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대학 실패 후 자신감이 없었던 나는 대학 첫학기 전 여름방학 때 대학교 물리교재를 사서 약 한 달 동안 공부를 혼자 했다. 대학 실패에다가 고등학교 때 화학/생물만 했지 물리는 안 했고, 또 미국은 공대도 다 주관식 시험이라 겁을 잔뜩 먹고 방학 때 공부를 했다. 아니나 다를까, 물리 중간고사를 봤는데 전부 주관식였고 답을 차근차근 써갔지만 워낙 객관식에 익숙해져있다 보니 이게 맞는 건지 틀린 건지 자신이 없었다. 시험 망친 줄 알았다. 하지만, 결과는 약 200명 중에 최고점인 126점. 평균은 60점였다. 사소한 실수(단위를 빼먹었거나 설명 부족으로)로 4점이 깎였다. 학기말 시험 때는 TA에게 전화를 해서 점수를 물어봤는데 아직도 기억 나는 것이 TA가 "You blew it! (너 시험 망쳤어)"라고 농담을 하더니 "No, you got to top score. (아니, 너가 최고 점수를 받았어)"라고 했다.
그 이후 자신감을 얻어 한국 고등학교에서 물리를 하지 않았음에도 미국 대학에서 공대필수인 물리 1, 2, 3을 다 A를 맞고, 전공 필수/교양으로 들은 공대역학(engineering mechanics), 공대물리 (engineering physics) 등 모든 물리관련 과목을 A를 맞았다. 대학 입학 여름방학 때 물리를 조금 준비했던 것이 이렇게 큰 효과를 가져올 줄은 몰랐다.
8월 말 또는 9월에 입학을 앞두고 있는 많은 학생들을 보면 많은 생각이 든다. 그동안 마음껏 놀지도 못하고 고생했으니 방학 때 여행도 많이 하고 실컷 놀다 가는 학생을 보면 걱정도 된다. 미국 대학은 합격되었다고 끝이 아닌데. 이제 시작인데. 특히나 영어가 제대로 준비 안 된 상태에서 가는 많은 학생을 보면 많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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