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17.

SAT 점수대별 공부 방법

보통 이렇다.

1. 8-9학년 Pre-SAT (무슨 SAT를 벌써?)

철저히 영어를 강의하는 수업을 들어야 한다. 단어 외우고, 지문 해석에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SAT에 나오는 단어를 모두 알아도, 지문이 해석되어도, 이 나이대의 아이는 지문의 내용 자체가, 그 문맥과 거기 나오는 개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니 좀 지겹더라도 영어 지문 해석과 내용 설명이 많은 수업을 들어야 한다. 제발 이런 Pre-SAT반에서 문제 많이 풀었으면 하고 바라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간과 비용 낭비의 지름길이며, 이렇게 문제 많이 풀어서 뿌듯하게 느껴지는 버릇이 이때 생기면 나중에 제대로 된 수업에 적응을 못 한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아이들이 책을 읽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 때는 영어사설 또는 비문학을 많이 읽어야 하는데 만약 SAT를 굳이 듣겠다면 비문학 지문을 읽고 분석하는 내용의 수업을 받아야 한다.

2. 리딩 400대 ("두 유 노우 잉글리쉬?")

학원마다 이 점수대의 학생들에게 제일 중요한 것이 단어라고 하는데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 점수대 아이들은 영어 자체가 문제이므로 제일 중요한 것이 단어와 “문장 해석”이다. 따라서 문장 해석은 도와주지 않고 단어만 외우게 하는 학원은 보내지 말아야 한다.

이런 조언에 부모는 이렇게 말한다. “아니 선생님, 지금 단어 외울 게 몇천 개인데 그거 빨리 해야 되지 않나요?” 그럼 나는 이렇게 답한다. “어머님, 지금 그 영어 실력에 그 많은 단어를 외울 것 같습니까? 걷지도 못하는데 왜 뜀박질을 시키려고 하시나요? 서 있는 아이를 넘어지라고 그냥 밀어버리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도 이런 문장 해석 수업은 싫어한다. 해석하기 싫으니까. 그래서 상당수의 이런 부모는 하루에 단어를 많이 시키는 학원을 좋아한다. 150개, 200개 등. 하루에 단어 100개 이상 외우게 하는 학원은 추천하지 않는다. 특히 이 점수대의 아이들한테 이처럼 단어 외우는 데 시간을 필요 이상 할애하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어차피 잘 못 외운다. 그런데 왜 거기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쏟는지. 주요 단어만 집중적으로 외워야 하고 문장 해석을 많이 해야 한다.

이처럼 400대에 있는 아이들은 영어가 문제다. SAT 시험이 문제가 아니고. 필자가 늘 하는 말이다. SAT만 하면 공부 끝인가? 미국 대학 가려고 한다면 영어를 해야 한다. 왜 그 중요한 여름방학 때 SAT라는 “시험” 공부만 하는가? SAT를 하면서 영어실력을 쌓아야 한다. 문장을 제대로 볼 줄 알아야 한다. 단어 공부만 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그리고 단어야 어차피 다음에 또 외우게 된다. 다 까먹어서.

3. 리딩 500 - 550 (단어! 단어! 단어!)

여기에 해당하는 애들은 단어를 집중적으로 해야 한다. 그래서 이 아이들에게는 단어 외우는 법이 중요한 변수가 된다. 단어 외우는 법은 많다. 연상법, 어원법 등이 대표적인데, 특히 연상법을 이용한 단어 수업이 있다. 좋다. 이렇게라도 해야 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자. 보통 단어가 몇십 개 넘어가면 어떤 단어를 외우는데 썼던 연상법도 몇십 개가 되어 그 연상법을 까먹게 된다. 연상법도 한계가 있다. (연상법이란 단어가 연상되는 방법을 만들어 외우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catastrophe를 cat(고양이) + ass(엉덩이) + trophy (트로피)로 생각하여 고양이 엉덩이에 트로피가 꽂히면 큰일 나니까 “재앙”이란 뜻이라고 외우는 것. 또 cacophonous를 caco (카카오톡) + phon (소리)로 생각하여 카카오톡이 올 때마다 나는 알람소리는 듣기 싫은 소리니까 “귀에 거슬리는” 이란 뜻이라고 외우는 것.)

단어 암기의 제일 좋은 방법은 어원법이다. 어원을 알면 단어 간의 관계도 알게 되고 모르는 단어도 어원을 통해서 뜻을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원법이 최고다. 대신, 어원이 100%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기 때문에 위에 말한 연상법, 또 강사가 과거에 어떤 경험을 통해서 어느 특정 단어를 외우게 되었다는 경험법 등 각종 방법을 총동원하여 어원법을 보충해서 외워야 한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학생이 글을 읽어야 한다. 여름 내내 SAT 수업할 때 지문을 읽으니까 글을 읽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겠지만, 전혀 그렇지가 않다. 아이들은 지문은 대충 읽고 문제 빨리 풀고, 모르는 문제에 해당하는 부분만 자세히 읽고 그다음으로 넘어간다. 이건 영어를 읽는 게 아니다. 지문을 자세히 읽게 하는 학원이 필자가 알기로 거의 없다. 그리고 애들도 이런 수업은 싫어한다. 이러니 실력이 늘겠나?

4. 리딩 550 - 600 (독서시간)

여기서도 단어는 기본으로 많이 해야 한다. 대신 단어는 수업시간을 많이 할애하기보다 되도록 학생이 알아서 하는 방향으로 하고 지문 분석에 시간을 더 많이 들여야 한다. 논설문, 설명문의 글은 성격이 어떻고, 구조가 어떠하며, 작가의 의도 파악은 어떻게 해야 하는 등 글을 분석하는 기술을 배워야 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학원수업이 지문 분석하기보다는 문제 분석에 시간을 많이 할애해서 지문을 최대한 이해를 못 한 상태에서 수업을 마치게 된다. 문제 분석이란, 이런 문제는 어떻게 풀고, 무엇을 찾아야 하고, 어떤 유의 보기가 정답일 확률이 높고 등등 그야말로 문제 풀이법을 공략하는 방법이다. 이런 문제분석도 물론 해야 한다. 하지만 지문 분석(글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작가의 의도는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 등)이 선결 과제이고 이 지문 분석을 잘하면 문제 분석은 쉽게 따라오게 되어있다.

문제는 조금 더 적게 풀더라도 지문의 내용 분석과 파악에 많은 시간을 들이는 수업이 좋은 거다. 하지만 부모와 학생의 조급함 때문에 매번 이런 수업보다는 그저 문제 많이 푸는 수업을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학생도 지문 분석은 너무 힘들고 지겨우니까 하기 싫어한다. 그래서 점수가 잘 안 오르는 거다. 이 점수대의 아이들은 문제 많이 풀어봤자 거기서 거기일 거다. 단어 외워서 sent comp에서 점수가 조금 오를 뿐, 지문 문제에서는 큰 차이가 안 난다. 이렇게 단어 많이 해서 sent comp을 잘 해봐야 600 초반에서 더 이상 오르지 않는다.

5. 리딩 600 - 650 (족보 타임!)

이 레벨의 아이들은 이제 지문 분석보다는 문제 분석에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즉, 논리 수업이 들어가야 한다. SAT, GRE (대학원 시험), GMAT (경영대학원 시험), LSAT (법대 시험) 등 ETS에서 현재 만들거나 과거에 만들었던 모든 시험 문제는 질문, 정답, 오답의 유형이 있다. 그것을 분석하고 공부하면 600 초반대를 벗어날 수가 있는 거다. 마찬가지로 단어는 수업으로 하기보다 알아서 자습시간 등에 하고, 학원수업에서는 sent comp 조금 하고, 그리고 대부분 시간을 그동안의 기출 문제를 토대로 문제 분석에 할애해야 한다. 이때부터 족보를 최대한 활용하는 거다.

6. 리딩 650 -700 (학원 졸업)

대부분의 공부 좀 한다는 학생이 여기에 속한다. GPA도 좋고 영어도 잘하며, 영어책도 많이 읽고 SAT도 2200 정도 되는데 그놈의 리딩이 700을 못 넘기고 있는 학생이다. 이렇게 영어 실력도 되고, 문제 풀 때 시간도 남는데, 계속 틀리는 개수가 줄지 않아 700 밑에서 맴돈다. 이런 학생은 여름 내내 수강하는 반은 절대 듣지 말고, 개인 과외를 해야 한다. 심지어 실전반도 들을 필요가 없다. 개인 과외를 해서 본인만의 오류를 정확히 짚어서 그것만 제대로 수정해주면 700은 바로 넘긴다. 필자는 이런 학생을 너무 많이 봤다. 어떤 학생은 단 2시간 만에, 어떤 학생은 6시간 만에 수업을 마치고 700을 넘긴다. 2주짜리 4주짜리 실전반은 시간 낭비다. 만약 그 실전반에서 본인이 틀린 것을 전부 수정해줄 수 있는 수업이라면 해도 된다.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여름 내내 수업했건만, 700의 고지를 점령 못 하는 상위권 학생들은 이런 ‘특진’ 처방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에는 SAT는 들여다보지도 말고 과외활동에 시간을 써야 한다. 

7. 리딩 700 - 750 (그만 해라)

왜 SAT를 또 보려고 하는가? 가끔 이런 학생이 있다. SAT가 720인데 조금만 더 하면 780이나 800을 맞을 수 있을 거 같다는 학생. 혼자서 기출문제 풀고, 틀린 것만 5시간 이내로 과외받아서 보면 가능하다. 하지만 한 가지만 확실히 해두자. 720에서 800 나왔다고 입학 확률이 올라가지는 않는다. (이 몇 개 문제 더 맞았다고 인생이 바뀌지 않는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지 잘 생각해서 결정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학원의 반편성을 이렇게 자세히 나누는 곳은 없으므로 위 기준대로 수업을 들을 수는 없다. 하지만 학원수업을 하더라도 본인 점수대를 확인하고 그 점수대에 맞춰서 본인이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는 알고 준비를 해야 효과를 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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