이어트에 무슨 도움이 되나? 당장 야식하는 습관을 고치는 게 목표이어야하지 않을까? 전에는 야식을 1주일에 3일을 했는데 이제는 1일로 줄이거나 아예 없애는 걸 목표로 해야 한다. 앞으로 10kg이든 20kg이든 얼마를 빼야겠다는 건 신경 쓰지 말고. 학생이 본인을 잘 아는 것은 SAT 준비뿐만 아니라, 나중에 대학교 원서에세이를 쓸 때도 너무나 중요하다. 그리고 본인의 사회적 성공에도 꼭 필요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 기회에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필자는 늘 수업 때마다 학생들에게 조언한다. “제발 주제 파악을 하자. 그래야 승리한다.”

5. 공부는 activity(활동)다.

공부도 운동과 마찬가지로 몸으로 해야 한다. 리딩 공부를 예로 들면, 리딩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단어 외우기다. 단어 문제는 어떤 획기적인 리스트로 해결되지 않는다. A 학원에서 주는 리스트와 B 학원에서 주는 리스트가 다 거기서 거기다. 보통 시중에 나온 단어장들을 짜깁기 한 거라 어느 단어장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일단 외우는 것이 중요하다. 자, 그럼 어떻게 외울 것인가? 제일 간단한 답은 손으로 써가면서 외우는 거다. 학생들이 제일 싫어하고 제일 하기 지겨운 방법이다. “저는 원래 쓰면서 공부 못해요. 저는 눈으로 해야 잘 돼요.” 이런 학생에게 질문하고 싶다. “그럼 넌 이제 걱정할 게 없네?”

혼자서 단어 외우기가 힘드니까 학원 다니는 거 아닌가? 단어 외우기 힘들다는 건 아이가 단어 외우는 데 몸을 쓰기 싫다는 거다. 단어를 외울 때 단어장을 펴고 그냥 쳐다만 보면 외워지나? 단어를 반복해서 쓰든지, 소리 내서 읽든지, 포스트잇에 써서 방 여기저기 붙이든지, 플래시 카드를 만들든지, 뭔가를 하도록 몸을 써야 한다. 그런데 애들은 그게 하기 싫다는 거다. 지금 침대에 누워있는데 저 앞에 책상에 가서 앉아서 단어장을 펴기가 싫다는 거다. 그래서 침대에 누워서 단어장을 쳐다보고 있다. 아니면 필수단어만 추려서 주면 그것만 보겠다는 거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겠다는 얄팍한 수다. 백날 그렇게 해봐라, 단어가 외워지나. 단어 공부는 몸으로 하는 거다. 눈으로만, 머리로만 하는 게 아니다. 몸은 책상에 앉아서, 손은 연필을 쥐고, 눈은 단어장을 보고, 입은 소리 내서 읽으며 이렇게 온몸을 통해서 단어를 외워야 한다. 어디 단어만 그런가? 지문도 이렇게 읽어야 한다. 문제와 관련된 부분만 열심히 읽고 답만 맞히고 지나간다. 그리고는 점수가 몇 점인지 본다. 잘 나오면 좋고 못 나오면 기분 상하고. 이렇게 해서는 발전이 없다. 몸이 피곤하고 머리가 아플 정도로 지문 전체를 정독해야 한다. 공부는 운동처럼 체력을 소모해서 해야 한다. 제일 못난 애들이 본인 머리만 믿고 눈으로 단어 외우는 애들이다. 단어를 포함한 SAT 리딩 공부는 액티비티(activity), 즉 몸으로 해야 한다.

6. 관건은 결과가 아니고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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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크루거 교수
성공적인 미국 대학 준비는 그 과정에 있지 결과에 있는 게 아니다. SAT도 수능처럼 몇 점이 나왔는지만 중요한 게 아니다. SAT 점수 그 자체는 아무것도 보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SAT를 공부하는 과정, 그 과정에서 들인 노력은 나중에 학업적 또는 사회적인 성공을 보장한다. 프린스턴 대학의 경제학 교수 앨런 크루거는 사회적 성공이 한 사람의 대학 간판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연구결과를 1999년에 발표했다. 쉽게 말해서 한 사람이 펜실베니아 대학(UPenn)을 나왔느냐 펜실베니아 주립대학(Penn State)을 나왔느냐는 그 사람의 사회적 성공에 전혀 무관하다는 거다. 설령 그 사람이 Penn State를 다녔어도 UPenn을 다녔던 사람처럼 공부를 열심히 했다면 (과정) UPenn 나온 사람만큼 사회적으로 성공한다는 거다. (실제 연구에서 두 케이스의 경우 20년 후 소득의 격차가 없었다.) 대학 이름이 성공을 보장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하지만 우리나라 부모는 아직도 아이가 미국 가서 어떤 대학 생활을 할지는 안중에도 없고 결과만 생각한다. UPenn이라는 대학 간판이 아이를 언제까지 도와줄까?

수년 동안 애들을 보면서 제일 허탈할 때가 정성을 다해서 열심히 가르쳤는데 아이 성적이 안 오를 때이다. 성적이 안 올라서 허탈한 것도 있지만, 아이와 부모가 성적이 안 오른 이유를 필자가 잘 못 가르쳐서 그렇다고 생각할 때다. 사실 학원의 대다수 선생님은 정성을 다해서 가르친다. 문제는 학생이 그것을 다 소화하지 않는다는 거다. 소화를 못 하는 것이 아니고 안 한다. 그리고 학원이나 강사를 탓한다. 이런 학생은 정말 대책이 없다. 그래서 심지어 기숙까지 시켜가면서 공부를 한다. 아니면 그냥 불법 문제 어디서 빼 와서 주는 것 외에 방법이 없는 아이들이다. 정말 이렇게까지 공부를 시켜서 대학을 가서 뭐하겠나 싶을 정도다. 학원이나 선생님 탓하기 전에 내가 몸으로 공부했는지 먼저 자신을 돌아보자. 그러고 나서 학원과 강사를 탓해도 늦지 않다. 어떤 자료로 공부하고, 어떤 학원에 다니고, 어떤 선생님이 가르치고는 나중 문제다. 제일 중요한 것은 학생이 학원 생활을 어떻게 했느냐이다. 과정에 충실했느냐이다. 과정에 충실하지 않아서 매해 다음과 같은 일이 일어난다. 한 해는 A 학원을 갔다가, 별로이다 싶으면 다시 B 학원을 가고, 또 C 학원도 간다. 그러다 A 학원에 좋은 선생님이 오셨다 하면 그 학원에 또 간다. 그런데 이렇게 학원 “쇼핑”을 해도 성적이 그렇게 많이 오르지 않고 매해 방학 때마다 다시 원점에서 시작한다 (작년에 외웠던 단어 또 외운다. 작년에 외웠었는지도 알지 못한다). 어느 학원에 다니건 과정에 충실해야 한다. 점수는 당장 안 오를지 모르지만, 과정에 소홀하면 나중에 대학 원서 낼 때 문제가 심각해진다. 어느 학원에 다니든 그 과정이 중요한 거지 그 학원에 다니고 나서 받은 시험 점수(결과)가 아니다.

(내일신문 01/24/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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