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3. 12.

[내일신문 칼럼] 미국 대학 입학과 영어 실력

미국 대학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4편) - 미국 대학 입학과 영어 실력

근우 합격 소식을 전한 카톡메세지
진하는 서울의 일반고인 S고등학교에서 각 과목이 4~5등급이던 학생이었다. 국내 대학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어머님과 진하는 미국 유학의 길을 택했다. 어디서부터 무엇을 준비할지 모르고 있을 때 필자를 만나 어려운 유학 준비를 시작했다. 이것이 진하의 고3 여름방학 때였다. SAT는 물론 토플도 준비가 안 되어있었고 그동안 학교에서도 공부를 성실히 해왔던 상황이 아니라, 좋은 대학으로의 유학은 기대하기 힘들었다. 우선 영어가 제일 시급한 문제였다. 우선 단어를 많이 외우게 했고, 독해를 끊임없이 시켰다. 이렇게 열심히 미국 대학 준비를 시켜 40~50위권의 UC Davis에 기적같이 합격했다. 그것도 토플 점수가 모자라 조건부로 입학이 되었던 거다. 그 이후로 대학 입학 전까지 이런 식의 단어와 독해 공부를 계속시켰고, 진하는 결국 1학년 때 모두 A를 받아, 이듬해에 에모리(Emory), USC, 미시간(Univ. of Michigan)에 동시에 편입합격을 받았다. 서울 시내의 대학도 아마 힘들었을 학생이 지금은 Emory에서 공부하고 있다니 학생의 인생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지금도 서울 시내의 대학에라도 가면 성공이라는 마음으로 대학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이 많을 거다. 이들 중 미국 유학도 생각해 보았지만 준비할 엄두를 못 내고 있는 학생도 많은 걸로 안다. 사실 현재 국내 일반고에서의 중하위권 성적으로도 미국의 수준 높은 대학 교육을 받을 길은 찾아보면 너무나 많다. 길이 없는 게 아니다. 문제는 미국 유학의 제일 큰 걸림돌인 바로 영어다.

현재 미국에서 11학년인 근우는 미국 간 지가 1년이 채 안 되어 영어를 무척 힘들어했다. 유학 가기 전에도 영어공부를 소홀히 했던 터라 첫 학기 적응이 쉽지가 않았다. 한 과목만 B가 나오고 전부 C와 D를 받았다. 이런 학생을 어머님께서 필자에게 데리고 왔다. 근우도 곧 SAT와 토플 준비를 해야 되지 않겠냐고 하시면서. 하지만 필자가 제시한 것은 그런 시험공부가 아니고 바로 독서였다. 여름 방학 내내 근우는 영어책만 읽었다. 매일 읽고 해석만 하는 걸로 한여름을 보냈다. 시간으로 따지면 100시간도 넘을 거다. SAT나 토플 같은 시험의 문제는 단 한 개도 풀지 않고 오로지 문장 해석만 했다. 학생 어머님은 SAT나 토플을 준비해야 한다는 주위의 지속적 유혹에 계속 마음이 흔들리셨지만, 필자는 다른 것은 일체 못하게 했다. 방학 후 학교로 돌아간 근우는 영어수업이 덜 부담스럽다며 학업에 적응하기가 더 수월해졌다고 했다. 결국, 이번 학기에 영어를 비롯한 3과목에서 A를 받았다. 반년 전만 해도 C와 D로 깔았던 학생이었다. (결국 건우는 나중에 와싱턴 주립대학에 붙었다.)

학교 소개 홈페이지를 장식한 정옥경학생 (우)
옥경이가 처음 SAT 모의고사를 봤을 때는 점수가 1,440였다. 11학년 마친 여름방학 때 점수였다. 여름에 정말 많은 노력을 기해 그 해 10월에 SAT 점수가 1780이 나와 옥경이는 NYU(뉴욕대학)에 가까스로 합격했다. 그리고 4년 후 옥경이는 현재 우수한 성적과 다방면의 활동을 통해 교수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유능한 인재가 되었다. 중국어, 일본어, 이탈리아어 등 5개국어를 구사하고 그동안 교과 외의 활동으로 학생 교습, 청소년 멘토, 헬스클럽 강사, 번역가 등의 일을 재학 중에 꾸준히 해왔다. 중국어과 교수의 소개로 중국 국가장학금으로 베이징 대학에서 중국어와 문화 수업도 받았고, 심지어 미국 바텐더 협회에서 바텐더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12학년 올라가기 전 여름방학 때 영어실력이 부족해 SAT가 1,400대였던 학생이 4년의 대학 생활 동안 어떻게 이리 많은 업적을 이루었는지 정말 놀랍지 않은가? 답은 바로 영어 실력이다. 영어 실력이 모자라 학교 수업도 제대로 못 따라갔다면 저 많은 업적을 어떻게 이루었을 것인가?

위 세 학생의 경우 모두 처음에는 별 희망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바로 영어 때문에. 유학을 현재 꿈꾸는 많은 학생 중에 이렇게 희망이 없어 보이는 학생이 많을 거다. 하지만 필자는 진하, 근우, 옥경이같이 성공한 아이들을 안다. 아직도 많은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에게서 볼 수 있는 모습이 방학 때 “영어” 준비는 안 하고, SAT, SAT2, ACT, 토플, 과외활동 등 소위 스펙을 쌓기에 여념이 없다. 물론 진하나 옥경이 같은 경우 당장 몇 달 후면 대학 원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없는 상태에서 SAT부터 준비를 해야 했다. 하지만 SAT를 준비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그 SAT 준비 기간에 영어 실력을 쌓는 것이 더 급선무이고 그 전략으로 준비를 시킨 것이 비로소 대학에 가서 빛을 보았던 거다. 필자가 항상 강조하는 것이 SAT 점수 자체는 생각보다 큰 의미가 없다. 더 중요한 것은 학생의 영어 실력이다. 많은 학부모가 이런 면에서 얼마나 잘못 생각하고 있느냐 하면, 심지어 이렇게 생각하는 학부모도 계시다. 아이 SAT 점수는 크게 기대하기 어려우니, 토플 점수라도 올리면 (토플은 SAT보다 점수 올리기가 쉬우니까) 입학에 조금이라도 유리하지 않을까. 이런 질문을 필자는 실제로 받는다. 토플 점수가 좋아서 입학했다고 치자 (그런 경우는 없지만). 그렇다면 대학 들어가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모두 입학에만 관심이 있다.

영어 실력이 좀 부족해도 유학을 가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로 가서 4년제 대학으로 편입, 중하위권 대학으로 가서 2, 3학년 때 상위권 학교로 편입, 패스웨이(Pathway) 프로그램 등. 하지만 어떻게 가느냐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가서 살아남느냐이다. 위에 열거한 방법으로 입학해도 정규과정에 들어가서는 결국 영어 실력으로 성공과 실패가 갈라진다. 유학의 실패 원인 중 학업과 관련된 것은 100% 영어 실력 때문이다. 전공이 안 맞아서도 아니고,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도 아니고, 교수가 이상하게 가르쳐서도 아니고 심지어 미국 문화가 안 맞아서도 아니다. 그냥 영어를 못해서다. 이건 비단 영어 실력이 많이 부족한 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다. 특목고 등의 우수한 학생에게서도 보이는 현상이 영어 사교육을 통해 점수 인플레이션만 되어 있지 어려운 글을 제대로 해석할 줄도 모르는 학생이 한두 명이 아니다. 어떤 연구에 의하면 미국 명문대의 한국 학생 40%가 졸업을 못 하고 돌아온다고 한다.

요즘 강남에는 이런 말이 돌고 있다고 한다: “미국 유학생의 80%가 공부가 어려워 지금 휴학하고 있대.” 수치는 좀 과장되긴 했겠지만, 필자가 봐도 명문대에 영어 못하는 유학생이 정말 놀라울 정도로 많다. 미국 대학을 한국 대학처럼 점수로 보내려는 마인드는 바뀌어야 한다. 영어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내는 것과 영어 실력을 쌓는 건 엄연히 순서가 있다. 그런데 전부 거꾸로 하고 있다. 아니, 한 가지만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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