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13.

우리나라 엄마들의 문제

모든 엄마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생각보다 너무 많다. 바로 이런 경우다.

몇 년 전 어느 학원에 출강했을 때의 일이다. 여름 수업이 종료된 후 엄마들로부터의 평가가 안 좋았다. 학생들 SAT 리딩 성적이 별로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그 반으로 말할 것 같으면 정말 애들 학습 태도가 개판인 반였다. 물론 애들은 다 착했다. 나쁜 애들이 아니라 그냥 5분을 집중해서 영어문장을 쳐다볼 수 없는 아이들였다. 아무튼 그럭저럭 아이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나름 수업을 끝냈지만, 2달이 지나도 성적이 안 올랐다고 불만이 쏟아져 나와 학원원장이 나때문에 애를 먹었다고 했다.

이런 엄마들의 생각은 이런 거다. "내가 이렇게 비싼 돈을 줬으니 당신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리 애 성적을 올려놔야 한다"이다. 그런데 물리적으로, 그리고 정말 인간적으로 이 애들은 가르쳐서 성적을 올릴 수가 없는 애들이다. (특히 이런 애들 영어독해는 2년이 걸릴 일이다. 영어를 못해서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인간 언어의 논리가 없는 애들이다.) 하느님도 이 애들은 어쩔 수가 없는 그런 애들이다. 지금 남자친구 때문에 맨날 울상인 애가 무슨 SAT 단어를 공부하겠나? 게임에 빠져 수업 외 시간에는 핸폰으로 게임만 하는 애가 무슨 공부를 하겠나? 온 관심이 연애뿐인 애한테 무슨 분사구문이 머리에 들어가겠나? 그런데 이 엄마들은 그런 애를 돈을 줬으니 공부를 시켜서 점수를 올려달라는 거다. 다시 말해서 둘 중에 하나를 하라는 거다. 본인도 어떻게 고칠 수 없는 애를 내가 완전히 바꿔놓든지, 아니면 다른 수를 써서라도 점수를 내라는 거다. 전자는 불가능하니까 방법은 후자밖에 없다. 성적을 올릴 수 없는 애들 성적을 올리려면 불법으로 문제를 미리 알려주는 거 외에는 방법이 없다. 그래서 많이들 그렇게 한다. 자연의 순리다. 또 성적을 일부러 올라가도록 모의고사를 조작하기도 한다. 그럼 또 엄마들은 마치 레어아이템(성적을 올려준 학원)을 어렵게 비싼 돈 주고 득템한 듯 신나한다. 이게 교육현장인지 시장바닥인지 구분이 안 간다.

나는 이런 아이들을 맡게 되면 내 목표는 당장 눈앞의 점수가 아니다. 남자 친구 때문에 맨날 울면서 고민하는 아이가 아프로 남자한테 관심을 끄게 만들 수도 없고, 게임에 빠진 애가 내 수업을 듣는다고 게임을 끊는다?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나는 이런 애들을 맡게 되면 언젠가 각자 때가 되면 (그 때라는 건 학생마다 다르다), 정말 나를 필요로 하는 그 순간이 되면 나를 믿고 찾을 수 있도록 신뢰를 주는 거 외에는 달리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철이 들어서 찾아오는 학생이 꼭 있다). 물론 단어도 가르치고 문법도 가르치고 학업적 내용은 다 전수하여 한 가지라도 배워가도록 노력한다. 하지만, 그걸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아이들한테 그걸 다 소화해서 점수를 올리라고 말하는 엄마에게는 그 돈 가지고 딴 데 가시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아니, 선생님은 도대체 뭘 하시길래 애가 2주가 지났는데도 점수가 안 올라요?"라는 얘기를 들으면 이런 말이 혀끝까지 나오다 만다. "아니, 어머님은 지금 애가 어떤 상태인지 알고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어머님 애는 지금 영어가 문제가 아닙니다. 공부 자세와 태도가 문제입니다. 어머님께서 아이에 대해서 모르시는 게 너무 많습니다. 그건 알고 계신지요?" 하고.


아이의 병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의사한테 다그친다. 그리고 효과가 직빵인 약이나 주사를 주는 의사는 명의라고 소문이 난다. 그 "명의"는 부자가 되고, 엄마는 주위의 부러움을 사 목에 힘주고 다니며 자신의 업적에 스스로 뿌듯해 할 때, 애는 골병이 든다. 매해 이런 경우를 보면 정말 애만 불쌍하다. 애가 무슨 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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