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칼럼에 이어 계속)
4. 주제 파악을 하자.
어느 특정 대학을 목표로 세우는 것에 대해 착각이 하나 있다. 학생이 명문 대학을 목표로 정해놓으면 왠지 공부에 자신감이 붙고 공부할 목적이 생길 것으로 생각한다. 부모 입장에서도 아이가 목표 대학이 있으면 뿌듯하게 생각하며 동기부여가 돼서 공부를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오늘도 한 학생이 코넬대학을 목표로 공부하겠다면서 본인의 가능성에 대해 문의를 해왔다. 필자는 아래와 같이 대답했다.
“왜 코넬을 목표로 공부하지? 아이비리그가 점수만 가지고 들어가는 것도 아닐뿐더러, 더 큰 문제는 지금 코넬을 어떻게든 들어갔다고 치자. 그다음은 어떻게 할 건데? 코넬 들어가서 영어가 만만하지 않을 텐데? 목표가 왜 코넬대학야? 목표는 지금 너의 영어 실력을 더 쌓는 것이지, 특정 대학이 아니고. 코넬을 목표로 공부하지 말고 너 자신의 개선을 목표로 공부해. 그래서 많은 대학이 널 원하도록 공부를 해야지 왜 한 학교를 목표로 공부하니? 한 학교가 왜 네 인생의 귀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야 되는 목표가 되지? 그건 현명한 목표가 아냐.”
이렇듯 어느 특정 대학을 목표로 준비하는 학생과 부모가 많다. 상담 때 늘 듣는 소리가 “저희 아이는요 OO대학이 목표에요. 이렇게 목표가 있어야 애도 마음을 잡고 제대로 공부할 수 있지 않겠어요?”이다. 그것 자체가 나쁜 것이라기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높은 학교를 목표로 세워놓으면 동기부여가 되어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될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작년에 동기부여에 관한 칼럼에서도 언급했지만, 동기부여는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다. 이런 허상을 세워놓고 공부한다는 게 얼마나 의미 없는 일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SAT도 마찬가지다. SAT 리딩을 600점 또는 700점을 목표로 삼을 것이 아니라, 현재의 영어 단어/독해 실력을 더 향상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내가 전에는 시험지에 나온 단어를 반정도 몰랐는데 이제는 80%를 알게 되었다든가, 전에는 지문을 읽는데 10분이 넘게 걸렸는데 이제는 5분이면 내용이 거의 파악 된다든가, 이런 실체적인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점수를 목표로 세워놓으면 아이들이 늘 점수에만 신경쓴다. 어쩌다 목표한 점수가 나오면 기분이 좋고, 점수가 안 나오면 실망하고. 이건 완전히 잘못된 사고방식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야지 이렇게 추상적인 목표를 세우면 안 된다. 사실 리딩 600점이 한 번 나왔다고 그게 학생의 영어 실력에 대해 무엇을 의미하는가? 크게 의미하는 바가 없다. 그냥 어쩌다 나온 숫자다. 실질적인 목표를 세워야 본인의 현재 문제점이 파악되며 앞으로 무엇을 얼마나 더 노력해야 하는지 계산이 나온다. 게다가 자신의 실력이 향상되는지 퇴보하는지 볼 수가 있고 그것에 맞게 다음 스텝을 밟을 수가 있는 거다. 자기의 현재 위치(영어 실력)를 모르면 앞으로 어디를 가야 할지 계획을 세울 수가 없다. 그런데 모두 자기가 어디 있는지는 모르면서 목표지점만 바라보고 있다.

필자는 늘 수업 때마다 학생들에게 조언한다. “제발 주제 파악을 하자. 그래야 승리한다.”
5. 공부는 activity(활동)다.
공부도 운동과 마찬가지로 몸으로 해야 한다. 리딩 공부를 예로 들면, 리딩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단어 외우기다. 단어 문제는 어떤 획기적인 리스트로 해결되지 않는다. A 학원에서 주는 리스트와 B 학원에서 주는 리스트가 다 거기서 거기다. 보통 시중에 나온 단어장들을 짜깁기 한 거라 어느 단어장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일단 외우는 것이 중요하다. 자, 그럼 어떻게 외울 것인가? 제일 간단한 답은 손으로 써가면서 외우는 거다. 학생들이 제일 싫어하고 제일 하기 지겨운 방법이다. “저는 원래 쓰면서 공부 못해요. 저는 눈으로 해야 잘 돼요.” 이런 학생에게 질문하고 싶다. “그럼 넌 이제 걱정할 게 없네?”

6. 관건은 결과가 아니고 과정이다.
앨런 크루거 교수 |
수년 동안 애들을 보면서 제일 허탈할 때가 정성을 다해서 열심히 가르쳤는데 아이 성적이 안 오를 때이다. 성적이 안 올라서 허탈한 것도 있지만, 아이와 부모가 성적이 안 오른 이유를 필자가 잘 못 가르쳐서 그렇다고 생각할 때다. 사실 학원의 대다수 선생님은 정성을 다해서 가르친다. 문제는 학생이 그것을 다 소화하지 않는다는 거다. 소화를 못 하는 것이 아니고 안 한다. 그리고 학원이나 강사를 탓한다. 이런 학생은 정말 대책이 없다. 그래서 심지어 기숙까지 시켜가면서 공부를 한다. 아니면 그냥 불법 문제 어디서 빼 와서 주는 것 외에 방법이 없는 아이들이다. 정말 이렇게까지 공부를 시켜서 대학을 가서 뭐하겠나 싶을 정도다. 학원이나 선생님 탓하기 전에 내가 몸으로 공부했는지 먼저 자신을 돌아보자. 그러고 나서 학원과 강사를 탓해도 늦지 않다. 어떤 자료로 공부하고, 어떤 학원에 다니고, 어떤 선생님이 가르치고는 나중 문제다. 제일 중요한 것은 학생이 학원 생활을 어떻게 했느냐이다. 과정에 충실했느냐이다. 과정에 충실하지 않아서 매해 다음과 같은 일이 일어난다. 한 해는 A 학원을 갔다가, 별로이다 싶으면 다시 B 학원을 가고, 또 C 학원도 간다. 그러다 A 학원에 좋은 선생님이 오셨다 하면 그 학원에 또 간다. 그런데 이렇게 학원 “쇼핑”을 해도 성적이 그렇게 많이 오르지 않고 매해 방학 때마다 다시 원점에서 시작한다 (작년에 외웠던 단어 또 외운다. 작년에 외웠었는지도 알지 못한다). 어느 학원에 다니건 과정에 충실해야 한다. 점수는 당장 안 오를지 모르지만, 과정에 소홀하면 나중에 대학 원서 낼 때 문제가 심각해진다. 어느 학원에 다니든 그 과정이 중요한 거지 그 학원에 다니고 나서 받은 시험 점수(결과)가 아니다.
(내일신문 01/24/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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