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5. 25.

미국 대학 원서컨설팅 관련 Myth (속설)

“아니, 선생님, 우리 아이의 최대 키포인트(Key Point)는 전국 A 대회에서 우수상을 탄 것인데, 왜 아무 쓸데 없는 어렸을 적 얘기를 퍼스널(Personal) 에세이로 쓰나요? 그것도 창피하게 공부 못하고 놀던 애들과 친하게 지냈던 얘기를요. 이거 정말 마음에 안 드네요.”

“저 선생님, 에세이 결말을요 온 가족이 다시 재회해서 즐거운 시간을 갖는 모습으로 끝내게 바꿔주세요. 그러면 더 아름답고 감동적인 에세이가 될 것 같아요.”

“저희 사촌 형이 읽어보더니, 에세이 전체에 bright라는 단어가 너무 많이 들어갔데요. 그것 좀 고쳐주시고요, 그리고 인트로(도입) 부분을 제가 나름 색다르게 꾸며봤어요. 저는 이게 마음에 들어서 이걸로 했으면 좋겠어요.”

“제 선배가 그러는데 아이비급 학교에서는 레쥬메(Resume)를 한 장으로 해야 한다는데요. 그 형도 작년에 그렇게 해서 U 대학에 입학 했구고요. 그래서 그냥 한 장으로 줄였어요. 이렇게 낼게요.”

미국 대학 원서 컨설팅을 하다 보면, 가장 어려운 점이 필자의 전문적 견해로 작업 된 내용을 학생 또는 그 “주위 분”들의 의견으로 고치려고 할 때 발생하는 의견충돌이다. 특히 소위 말하는 탑(top) 애들 중에 이런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주위 분”들이란 다음에 해당하는 분들을 일컫는다: 학생 부모님, 미국 명문대에 다니는 사촌, 국내/해외 명문대 영문학/교육학 교수, 한국 유학생을 잘 모르는 미국인 학교 카운셀러, 심지어 바로 전 해에 명문대에 입학한 고등학교 선배 등이다. 지금까지, 이런 경우 필자보다 미국 대학 원서 컨설팅 경험이 더 많으신 “주위 분”들은 본 적이 없다 (그런 분이 계셨다면 필자에게 컨설팅을 맡기지도 않았겠지만). 왜 이런 문제들이 일어날까?

그 배경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미국 대학 원서작업에서는 에세이 외에 대단한 것이 없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SAT 점수 잘 높였고, 내신 잘 따놓았고, 훅(hook, 본인의 차별화 포인트)도 그동안 전략적으로 계획하여 잘 개발해 놓았으니, 이제 에세이만 잘 쓰면 원서작업이란 것이 크게 어려울 게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에세이는, 말 그대로 글만 잘 쓰는 분한테 도움을 받는다. 대표적인 예로, 아이비리그 영문학과 박사학위 출신. 더 치명적인 문제는, 이렇게 “주위”에서 얻은 그릇된 정보(myth)들을 컨설팅 과정에서 잘 반영하여 학생 또는 부모님의 마음을 흡족하게 해드리면 컨설팅을 정말 마음에 들게 잘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거다. 이것 또한 myth이다.

다음과 같은 예도 있다.

“저희 아이는요, 앞으로 무슨 무슨 공부를 할 것이고, 성격은 이런 스타일이고, 앞으로 이런 일을 하려고 하니, 이런 저희 아이의 적성과 목표에 가장 적합한 아이비리그 학교 리서치 좀 해주세요. 어느 학교가 우리 아이에게 딱 맞을까요?”

정답은, 그런 학교는 없다는 거다. 물론, 본인이 가고자 하는 예비학교들을 어느 정도 조사하는 건 기본이다. 하지만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학교 조사는 합격한 이후에 하는 것이며, 그 전에는 어느 정도 후보군을 만들어 놓을 수 있을 정도의 리서치만 하면 된다. 어차피, 그 전에 아무리 많은 연구원을 동원하여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 학교를 결정해봐야 정작 그 학교에서 떨어지면, 헛고생만 한 셈이다. 문제는, 이런 리서치를 많이 해 줘야 좋은 컨설팅이라고 생각하시는 부모님도 계시다는 거다. 또 하나의 myth이다.

컨설팅이라는 건 (경영 컨설팅이든 원서 컨설팅이든), 기존의 정보들을 처음부터 ‘재해석’하여 다시 정리하는 거다. 그동안 잘 쌓아온 정보들(내신, SAT, 특별활동 내용 등)만 갖춰놓고 재해석을 하지 않은 채 에세이만 잘 교정 받아서 원서를 작성한다면, 그것은 전혀 컨설팅을 받은 거라고 할 수 없다. 또한, 재해석을 해야 하는데 자꾸 그 동안의 해석(본인, 부모님, 또는 지인들의 해석)을 활용하여 학생 정보를 단순히 재배열하려거나, 작업의 우선순위를 잘 모르고 컨설팅을 진행하는 것 역시 제대로 된 컨설팅이 아니며, 이 모든 것들은 미국 대학 원서작업에서 치명적인 오류를 범하는 지름길이다.

결국, 이런 미국 대학 원서 컨설팅에서 myth로 때문에 범할 수 있는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공신력 있는 컨설턴트를 찾는 게 관건이다.

(내일신문 5/25/2010)

2010. 5. 23.

“나는 특별히 한 게 없는데……”

재준이는 과학고 출신으로 교내 과학대회 상은 많았지만, 국내/국제 올림피아드 상은 없었다. 목표는 미국의 탑10 명문대에서 공학을 전공하는 것. 보통 과학고에서 명문대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올림피아드 같은 큰 상들이 있는 경우가 많아 재준이가 지원할 당시 주위에서는 무모한 지원이란 평가를 했다. SAT도 최고 점수가 2010으로 한마디로 많은 면에서 과학고 출신으로 눈에 크게 띄는 학생은 아니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여느 동급생들과는 달리 과학도임에도 예술적 관심이 풍부했다. 미술, 영화, 건축 등에서 본인의 예술적 감각을 꾸준히 개발해왔다. 하지만 이런 분야에서도 그리 뛰어난 업적을 이룬 것도 아니었다.

미국 중부의 작은 기독학교 유학생이었던 영철이는 상황이 재준이보다 더 심각했다. 영철이 역시 목표가 꽤 높았다. 아이비(Ivy)리그였다. 하지만 GPA 3.7에 SAT가 1960, SATII에서도 수학과 화학이 600대 후반이었다. 또한, 시골의 작은 학교에 다녔기 때문에 학교에서 제공하는 과외활동 외에는 할 수 있는 활동들이 아예 없었으며, 여름방학 때 한국에 들어와서 특별히 한 것도 없었다. SAT 준비 외에 혼자 책을 읽은 것이 전부였다. 나름의 학교생활을 열심히 했지만, 요즘같이 레쥬메가 서너 장 이상 되는 경쟁자들 틈에서 영철이는 아이비리그에 명함도 못 내밀 정도의 프로파일이었다. (활동사항이 적어 레쥬메도 작성하지 않았다.)

정수는 국내 S고(일반고)에서 GPA 3.4, SAT가 1610, 그리고 토플은 80 이하였지만 목표는 30위권 대학 진학이었다. 불안한 중위권 성적에다가 국내 일반고를 다녀 다른 특목고 학생들처럼 많은 양의 과외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정수는 갖추지 못했다. 굳이 내세울 것이 있다면 마술동아리에서 활동을 조금 했다는 것뿐. 정수는 어떻게 보면 재준이나 영철이보다 목표 대학 입학이 더 어려울 수가 있다. 전혀 알려지지 않은 국내 일반고 출신에 뛰어나지 못한 영어실력이 과연 50위권 학교도 가능할지 의문이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위 세 학생의 프로파일을 보면 과연 저런 스펙을 가지고 목표하는 대학들에 진학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 지원자들과 비슷한 레벨의 스펙이 아니면 그만큼 가능성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번 칼럼에서도 언급했듯이 미국 대학 입학은 입학사정관의 주관적 판단이 제일 큰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단순히 표면적 스펙을 보고 그 누구도 섣불리 판단을 내릴 수가 없다. (개인 정보를 넣으면 목표하는 학교의 합격 가능성을 %로 알려주는 웹사이트도 있다고 한다.)

아무튼, 이런 때 컨설턴트로서 할 일은 학생의 인격적인 차별화 포인트를 잡는 원서전략을 짜는 것이다. 재준이의 경우, 과학고 학생으로 연구 활동과 나름대로 경시대회 경력 등을 최대한 살리는 것도 하나의 전략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동료의 스펙이 어떤지 빤히 아는 상태에서 그런 전략으로 가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결국, 심도 있는 전략회의를 거친 끝에, 재준이의 예술과 건축에 대한 열정과 집념을 전략의 핵심포인트로 잡았다. 과학고의 방대한 학업 량을 소화하면서 본인의 열정을 따라 영화와 미술, 그리고 건축활동을 틈나는 대로 실행에 옮겼던 얘기들을 소재로 에세이들을 작성하였다.

영철이는 ‘초라한’ 과외활동을 부풀리는 것도 하나의 전략일 수 있지만, 이것은 필자의 비즈니스 철학에 위배되는 것이고 전략상 위험하므로 있는 사실(fact)을 토대로 영철이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하는 전략으로 진행했다. 바로 영철이의 특이한 독서방법과 그 많은 독서를 통하여 얻은 영철이만의 독특한 시각이었다. 영철이는 에세이 소재를 택하는 데 있어서, 메인(main) 에세이는 너무나 진부하고 지루한 독서였고, 활동(activity) 에세이 역시 특별할 것이 없는 학교성가대 활동 얘기였다. 소재는 그렇다고 해도 그 내용은 영철이가 평범한 학생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대학에 가서 지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 줄 수 있을 정도로 완벽했다.

마지막으로 정수는 본인의 마술활동에서 얻은 경험이 대학에서 공부하고 싶은 전공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를 설득력 있게 잘 표현하여, 앞으로 전공에 대한 열정을 보이는 전략으로 원서를 진행했다.

재준이는 결국 스탠퍼드 (그것도 입학이 제일 어려운 곳 중 하나인 공과대학에) 대학에 합격하여 현재 전공을 생물/생명공학 쪽으로 바꿨으며, 영철이는 코넬대학의 화학과에 입학하여 곧 1학년을 우수한 성적으로 마칠 예정이다. 그리고 정수는 입학 전까지 토플을 80점 이상 올린다는 조건으로 (결국, 나중에 80점을 넘겼다) 케이스 웨스턴 대학(탑 30위권 대학)에 조건부로 합격했는데 우수한 학업성적에서 얻은 자신감으로 2학년 때는 랭킹이 더 높은 학교로 편입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내일신문 5/23/2010)

2010. 4. 27.

소개팅과 미국 대학 입학, 그리고 생선회

유정이는 올해 E여대 2학년으로 명문가 출신에 168cm, 48kg의 날씬한 몸매, 하얀 피부의 청순한 이미지의 소유자다. 청바지가 완벽하게 어울리는 그녀는 등하교 때마다 모든 학생의 이목을 받는다. 외모뿐만 아니다. 데이트에서 반은 본인이 밥값을 낼 정도로 성격도 ‘쿨’하고 온종일 같이 있어도 지루하지 않을 만큼 그녀의 재치와 유머는 여느 개그우먼 못지않으며, 그녀의 해박한 지식과 명석한 두뇌는 그녀가 2년 연속 과 수석이라는 사실을 놀랍지 않게 한다. 집안이면 집안, 공부면 공부, 외모면 외모, 성격이면 성격, 그 어느 하나 빠질 것이 없는 그녀도 남다른 고민이 있다. 바로 하루에도 수십 개씩 날아오는 데이트 신청이다. 남자에도 관심이 많은지라 멋진 남친을 갖고 싶지만, 문제는 상대를 고르기가 너무 어렵다는 거다. 소개팅 또는 데이트 “지원자” 대부분은 명문 법대, 의대 아니면 치대 출신으로 키 180cm 이상에 몸무게 75kg, 얼굴은 당연히 훈남에 고급차는 필수다.

미국의 명문대들이 매해 수만 건의 지원서를 받는데, 이 학교들의 입학사정관들도 이 모든 지원서를 보며 느끼는 심정은 유정이가 느끼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을 거다. 도대체 여기서 누구를 뽑을 것인가? 예전에 코넬대학교 입학사정관은, “지원자들 95%는 객관적 자료(GPA, SAT)가 거의 같다”고 했다. 이럴 때 입학사정관들은 주관적인 자료 즉, 에세이와 추천서에 어쩔 수 없이 의존하게 된다고 한다. 모두 좋은 성적과 눈부신 과외활동을 한 상태에서 당락의 결과는 결국 지원자가 어떤 주관적인 데이터를 제출하여 입학사정관들의 마음에 들게 했느냐에 달린 거다. 그 주관적 판단을 돕는 자료가 에세이와 추천서이며, 이 중에서도 더 중요한 것이 에세이다. (웬만큼 우수한 학생이면 학교에서 좋은 추천서는 받을 수 있다.)

유정이도 결정을 못 내린다. 김군은 대학이 마음에 드는데 이군은 집안이 자꾸 끌린다. (박군을 거절하자니 그의 외제스포츠카가 조금 아쉽다.) 결국 유정이가 선택한 방법은 모두 만나보고 결정하는 것. 만나보면, 그 사람의 성격이 어떤지, 목소리나 풍기는 이미지가 어떤지 직접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관심사(Interest)는 무엇이고, 어떤 관점(Perspective)을 가졌는지, 또 인생의 목표(Goal)는 무엇인지 직접 들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스펙이 아닌 본인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결정을 내리겠다는 것이 유정이의 생각이다. (그녀에게는 특히 지원자의 리더쉽, 열정 등 인간적인 면에 크게 매력을 느낀다. 하지만 스펙에서는 이런 주관적인 요소는 결코 알아낼 수가 없다.) 이런 반면, 지원자들은 소개팅 주선자에게 본인의 피상적인 장점들만을 골라 잘 얘기해달라고 부탁한다. 김군은 본인의 학벌, 이군은 본인의 집안 (박군은 외제스포츠카?) 등 주위에서 부러워하는 본인의 스펙을 줄줄이 열거 또는 과장하여 본인을 최대한 멋진 남성으로 포장한다. 유정이와 직접 만나서도 이런 면들을 과시하기에 바쁘다. 정작 유정이는 어떤 생각으로 자신들을 평가하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으니,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미국 명문대 입학사정관들은 지원자나 그 부모와 사고방식이 매우 다르다. 최고의 SAT 점수와 GPA, 무수한 과외활동 내용을 가지고도 모든 Ivy 리그 학교들에서 불합격되는 예가 매해 나오는 반면, 기본 스펙이 다른 지원자들의 평균 이하임에도 그들을 제치고 붙는 학생들이 매해 있다. 우리의 일반적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이것이 미국 대학 입학의 특징이며 이러한 ‘기이한’ 현상의 원천에는 입학사정관들의 주관적 판단이 있다. 이들의 마인드를 읽는 것이 미국 대학 입학의 열쇠이며, 이러한 이해를 갖춘 상태에서 에세이와 원서작업을 해야 한다. 특히, 이 주관적 판단요소에서 타 지원자들보다 두각을 나타내려면 지원서의 에세이에서 본인의 차별화된 요소를 “적절하게” 보여줘야 하는데, 아직도 대부분의 우리나라 지원자들은 이 부분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고 있다. 사실, 입학사정관들이 어떤 마인드로 학생을 뽑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작업하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 심지어 많은 컨설팅 업체도 이런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

참치회에서 최고급부위로 쳐주는 것이 가모도로(특 뱃살)라고 한다. 미국 입학사정관들이 원하는 것은 가모도로인데 우리 생각에 건강에 좋다고 아무리 아나고(붕장어)를 갖다 바친들, 왜 아나고를 갖다 주는지 이해할까? 벌써 다른 아나고들로 신물이 났을 거다. 이런 사고방식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나라 지원자들은 미국 명문대 입학이 점점 더 어려워질 거다. 유정이를 이해 못 하는 김군, 이군, 박군처럼.

(내일신문 4/27/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