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3. 12.

[내일신문 칼럼] 전공선택에 관하여

미국 대학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5편) - 전공선택에 관하여

미국 대학을 지원할 때 반드시 생각해야 할 것 중 하나가 전공이다. 여기서 전공은 우리나라 대학처럼 입학하면서 바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공부하고 싶은 분야를 대학에 알리면서 그것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에세이에 담는 정도의 전공이다. 상위 학교들은 이 질문을 반드시 하기 때문에 명문대 입학을 위해서는 이 에세이를 아주 잘 써야 한다. 그래서 전공이 미국 대학 지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크다. 여기서 잠깐 전공에 관한 오해를 하나 집고 넘어가겠다. 아직도 많이들 잘못 알고 있는 것이, 미국 대학에서 전공은 3학년부터 시작하고, 1, 2학년 때는 그 전공을 들어가기 위한 기본 필수과목을 듣는 것이기 때문에, 일단 입학만 하면 본인이 지원했던 분야와는 다른 전공으로 얼마든지 바꿀 수가 있다. 물론 처음부터 과에서 뽑는 경우(주로 경영학부 또는 간호학과, 치의예과 등 전문분야 학과)도 있지만, 대부분은 일단 입학만 하면 전공은 그 후에 결정할 시간이 충분히 있다. 대표적으로 잘못 알고 있는 예로 UPenn의 경영학부인 Wharton은 입학할 때 못 들어가면 나중에 그 학부로 편입이 안 된다고 알고 있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다. 미국 대학에서 과를 못 바꾼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예전에 상담 온 한 학생은 대학에 가서 금융공학을 전공하고 싶다고 했다. 금융공학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으니 잘 모른다고 했다. 그런데 금융공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한다. (이게 무슨 황당한 시츄에션?) 우선 금융공학을 제공하는 학부가 많지 않아서 이 분야를 학부에서 공부하기는 쉽지가 않다. 그리고 이 분야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학부에서 금융공학을 꼭 공부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래야 하는 것으로 많이들 알고 있고 컨설팅도 그렇게 하고 있다. 

또 어떤 학생은 경영 대학을 가고 싶어서 여름에 아버지 지인의 금융회사에서 인턴십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금융회사에서 정식으로 고등학생을 인턴으로 뽑는 경우는 없으며, 미국 입학 사정관이 그 내용을 보면 어떻게 생각할지는 알고 인턴을 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 학생에게 비즈니스에서 어떤 분야를 공부하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금융에만 좀 관심이 있지만 아는 게 별로 없었다. 다만 주식은 아버지와 꾸준히 해왔다고 한다. 고등학생으로서 아는 게 많지 않은 게 문제는 아니다. 겉으로 본인이 많이 알고 능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려는 게 문제다. 미국 입학사정관을 얕보고 하는 얄팍한 수다. 주식을 잘하는 고등학생이 금융회사에서 인턴했다고 하면 미국 입학사정관이 좋아할지 생각해 보았는지 모르겠다. 이처럼, 대학 지원할 때 전공에 대해서 깊은 고민을 해보지 않은 학생과 부모가 대부분이다.

비즈니스 하면 경영, 마케팅, 금융만 있나? 비즈니스에는 심리학도 관련 있고 역사도 관련 있고 수학도 관련 있다. 심지어 천체물리학이나 미술도 비즈니스와 관련 있는 공부다. (세계 금융의 중심인 미국 월스트리트의 기업들이 제일 뽑고 싶어하는 학부 전공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많이 없다.) 이 사실을 모르니 비즈니스를 공부하고 싶으면 꼭 경영대를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그렇지만 미국 대학은 그렇지가 않다. 필자는 전자공학을 석사까지 하고 MBA(경영학 석사)를 공부하러 갔다. 그때 필자 동기 중에 학부 때 비즈니스를 공부했던 사람은 30%도 안 되었다.

요즘은 그나마 정보가 많이 보급돼서 인기 학과는 지원하지 마라, 동양계는 수학 및 공대에 많이 몰린다, 여자가 공대를 지원하면 유리하다 등은 많이들 알고 있다. 하지만 이와 함께 그릇된 정보도 같이 난무하고 있다. 그래서 필자가 이번 칼럼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런 과거의 “눈치작전” 식의 전공에 대한 이해가 아니고, 학생의 전공에 대한 이해의 정도이다. 그냥 컨설팅에 맡기지 말고 학생 본인도 하다못해 위키피디아에서 금융공학이 무엇인지는 읽어봐야 한다는 거다. 왜 치대를 가고 싶으냐고 물었을 때 단지 고소득 업종이라는 정도의 이해를 가진다면 (물론 에세이에는 다른 좋은 지원동기를 컨설팅에서 써주겠지만) 치대 속성 과정에 입학하기 쉽지 않으며 들어가고 나서 더 큰 문제에 직면할 수가 있다. (앗, 이게 아니구나!) 실제로 어떤 직업이 겉으로 보기와는 달리 어떤 점이 힘든지 고등학생이 알기 쉽지 않다. 그럼 알아봐야지.

고등학생이 대학 전공에 대해 아는 것에는 한계가 있지만, 이에 대한 최소한의 공부나 연구는 평소에 조금씩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공에 대한 리서치는 11학년 막바지에, 여름에 에세이 쓰면서 하는 게 아니고 가능한 한 빨리 시작해야 한다. 바로 지금부터 하는 게 제일 좋다. 한 학생이 필자와 지난 달에 상담을 하고 나서 광고학을 공부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해서 필자가 광고 관련 책을 읽으라고 했다. 현재 11학년인 그 학생은 “광고천재 이제석”을 읽고 있다. 이게 시작이다. 그러면서 필자와 광고에 대한 얘기도 만날 때마다 나눈다. (SAT 준비와 내신, 그리고 AP도 해야하는 11학년이 책을 읽을 시간이 있을까? 페이스북과 카톡을 잠시 꺼두면 된다.) 이렇게 전공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전공에 대해 고민을 해본 학생과 안 해본 학생은 원서에세이를 쓸 때 그 차이가 확연하다. “이 학생은 우리 대학에 와서 좋은 학생이 되겠다.”라고 입학사정관이 느끼게 하려면 전공에 대해 미리 리딩을 해놓는 것이 좋다. 또 중요한 이유는, 이 전공에 대해 생각을 하면서 10학년과 11학년 방학 때마다 연관된 활동을 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훌륭한 원서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런, 이 학생은 원서에 한 줄 쓰기 위해서 이 인턴을 했어? 시간이 아깝군.” 또는 “이거 그냥 보여주기 위한 활동이구먼.”이라고 입학사정관이 생각한다면 입학 확률은 그냥 제로다. 한 학교에서 뿐만 아니고 그 급의 모든 학교에서 입학 확률은 제로다. 

비인기 전공을 선택해서 지원하는 건 좋은 방법이다. 그만큼 경쟁자가 적으니까. 하지만 그동안 너무나 많이 써왔던 방법이기도 하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방법으로 생각보다 쉽게 명문대학을 간 학생들이 많았었지만, 최근에는 이런 “수법”도 크게 먹히지 않는 경우가 점점 생기기 시작했다. 심지어 여학생의 명문 공대 입학도 생각만큼 쉽지가 않아졌다. 이처럼 경쟁은 매년 더 치열해진다. 치열해진 원인은 외부요인도 있지만 (중국과 인도 학생 입학의 급상승) 내부 요인도 있다. 이제 많은 한국 지원자들이 외부의 도움을 받아 원서와 활동을 만들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끼리 경쟁이 더 치열해진 거다. 비인기 학과 지원이 과거의 방법이었다면, 비인기 학과든 인기 학과든 상관없이 본인이 하고자 하는 공부에 대한 일관되고 심오한 열정을 보여주는 게 성공적인 미국 대학 입학을 위한 앞으로의 방법이다. 그럼 전공에 대해서 지금부터 생각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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