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학부모가 생각해야 할 것은, 공부 잘하는 것과 잘 가르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거다. 필자가 고등학교 때 서울대 전자공학 다니던 형으로부터 수학 과외를 받은 적이 있다. 그때 그 형을 통해서 나는 삼각함수를 완전 꿰뚫게 되었다. 원 하나로 삼각함수의 개념을 통달하게 되었다. 또 한 명의 서울의대 형한테 수학 과외를 받았는데, 그 형한테서는 배우고 남은 게 없었다.

정말로 잘 가르치는 강사들은 학벌을 별로 내세우지 않는다. 여기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그럴 필요가 없고, 또 하나는 학벌 위조문제 때문이다. (학원계에서 유명한 강사 중에 학벌 위조가 꽤 있다. 학원계에서 알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물론 아이비리그 출신 중에 좋은 강사가 없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강사 학벌을 내세우는 학원은 크게 영양가가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특히 젊은 선생은 아무래도 경력이 좀 되는 강사보다 그동안 문제를 풀어본 횟수도 적고 강의 경험도 적기 때문에 강의의 질에서 차이가 나는 건 확실하다. 이건 누구를 깎아내리려는 것도 아니고 필자를 자랑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냥 팩트(fact)다. 정보가 많은 부모는 벌써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어 글을 올린다.
학벌 위주의 사회이다보니 학부모가 학벌에 혹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래서 학원 입장에서는 강사의 학벌을 내세우는 게 당연할 수 있다. 아무튼 학부모는 강사의 학벌로 수업을 선택하면 안 된다. 상식적으로 학벌보다 강의 경험이 수업의 질과 더 밀접한 관계가 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포인트 하나를 소개하겠다. 한국 토박이로 중고등학교 때 유학을 간 학생은 절대 우리말이 서투른 교포나 미국인 강사의 수업은 듣지 말아야 한다. 이런 강사의 수업은 미국에서 오래 살아서 우리말보다 영어가 더 편한 학생한테는 맞을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유학생에게는 최적의 수업이 될 수가 없다. 또 너무 미국 문화를 모르는 강사도 바람직하지 않다. (학벌 위조 강사들이 이에 해당한다). 양쪽 문화와 언어에 대한 감각이 있는 강사가 제일 좋다. 원어민 강사는 회화에는 최고일 수는 있지만, SAT 같은 어려운 영어시험 (GRE, GMAT, LSAT 등)에는 최고가 아니다. 시험문제 분석을 많이 했고 강의 경험이 많은, 그리고 한국 학생과 미국인의 사고방식을 동시에 아는 강사가 최고다.
기준은 명확하다. 우리 아이가 한국말을 제대로 못 알아듣는다면 교포나 미국인 강사 수업을 들어라. 한국말 알아듣는다면 무조건 한국인 강사한테 가는 것이 좋다.
(**주의: 필자가 그동안 본 영어에 아주 능통한 학생도 대부분 한국말이 익숙하다. 회화로 영어가 더 편하다고 영어가 더 편한 게 아니다. 그동안 수백 명의 SAT 수강생 중에 우리말 수업을 들으면 안 되는 학생은 정말 한 손에 꼽는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