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1.

SAT학원은 영어유치원이 아니다. 신병훈련소다.

"선생님, 이 학원은 왜 단어를 하루에 80개밖에 안 외워요? 다른 데는 다 150 - 300개 외우는데? 최소한 150개로 바꿔주세요."

"이 학원은 다 좋은데 위치가 조금...지하철 역도 좀 멀고..."

"아이가 다른 수업 끝나고 와도 시간이 1시간 가량 붕 뜨네요."

이처럼 SAT 학원 선택에는 여러가지 생각할 점이 있다. 다 정당한 고려사항이다. 그런데 정말 이런 게 학원 선택하는데 그렇게 중요한 문제일까? SAT학원은 우리 아이나 엄마의 입맛에 딱 맞춰진 곳이 아니다. 일종의 "신병훈련소 (boot camp)"이다. 하루에 80개를 주든 100개를 주든 외우는 거다. 아이가 제대로 외우기나 할지를 걱정하자. 단어 개수보다.

위치가 안 좋다는 것은 지하철 역이 멀거나, 이동하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는 거다. 솔직히 따져보자. 우리 아이가 정말 학원으로 이동하는 시간이 아까울만큼 쉬지도 않고 공부하는 아이인가? 이동시간이 아까울만큼 SAT공부하는 학생을 필자는 본 적이 없다. 여름방학 동안 SAT학원 다니고 나서 제일 빠른 시험이 10월이다. 우리나라 대학 수능처럼 여러과목을 보는 것도 아니고. 매일 꾸준히 공부하는 것이 중요한 거지 우리나라 대입시험처럼 삼당사락하는 시험이 아니다. 지하철 역이 멀어봤자 웬만한 곳은 다 걸어서 10분 거리이다. 여름 내내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서 구부정한 어깨로 책을 들여다볼 상황에서 (이것도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할 경우) 지하철 역에서 10분 15분 걷는 것이 정말 우리 아이 대학 입학에 치명타를 입힐 것인가? 오히려 운동이 되고 좋은 것 아닌가? 아이가 이동하는데 피곤하여 공부를 제대로 못할까봐 걱정이 된다면 그건 솔직히 오바다.

시간이 1시간 가량 붕 뜨면 그 시간에 단어 공부하면 안 될까? 그렇다, 이렇게 시간이 붕 뜨면 아이가 공부를 안 하고 그냥 시간을 낭비하기 때문에 엄마는 걱정하는 거다. 이렇게 빈틈없이 꽉 짜여진 계획표에 맡겨져야하는 학생은 SAT 공부가 문제가 아니다. 도서관에 10시간 앉아있다고 10시간 공부하는 게 아니다. 실제 시간을 재보면 많이 해야 4시간이다. 그러니 어차피 빈틈없는 스케줄이어도 중간 중간 시간 낭비는 있다. 이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문제가 아니고, 공부하는 시간에 아이가 얼마나 하느냐가 문제다. 그리고 그 비는 시간에 사실 아이도 머리를 식혀야 하지 않을까?

영어유치원은 이것저것 엄마의 요구사항에 맞춰줄 수가 있다. 신병훈련소는 입소자가 이것저것 불평을 제기할 곳이 아니다. 아무리 소비자의 힘이 강해진 시대에 살고 있지만, 아이의 공부를 맡길 때는 학원 위에 아이를 세우지 말자. 훈련소에 보낸다는 마음으로 보내자. 그것도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를. 그리고 학생은 "자기를 죽이고" 학원에 들어가야 한다. 그런 자세로 안 하면 돈과 시간 낭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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