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2. 16.

[내일신문 칼럼] 실속과 성장사고방식(Growth Mindset)

미국 대학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3편) - 실속과 성장사고방식(Growth Mindset)

(지난주에 이어 계속)


7. 문제풀이 천재는 아무 쓸모가 없다. 


한국에서 명문대 입학에 실패하고 미국으로 유학 간 필자는 수강과목에서 수학 천재로 알려져 있었다. 공대학생이었던 필자는 미적분(calculus), 해석기하학(analytical geometry), 공업수학 (engineering math), 미분방정식(differential equation), 선형대수(linear algebra), 복소해석(complex analysis) 등 모든 수학 과목을 A를 받았다. A만 받은 것이 아니고 평균이 50점대 일 때 유일하게 보너스 점수까지 합쳐 110점을 받는 일이 허다했다. 하루는 수학과 교수가 사무실로 부르더니 앞으로 들을 수학과 커리큘럼을 짜주면서 자기가 지도교수가 되어주겠다는 거다. 대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그런데 대학교 4학년 때 수학 전공자들이 듣는 실해석 (real analysis) 수업을 들었을 때 충격을 받았다. 수업시간에 교수와 수학과 학생의 대화를 나는 전혀 알아듣지를 못했다. 분명 그들은 영어로 말하고 있었는데도. 2학년 때까지만 해도 수학 과목을 전부 A로 휩쓸어버릴 정도의 실력을 갖춘 필자가 바로 다음 단계 전공과목을 들었는데 단 한마디도 알아듣지를 못했다. 그래서 수강 2주차에 그 과목을 바로 드랍(drop)했다. 한국에서 고등학교 내내 수학정석과 해법수학으로 문제풀이의 귀신이 된 필자가 미국에서 대학교 4학년 때 받은 충격은 아직도 잊혀지가 않는다. 최근 OECD 국가의 청소년 학습성취도 조사에서 한국 학생들은 대체로 중3까지는 세계에서 탑이다. 하지만 그 이후, 그리고 대학에 가서는 경쟁력이 한없이 떨어진다는 결과를 본 적이 있다. 이 결과를 보니 필자의 “천재적인 수학문제 풀이 실력”이 생각났다.

OECD 국가 15세의 학습능력 평가결과

아직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한때 우리나라 토플 점수가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유학생들 토플 점수가 매우 좋았다. 그런데 막상 미국에 가면 영어 한마디 제대로 못한다. 전부 영어 실력은 없어도 답을 찍게 가르치는 족집게 학원 덕분이다. 토플은 사실 족집게가 어느 정도 가능하다. 그런데 SAT도 족집게가 가능할까? 물론 라이팅의 객관식 문제인 문법에서는 족집게가 가능하다. 문장을 해석할 줄 몰라도 (영어 실력이 모자라도) 답을 고를 수 있는 비법이 있다. 하지만 리딩은 절대로 족집게가 될 수가 없다.

많은 학원에 다니고 많은 기출문제를 풀어서 문제풀이 천재가 되어도 남는 것은 주위에 자랑할 수 있는 SAT 점수일 뿐이다. 정작 본게임인 미국 대학에 가서 고생하게 될 거면 그 자랑스러운 SAT 점수가 무슨 소용인가? 마치 필자가 대학교 4학년 때 한 수학 강의에서 깨진 것처럼 미국 대학을 목표로 하는 많은 한국 학생이 대학 들어가자마자 영어 독해와 작문에서 깨지고 있다. 콜롬비아 대학에서 2학년 때 GPA 2.8로 결국 휴학하고 귀국한 학생을 안다. 또 코넬 대학의 한 학생은 밤새워 공부해도 B밖에 안 나온다면서 대학생활이 너무 괴롭다고 하소연을 한다. 필자를 문제풀이 천재로 만들어낸 교육방식이 미국 대학을 준비하는 요즘 학생들에게도 적용되고 있다는 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문제 푸는 능력보다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을 키워야 하는데.


8. 실속을 챙기자.


필자의 학생 중 한 명은 다트머스(Dartmouth)와 콜게이트(Colgate)에 동시에 붙었다. 다트머스는 재정지원이 없었고 콜게이트는 연간 $50,000의 재정지원이 나왔다. 대학원이 없고 학부만 있는 명문 리버럴 아트 대학(Liberal Arts College)에 대해서 잘 모르셨던 학생 부모는 콜게이트를 나오면 누가 알아주느냐며 다트머스를 고집했다. 필자와 학생이 우겨서 콜게이트로 갔다. 콜게이트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그 학생은 하버드 대학원에 입학했다. 나중에 하버드에서 박사학위를 받으면 학부가 다트머스였는지 콜게이트였는지가 얼마나 중요할까? 

또 한 학생은 드림스쿨이었던 브라운(Brown)은 불합격되었지만 버클리(UC Berkeley)에 합격했다. 그런데 아이비리그가 안 되었다는 이유로 학생은 완전히 기가 죽었고 그 부모 역시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들고 다닐 지경이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완전히 초상집 분위기였다. 아이가 재수하게 된 것도 아니고, 명문대 UC Berkeley에 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반응을 보여야 하나? 게다가 학생이 공부하고 싶은 공학은 버클리가 더 우수한데도 단지 대학 간판이 남들이 선망하는 아이비가 아니라는 이유로? 드림스쿨이 안 된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런 식의 반응은 앞으로 더 큰 일을 해야 할 학생에게서 나와야 할 반응으로는 아주 부적절하다. 부모의 반응 또한 매우 바람직하지 못할뿐더러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 세계적인 공학프로그램을 갖춘 버클리에서 대학 생활을 우수한 성적으로 마친다면 이 학생은 성공한 케이스가 되는 거다. 그깟 학부 이름 브라운이 뭐라고.


9. 성장사고방식을(Growth Mindset) 갖자.


스탠퍼드 대학 심리학 교수 캐럴 드웩(*Carol Dweck)은 그의 저서 “마인드세트”(Mindset, 사고방식)에서 성공적인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성장사고방식(growth mindset)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성장사고방식은 어떤 어려움에 닥쳤거나 실패를 했을 경우, 그 경험을 토대로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이겠다는 도전적인 정신상태이며, 이것이 그 사람의 성공을 좌우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이 성장사고방식을 지닌 사람은 결과를 중요시하기보다 과정을 중요시한다고 한다. 그동안 많은 학생을 지도해본 결과 우리나라 학생에게 부족한 면이 바로 이 성장사고방식이다. 결과만 중시하는 우리 문화가 낳은 결과라고 본다. 실속을 차리기보다 이웃집 아이와 비교해서 더 높은 점수, 더 이름 있는 대학을 보내기에 바쁜 우리 부모의 잘못이며, 같은 학교, 같은 반, 같은 학원의 학생이 나의 경쟁자고 저 아이를 이겨야 내가 합격하게 되는 한국의 교육시스템이 낳은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문제풀이 천재가 되어 한 문제라도 더 맞혀야 하고, 공부의 과정보다는 결과인 점수가 나의 성공을 좌지우지하게 된다는 사고방식을 아직도 갖게 된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런 사고방식 때문에 우리의 아이들은 다른 나라의 아이들과 비교했을 때 중학교 이후 경쟁력이 떨어지게 되고, 고득점의 SAT와 화려한 과외활동 스펙을 가지고 입학한 수많은 학생이 아이비리그 및 미국의 명문대학에 가서 힘든 대학 생활을 하게 되는 거다.

미국 대학 준비는 마라톤이다. 지금 눈앞의 결과가 당장 어떤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꾸준한 실력의 향상만이 성공적인 미국 대학 입학이라는 결과를 가져오고, 또 입학 후에도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고등학교 3, 4년의 과정이 바로 이 밑거름을 다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자. 이 과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가려면 꼭 필요한 것이 어떤 비법강의를 제공하는 학원이나 강사도 아니고, 남들은 하기 어려운 어떤 특별활동도 아니고, 높은 시험점수도 아니다. 바로 학생의 정신상태, 즉 성장사고방식이다. 그러니 지금 어떤 것 하나가 마음에 안 든다거나, 준비가 안 되었다거나, 또 마음먹은 대로 안 된다고 낙담할 필요가 없다.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진인사대천명이라고 대학 원서를 제출하는 그 날까지 최선을 다하는 자만이 성공한다.

(*Carol Dweck 교수 소개: http://mindsetonline.com/abouttheauthor/index.html)

(내일신문 2/7/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