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에서 수천만 원까지, 그리고 몇백 시간을 들여 SAT를 준비하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돈과 시간을 엄청나게 투자하여 원하는 점수를 얻는 방법은 다양하다. 각 학원과 강사의 나름 노하우가 다 있고 그런 루트를 통해 우리나라 학생은 원하는 점수를 얻는 경우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미국에서도 인정하고 요즘은 중국 동남아에서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렇게 해서 원하는 점수를 얻었다고 치자. 그러면 우리나라 부모는 그동안 투자한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었기 때문에. 바로 이 "결과"가 무엇인지 우리나라 부모는 완전히 잘못 짚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영어교육을 하고 수많은 영어학원과 공부 자료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영어 실력은 아직도 문제가 많다. 그 근본 원인은 우리나라는 영어학원을 가서 영어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영어 시험을 공부하기 때문이다. 언어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고 시험을 공부한다. 어떤 문제가 나오고 문제 유형에 따라 어떻게 답을 구해야 하는지, 혹은 답의 족보를 외워서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하는지를 공부한다. 당연히 영어 실력이 높지 않아도 점수는 높게 나올 수가 있다. 필자가 과거에 만난 많은 학생 중에 나름 학교에서 성적도 우수하고 미국 명문대를 준비하고 있지만, 독해를 시켜보면 어떻게 저런 독해 실력으로 저런 SAT 점수를 받았을까에 대해 의문이 든다.
학원으로 계속 돌리면 SAT 점수는 오르게 마련이다. 학원 다니는 동안 아무래도 영어 실력이 조금이라도 늘 수밖에 없는 건 사실이다. 단어도 많이 외울 것이고. 하지만 그렇게 해서 얻은 높은 SAT 점수에 비해 실제 그 학생의 독해 실력은 높지가 않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SAT 2300 맞은 우리나라 학생과 2300 맞은 미국학생의 영어 실력이 같을 거로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부모나 학생은 그 점수를 가지고 2300 맞은 미국 애들하고 같이 학교 다니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 걱정이 없다. 아이비리그 가서 고생하는 특목고 애들이 왜 생기는지 관심도 없는 것 같다. 무조건 넣고 보는 거다. 들어가면 어떻게 되겠지. 들어가서 이를 악물고 공부하여 적응하는 학생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도 부지기수다. 영어 실력은 그만큼 안 되는데 SAT 점수는 2300이 나왔기 때문이다.
SAT 공부의 목표는 영어 독해 실력 향상이다. 점수가 아니다. 영어 실력이 원래 뛰어나 어느 정도의 준비를 통해 2300 맞은 것과 2000 정도의 영어 실력인데 학원을 몇 년간 다녀서 요령과 비법으로 받은 2300의 영어 실력은 크게 차이가 난다. 이 학생이 명문대에 합격해도 결국 2000 또는 2100 정도의 영어 실력으로 2300의 영어 실력을 지닌 미국 아이들과 같이 경쟁하는 거다. 많은 경우 학교에서 하위 그룹으로 졸업하게 될 수가 있다. 그것도 졸업하게 된다면 말이다.
우리 아이가 SAT 점수가 문제라고 생각하기 전에 영어 독해 실력이 어떤지 따져봐야 한다. 학원은 시험을 보기 약 1년 전 방학부터 시험 준비를 위해서 가야 한다. 시험 보기 2, 3년 전부터 시험 학원을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은 영어 글을 읽어서 독해력을 쌓아야 한다. 학원으로 돌리는 우리나라 교육 방식이 미국 대학 갈 때도 적용이 되는 것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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