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9.

[내일신문 칼럼] 부모가 알아야 할 Top 10 정보 (3)

지난 두 차례에 이어 오늘은 그 시리즈의 마지막 칼럼이다. 

7. A만 받지 말고 선생님과 친해지자.

몇 해 전에 한 입학사정관이 우수한 학생의 추천서 내용은 거의 천편일률적이라 (모두 좋게 썼으므로) 추천서에 큰 비중을 안 둔다는 말이 있었다. 정말 그럴까? 그럼 추천서는 별 의미가 없는 걸까?

아니다. 추천서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아시아계 학생에게. 그런데 국내생에게는 추천서 써주시는 선생님께서 제대로 써주지 못해서 (추천서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 아직도 모름), 그리고 유학생에게는 미국 선생님과의 교감이 없어서 좋은 추천서 받기가 쉽지 않다. 에세이와 마찬가지로 추천서도 아이의 인간성이 나타나야 한다. 하지만 한국 학생의 추천서는 십중팔구 근면, 성실, 노력, 끈기 등의 단어들이 들어갈 뿐 입학사정관이 보고 싶어하는 단어는 많이 안 들어간다. 명문대는 재능이나 학업능력이 아주 특출나거나, 학업능력은 어느 수준이 되면서 인간적으로 타 학생과 차별되는 아이를 뽑고 싶어한다. GPA도 좋고 SAT가 고득점인 학생이라면 “근면, 성실, 노력, 끈기”만이 입학사정관이 추천서에서 보고자 하는 단어는 아니다. 또한, 본인이 아무리 특별한 아이라고 에세이를 써도 추천서에 많은 아시아 학생들이 지니고 있는 근면성, 성실함, 노력과 끈기만 보인다면 그 에세이의 신빙성이 어떻게 될까? 이런 추천서는 도움이 안 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원서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점점 경쟁이 심해지는 환경 속에서, 이제 학생은 A만 신경 쓰면 안 된다. 선생님과의 관계도 생각해야 한다.

8. 사후분석은 누구나 한다.

누구네 아이는 책을 썼데, 특허를 냈데, 학회에 논문을 냈데, 그래서 아이비리그 갔데 등의 얘기가 많이 떠돈다. 가만히 생각해보자. 지원자 2, 3만 명 중 그 아이만 책을 썼고, 특허를 냈고, 학회에 논문을 냈을까? 물론 이런 활동은 누구나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런 걸 해야 명문대에서 좋아한다고 생각하여 우리 아이도 따라 해야 할까? 우리 아이의 특성을 살려 할 수 있는 것을 먼저 찾자 (찾는 법은 “열정을 통한 과외활동 찾기” 칼럼 참조). 그래서 아주 작은 거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라도 일단 시작하자. 이걸 해야 아이비리그에 도움이 되나 저걸 해야 도움이 되나 고민하지 말고.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후분석이 나은 오류이다.

또 명심해야 할 것은, “과거에 이렇게 해서 잘 갔으니 올해도 이렇게 하면 좋다”는 조언이 얼마나 신뢰도가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한다. 유명한 투자 전문가가 한 말을 기억하자: “난 어떤 투자가 성공할지는 몰라도, 어떤 투자가 실패할지는 안다.” 미국 대학 준비할 때 해서는 안 될 것들이 있지만 무엇을 하면 된다는 건 없다. 무엇을 해서 좋은 대학 갔다는 흔한 얘기는 순전히 사후분석이다.

9. 미국대학은 들어가면 ‘땡’이 아니다.

대학은 아이가 가는 거다. 부모 욕심 때문에 아이의 대학 생활을 힘들게 하지 말자. 본인의 영어 실력보다 더 높은 SAT 점수와 말끔하게 완성된 원서작업 등으로 드림스쿨을 간 학생 중에 적응이 힘들거나 못 하는 예는 점점 많아진다. SAT 점수 인플레이션과 원서 부풀리기의 병폐다. 입학사정관이 자주 하는 말이 또 있다: Be yourself (너다워라). 이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내포돼있다. “우리가 잘 판단할 수 있게 네 모습을 정직하게 보여달라.”는 말도 되지만, “네가 우리 학교에 올 자격이 되는지 너 스스로 잘 생각해봐라.”라는 의미도 있다. 최선은 다하되 무리하게 추진하지는 말자. 아이의 현재 상태를 잘 파악하고 아이의 성향에 맞는 그리고 학업 적으로는 어느 정도 도전할만한 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전에 필자가 “미국 대학도 간판을 따져야 할까?”라는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명문대를 가기 위해 실력을 얼마나 쌓았느냐가 중요한 거지 어느 학교 간판을 달았느냐가 인생의 성공을 좌우하지 않는다. 대학은 아이가 4년을 다닐 곳이다. 부모가 아니고.

10. 미국 대학 준비는 주식투자가 아니라 적금이다.

미국 대학이 목표인 부모는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저학년이라면 늦어도 9학년부터, 고학년이라면 지금 이 순간부터 계획을 짜야 한다. 과거에는 고등학교 생활 열심히 하고, 점수 잘 내서 11학년 마친 여름방학부터 원서 전략을 세우고 작업을 해도 결과가 좋았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점점 “한방”을 찾는 사람이 많아진다. 그런데 어떤 큰 활동 하나를 찾기보다 지금부터 작은 일이라도 시작하자. 모두가 찾고 있는 이 획기적인 한방은 오랫동안 작은 일들이 쌓여서 나온 거다. 시간이 부족하고 조급한 마음에 그럴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렇게 무리하게 진행하는 건 아이에게 좋지 않다. 설령 그런 큰 ‘건’ 하나를 건져서 합격이 된 들 다른 쟁쟁한 입학생들과의 대학 생활이 어떨까? SAT 2400, 큰 대회 상, 큰 단체의 장 등 한방이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

지금 당장 원서를 준비해야 하는 11학년도 한방은 잊어라. 명문대는 가고 싶은데 그동안 한 것은 없고 그 한방을 찾고 싶은 심정은 안다. 그러나 본인의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어떤지 우선 파악을 해야 한다 (자기 성찰). 그리고 한방을 찾을 것이 아니라 본인이 경쟁자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모색하자. 십중팔구 지금 찾는 한방은 다른 경쟁자가 이미 하고 있거나 비슷한 것을 찾고 있을 거다. 나와 같은 학교에 지원하는 2만, 3만 명 중에 그런 학생이 없을까? 그러니 11학년이라도 지금부터 본인의 차별화 점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작은 거 하나라도 잡고 그것에 맞게 진행해야 한다. 적금처럼 조금씩 조금씩 하다 보면 그게 나중에 한방이 된다. 입학사정관도 이런 학생을 찾고 있다.

(내일신문 4/12/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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