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 18.

명문대를 가기 위해 명문 보딩스쿨을 꼭 가야 하나?

미국 최고의 보딩스쿨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
요즘같이 아이비리그 등 명문대학의 ROI(투자수익률)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추세에서, 대학만큼 비싼 이런 명문보딩(보딩스쿨 랭킹)으로 유학을 보내고 싶다는 부모가 상담을 오면 명쾌한 답을 제시하기가 좀 어렵다. 학비도 비싸고, 경쟁 또한 심한 이런 학교에 유학을 보내느냐, 아니면 랭킹이 더 낮고 경쟁이 좀 덜한 학교로 유학을 보내느냐, 다 장단점이 있어 따져볼 게 많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런 명문보딩을 들어가는 것이 꼭 명문대학을 가는 길이 아니라는 거다. 대개 그렇게 생각을 하고 보내는데 그렇지가 않다. 이런 명문보딩은 아직까지도 미국학생에게만 명문대학을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물론, 예전같지는 않지만). 유학생 신분으로 명문보딩의 후광을 기대하기에는 아직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

우선, 이런 명문보딩의 대학카운셀러는 명문대학 입학사정관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그 학교 학생들은 나중에 카운셀러의 도움으로 명문대학으로의 진학이 타학교 학생보다 유리하다. 문제는 한국 유학생들인데, 그 학교에서 정말 최우수 학생이 아니면 카운셀러가 한국 유학생보다는 미국학생을 더 미뤄줄 것은 당연하다. 한국 학생을 도와주는 것보다 자기나라 학생을 도와주는 게 본인의 경력에도 더 득이 되니까. 또 많은 경우에 있어서, 한국 학생은 미국 학생만큼 카운셀러와의 인간관계가 친밀하지 못하다.

과거 명문보딩을 다녔던 제자들 중에는 명문대학을 간 학생도 있고, 그렇지 못한 학생도 있다. 우리 아이를 명문보딩을 보낼지 말지 결정하는데 있어서 제일 중요한 기준은, 우리 아이가 명문보딩에 가서 탑10%에 들을 수 있는 실력을 가졌는지 아닌지 이다. 물론 이런 명문보딩에서는 탑 20, 30%를 하더라도 다른 일반학교에서 비슷한 등수로 대학을 가는 것보다는 잘간다. 하지만, 이런 명문보딩에서 탑 20-30%를 할 바에는 일반 보딩에 가서 탑을 하는 것도 고려해볼만한 전략이다. 어차피 미국 명문대는 여러 고등학교의 탑 학생들을 골고루 뽑기 때문에, 웬만한 학교에서 (너무 쉬운 학교는 제외) 상위급이면 (최소 10%) 명문대 가는데 필요한 학업능력은 인정받는다. 이런 면에서 꼭 명문보딩을 가야 되는 게 아니고 학생 개개인의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해봐야 한다.

필립스 아카데미 앤도버
또 이런 경우도 있다. 아이가 쥬니어 보딩(우리로 치면 중학교)에서 성적이 좋았다고 무조건 명문보딩으로 보내는 부모가 있다. 이럴 때 한가지 중요한 고려사항은, 9학년 때의 학업과 10학년의 학업은 그 수준과 경쟁면에서 차이가 좀 있다. 9학년까지는 학교생활을 마음껏 즐기면서 공부를 해도 웬만큼 성적이 잘나온다. 하지만, 10학년부터는 상황이 다르다. 10학년부터가 정말 중요한데 그 이전에 아이가 성적이 쉽게 잘나왔다고 우리 애가 뛰어나구나 하고 명문보딩에 보냈다가 학업적으로 적응을 못한 케이스를 수도없이 많이 봤다. 그래서 아이가 어느 한 분야의 천재가 아닌 한 객관적 학업능력에 대한 판단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 판단을 제일 간단하게 하는 방법은, "우리 아이가 학구파(공부벌레) 또는 책벌레인가 아닌가?"이다. 활동 많이 하고, 친화력이 좋아 친구들 많고, 선생들이 다 좋아하고, 그러면서 성적이 잘나오는(9학년까지) 학생이라고 그 이후에 다 잘되는 게 아니다. 이런 거는 부차적이다. 10학년부터는 우리 애가 엉덩이가 무거운지 아닌지가 제일 중요한 고려요소다.


마지막으로 아이의 학업능력과 함께 투자 대비 아웃풋(ROI)도 생각해봐야 한다. 예를 들어, 명문보딩을 거쳐 미시건 대학(U of Michigan) 정도의 학교에 입학했다고 하면, 과연 명문보딩을 선택한 것이 잘한 투자인지 의문이 들 수 있다. 물론 사전에 어느 정도 급의 대학을 갈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선정할 때 학생의 학업능력을 제대로 진단해서 결정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학업능력 중에 제일 중요한 건 영어 독해력과 작문능력이다. 나머지는 2차적이다 (수학천재라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오로지 영어 독해와 작문 실력이다. 이것이 아이의 남은 고등학교 생활뿐만 아니라 대학 생활까지 좌우한다.

밀튼 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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