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서는 먼저 두 가지만 소개하겠다.
1. 실질입학률 (Real Admission Rate)
각종 미국 대학 입시 설명회에 가보면 늘 보여주는 것이 명문대학의 입학률이다. 입학률이 얼마나 낮은지, 최근 5년 간의 추세는 어떤지 보여준다. 보고만 있으면 명문대학은 정말 들어가기 힘들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콜롬비아 대학은 입학률이 7.4%다. 31,851명 지원에 2,362을 뽑았다. 아, 들어가기 쉽지가 않구나. 하지만, 이 입학률에는 더 알아야 할 내용이 있다.
일반적으로 명문대학이 2,000명의 신입생을 뽑는다면 이 중 40%는 소위 말하는 ‘훅(hook)’이 있는 학생들이다. 이런 학생들을 위해서 자리가 아예 ‘예약’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훅을 가진 학생 부류에는 운동선수가 있다. 이런 입학생이 최고 20%(400명)까지로 제일 많고 나머지는 소수인종, 기부자의 자녀, 학부동문 자녀, 그리고 유명인 자녀 등이다. 이런 학생들이 800개의 자리를 확보한 상태이므로, 우리 아이는 전 세계의 쟁쟁한 경쟁자들과 1,200 개의 자리를 놓고 싸우게 되는 거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1,200명의 자리 중 우리 아이의 인종/사회/지역적 백그라운드의 학생을 위한 자리는 과연 몇 개일까? 이 학교 합격생 중 아시아 인종이 보통 20%라고 쳐도 240명이다. 지원자 30,000명 중 240명이면 0.8%다. 우리 아이에게는 명문대의 입학률이 X%가 아니고 0.X%다. 1% 이내다. 이게 실질입학률이다. 그러니 공부 조금 잘한다고, SAT 2,400 맞았다고, 학교 회장 좀 했다고 우리 아이는 아이비리그 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한마디로 뭘 모르고 하시는 말씀이다. (미국의 고등학교 개수만도 30,000 개가 넘는다. 거기 1등들만 지원해도 지원자가 벌써 30,000 명을 넘는다. 하물며 전 세계에서 이 학교에 지원하는데....)
하버드가 8%이고 예일이 6%라고 하버드가 더 가능성이 높을까? 버클리는 18%이고 UNC(노스캐롤라이나)가 31%라서 UNC가 버클리보다 들어가기 훨씬 쉬울까? 또, 카네기멜론은 수시보다 정시의 입학률이 더 높다고 수시를 피하고 정시를 넣는 것이 맞는 전략일까? 이렇게 숫자를 가지고 중요한 판단을 저울질 하는 것은 숲을 보지 못하고 나뭇잎 하나를 보고 있는 것과 같다. 상담하다 보면 입학률에 대해 많이 의논하시는 부모님이 계시다. 크게 신경 쓰실 숫자가 아니다. 입학률은 아주 큰 그림으로, 참고 자료로 보고 바로 버리면 된다.
이제 곧 모든 학교의 입학 결과가 나오고 입학률에 관한 기사가 또 나올 거다. 그냥 생각보다 한 10배는 더 어렵구나하고 말면 된다.
2. SAT의 의미
한국 학생에게 SAT는 대학 갈 때 필요한 대입 수능시험 이상의 의미가 있다. 영어 실력 향상을 통하여 고득점을 얻은 경우가 아니면 (정석이 아닌 다른 편법으로 얻은 고득점) 아무리 2,400을 맞았어도 이건 학생에게 아무 의미가 없는 숫자이며 부모에게는 돈만 낭비한 시험밖에 되지 않는다. 미국은 SAT 점수대로 학생을 줄 세워 평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SAT 공부를 하면서 영어 공부를 해야 하는데 거의 모든 한국 학생들은 (국내생, 유학생 모두) 영어 공부를 안 하고 시험문제 푸는 요령만 공부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렇게 SAT를 준비한 학생은 그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고도 미국 대학에 가서는 리딩과 라이팅에서 엄청난 고생을 한다. SAT로 영어 공부를 해야 한다.
SAT의 그릇된 의미를 가짐으로써 나타나는 또 하나의 현상이 SAT 점수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다. 하버드에서 단순히 학업적 성취도로 뽑는 학생은 입학생 1,600 여명 중 300명 정도밖에 안된다. 이 학생들은 소위 천재, 영재 소리를 듣는 학생들이다. 보통 미국 고등학생의 0.5%인 National Merit Scholarship semifinalist (국가 장학생 후보)가 16,000 명이라고 보면, 300은 미국 고등학생 중 0.01%에 해당하는 수치다. 나머지 1,300명은 학업으로 뽑는 것이 아니고 학업 외적인 면으로 뽑는 거다. 가만히 생각해보자. 우리 아이의 학업적인 면이 미국에서 0.01%에 들어가는지. 대부분 그렇지 않을 거다. 그런데 왜 빼돌린 SAT 시험지를 고액을 지불하면서 2,400을 맞을려고 하고, 2,250이 나왔는데 2,300을 넘기려고 귀중한 여름방학 동안 학원수업을 또 수강하는가? 그런 점수를 얻으면 학업적으로 인정을 받아 입학 확률이 높아질 것으로 생각하는 건가? 그런 점수를 얻어서 우리 아이의 학업적인 면으로 경쟁하려고 하는 건가? 2,400이 나왔다고 치자. 이에 대해 입학사정관은 100% 이렇게 반응할 거다. So what (그래서 뭐)?
물론 SAT는 최선의 노력으로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천재나 영재의 두뇌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본인의 학업분야에서 최고가 아니라면 인성으로 입학 전략을 짜야 한다. 미국 대학은 두뇌(brain)와 마음(heart)을 고루 갖춘 학생을 원한다. 브레인이 안 되면 하트로라도 승부하자.
다음에는 명문대에서 원하는 학생은 어떤 학생인지와 SAT 준비에 대해 좀 더 알아보겠다.
(내일신문 3/28/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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