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각 학원의 SAT 리딩 광고를 보면 종종 나오는 단어가 있다. 바로 "논리"다. 그전에는 리딩에서 학원의 차별화 포인트를 별로 찾지 못했다가 언젠가부터 SAT 리딩은 논리를 바탕으로 수업을 해야 한다는 식으로 광고하는 걸 종종 보게 되었다. 또 SAT는 Reasoning Test (이성/논리 테스트)이기 때문에 학생이 논리를 알아야 리딩을 잘할 수 있다고 광고한다. 그게 무슨 뜻인지 여기서 쉽게 설명하겠다.
SAT 리딩에서 논리를 필요로 하는 문제는 딱 한 개 나온다. 많아야 2개다. 흔히 추론 문제라고 하는데 지문의 문장을 읽고 거기서 추론할 수 있는 내용이 무엇이냐이다. 그리고 그 정답을 보면 지문에 안 나온 내용으로 되어 있고, 지문에 나온 내용이면 오답이라고 가르친다. 실제로 이런 문제는 학생이 보면 도대체 이게 왜 정답인지 이해가 안 된다. 이 문제가 리딩 문제에서 가장 어렵고 이것을 잘해야 리딩 700을 넘긴다고 학생과 부모에게 강조한다. 뭐,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 (사실 좀 이상한 것은, 700을 계속 못 넘기는 아이들 지도하다 보면, 이 친구들이 700을 못 넘기는 이유가 이런 추론문제를 못해서가 아니었다. 그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신기하지 않은가? ^^) 하지만 전문가로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게 이 "논리"라는 것이 겁먹을 만큼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니다.
이렇게 어려운 추론 문제는 시험에 나와봐야 1개 나온다. 보통 주어진 지문을 읽고 (또는 한 문장을 읽고) imply(추정) 할 수 있는 내용을 고르라고 한다. 이런 imply 문제 중에서도 어떤 것은 그렇게 거창하게 말하는 "논리"가 필요없이 풀 수 있는 문제가 있고, 또 말 그대로 "논리"가 필요한 문제가 있다. 필자가 2000년 이후 지금까지 공개된 그 수많은 문제 중 정말 학생이 논리적으로 추론해야 맞출 수 있는 문제는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10개도 안 되는 걸로 기억한다. 대부분 일반 독해로 다 답이 구해지며, 한 시험당 이렇게 어려운 추론 문제는 나와야 1개 나온다. 나머지는 추론 문제이기는 하나 다 독해력 문제였다.
또, 여기서 말하는 그 넘기 어려운 거대한 산 같은 "논리"라는 게 사실 우리나라 고1 수학에 나오는 명제 중 한 개만 알면 끝이다. 정말 별것 아니다. 무슨 철학수업을 들어야만 이해할 수 있는 그런 대단한 논리가 아니다. 그리고 다시 말하겠지만 이런 문제는 나오면 1개이며, 안 나오는 때가 훨씬 더 많다.
나중에 라이팅 편에서도 같은 얘기가 나오겠지만, 이 어려운 추론 문제 1개를 맞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외에 쉬운 문제에서 틀리는 거에 더 신경을 써야한다. (라이팅도 보면 그 쉬운 주어/동사 일치도 틀리면서 새로운 문제만 찾는 애들이 있다. 가차없이 꿀밤이다.) 어려운 문제 맞췄다고 가산점이 있는 것도 아니며, 내가 700을 못 넘기는 이유가 (또는 600을 못 넘기는 이유는) 딴 곳에 있는지 체크해보았는가? 그것부터 제대로 진단하고 공략해야 한다. 지금까지 진단해본 바로는, 대부분 다른 곳에 이유가 있었다. 그 "논리"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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