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21.

10학년까지 공부를 한 자도 안 했다. 좋은 대학 갈 수 있을까? (트레이닝복 얘기)

당연히 갈 수 있다. 올바른 지도만 받는다면.

2년 전 여름, 지겹게 공부 안 했던 제자 한 명. 그해 여름 SAT수업 말미에 나한테 와서 이제부터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겠다고 하면서 자기 학업 계획서를 보여줬다. 하루에 어떻게 얼마를 공부할지 빼곡하게 계획을 짜놓았다. 보자마자 이렇게 대답했다.

"너 이거 한 달 지키면 내가 널 형님으로 모실게. 이거 계획대로 될 거 같니? 이런 거 다 필요없고 너가 지금까지 왜 공부를 안 했는지, 그리고 무엇이 널 공부로부터 멀게하는지를 생각해서 그걸 처리할 방법을 생각해. 하루에 SAT 단어 몇십 개 외울 계획 다 소용없어."

며칠 후, 다시 찾아와서, "저 이번에 제가 좋아하는 옷 다 두고 츄리닝 3벌만 가져가려고요. 제가 멋부리는 걸 좋아하고 나가 노는 걸 좋아하는데 옷이 없으면 나갈 수가 없거든요."

"그래, 바로 이거야! Good luck!"

이녀석 그해 정말 츄리닝만 입고 살았다. 늘 C와 D로 깔던 놈이 11학년 올라가서 올A를 받았다. 시작할 때 SAT 1400에서 결국 1년 반 후에 2000을 넘겼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유명 학원에 컨설팅을 의뢰했지만 제대로 못해줘서 더 좋은 데가 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UC Davis와 Syracuse밖에 못 붙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아이비리그 급이 아닌 학생에게 컨설팅이 더 중요할 수가 있다. (아이비리그 급은 웬만한 곳에서 컨설팅을 받아도 아이 스펙이 워낙 좋아서 좋은 대학에 가기 때문에.)

이번에 경제과 입학하게 되었고, 얼마 남지 않은 여름방학 동안 읽을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한다. 인생이 이렇게 바뀔 수가 있다. 기특한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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