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 25.

학생과 학부모 속이는 학원 모의고사

지난 8월 학원생들이 종종 모이는 스타벅스 압구정 미소점에서 들은 학생 간의 대화다.

남학생: “, 이 학원은 공부한 단어가 모의고사에 그대로 나와.”
여학생: “, 그거 사기잖아. 미리 알켜주고 시험 보는 게 어딨냐?”
남학생: “그치, 근데 기분은 좋더라.”

학원에서 모의고사 성적을 좋게 내려고 이런 수법도 쓴다는 걸 직접 확인했다. 남학생 말대로 이렇게 시험 보면 기분은 좋을지 모른다. 하지만 실속이 있는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이번 여름에 필자의 학생 중 한 명은 작년 여름 S학원에서 리딩 점수가 600 중반까지 나왔다고 한다. 이번 여름 내내 500 중반대도 받기 힘들어했다. 내가 봐도 도저히 600이 나올 수 없는 단어실력을 갖추고 있는 학생이다. 도대체 어떻게 해서 모의고사에서 600 중반이 나왔는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학생들의 실력을 이렇게 부풀린다는 걸 이번 여름에 또 한 번 목격했다.


아무리 잘 가르쳐도 SAT는 그리 호락호락한 시험이 아니다.

2013. 9. 11.

SAT 요약 (1)

지난 여름 상담을 해본 결과 아직도 많은 학생과 부모가 SAT에 대해서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럼 어떤 내용은 맞고 어떤 내용은 잘못된 것인지 오늘은 일단 열 개를 먼저 보자.

1. SAT 라이팅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YES.
적어도 시험 점수 면에서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A학생은 라이팅 800에 리딩 600, B학생은 라이팅 600에 리딩 800이면 A학생은 리딩 600인 학생으로 보고, B학생은 리딩 800인 학생으로 평가하지 둘 다 평균 700인 학생으로 절대 보지 않는다. 상위권 학생은 라이팅이 700정도만 나오면 되고, 중하위권 학생들은 영어실력을 쌓는 면에서는 라이팅 수업을 해야 한다 (문법을 익혀야 하니까).

2. SAT는 10월이 어렵고 1월이 쉽다. 왜냐하면, 10월에 고학년들이 많이 보기 때문에? NO.
SAT는 월별로 시험 난이도가 다른 것이지 어떤 학생과 시험을 같이 치느냐가 본인 시험점수에 영향을 주는 게 아니다. SAT는 절대평가지 상대평가가 아니다. (월별로 난이도가 바뀌기 때문에 상대평가라고 잘못 알려진 것이다.)

3. 한여름에 리딩 100점 올릴 수 있다? MAYBE.
600 중반대 학생은 한여름에 충분히 리딩에서만 100점을 올릴 수 있다. 왜냐하면, 단어가 어느 정도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 이하의 학생은 정말 쉽지가 않다. 단어가 한여름에 해결되는 것이 아니므로. 그러니 현재 우리 아이 리딩 점수가 500인데 한 여름에 600을 넘길 거라고 크게 기대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 또 그런 보장을 해주는 학원의 말은 믿을 필요가 없다. 100점을 올리려면 단어를 약 3,000개 이상을 외워야 하며 독해 실력이 2년 치 레벨의 향상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재 9학년 레벨이면 11학년 레벨로 향상). 그런데 이게 한여름에 된다는 건 불가능하다. 한여름에 100점 올리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한여름에 공부를 얼마나 열심히 했느냐가 중요하다.

4. 반드시 학원에 남아서 자습을 해야 한다? NO.
반드시 그런 건 아니다. 보통 학원에서 조교를 두고 학생들 자습을 시키는데, 대체로 조교들 관리가 허술하다. 단어시험 치르게 하고 숙제하게 하는데 조금 지나면 조교와 친해져서 관리가 엄격하지 않게 된다. 학생관리라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조교들도 관리를 엄격하게 못한다. 사실 마음 먹고 공부하려는 학생은 도서관에서 혼자서 공부를 해야 한다. 도서관처럼 잡담도 못하게 엄격하게 관리가 되는 학원이 아니라면 학원에 붙잡아 두는 자습은 크게 효력이 없다. 다른 짓 못하게 그냥 잡아두는 역할밖에 못한다. 별다른 방법이 없다면 이런 식으로 학원에 붙잡아 둬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혼자 공부하는 환경이 있어야 한다. 일주일만 지나면 학원이 공부하는 곳이 아니고 수업만 듣고 친구들과 시간을 같이 보내는 장소가 되어버린다. 본인의 결심이 아주 중요하다.

5. 단어는 하루에 몇백 개씩 외워야 한다? NO.
하루에 최소 10 또는 20개 등 100% 외울 수 있는 만큼 해야 한다. 그러면 한여름에 최소 500개에서 1,000개는 80% 이상 외운다. 사실은 단어 갯수보다도 어떤 단어를 외우느냐가 크게 중요하다. 엄선된 SAT단어 5, 600개라도 여름에 제대로 외우면 점수가 오른다. 많은 학생이 500개도 제대로 못 외운다. SAT를 위한 필수단어는 약 600개이다. 이 600개를 우선 100% 외워야 한다. 그러고 나서 추가로 더 해야 한다.

6. 리딩이 너무 어려우니까 리딩은 포기하고 라이팅만 공부해서 SAT 전체 점수를 올리려고 하는데 좋은 전략인가? NO. 멍청한 전략이다. 이런 생각은 “나는 영어공부 하기 싫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영어공부 싫어하는 놈이 왜 미국으로 대학을 가는가? 영어 실력과 상관없이 SAT 리딩은 반드시 공부해야 한다.

7. SAT 고득점자 많이 배출한 학원이 좋은 학원이다? NO.
원래 고득점자인 학생이 많이 가는 학원이 고득점자를 많이 배출하는 것이지, 보통 학생이 갔는데 많은 고득점자가 나오는 학원은 없다. SAT는 우리나라의 각종 시험 또는 TOEFL이나 TOEIC과는 다르다. 출제경향 파악하고 문제 많이 풀면 점수가 많이 오르는 시험이 아니다. 영어실력이 뒷받침되어야 점수가 오른다. 즉, 단어와 독해능력이 생겨야 점수가 오른다. 그러니 리딩 800인 학생을 많이 배출한 학원에 내 아이가 간다고 800이 나오는 게 아니다. 그 학원은 이미 리딩을 잘하는 학생들이 간 것이다. 그리고 잘하는 학생이 간 이유는 여러가지다. 그러니 내 아이에게 맞는 학원은 단순히 고득점자가 많다고 알려진 학원이 아니다.

8. 무조건 단어가 최고다? YES.
리딩은 무조건 단어다. 심지어 리딩 700점 나온 학생도 단어 때문에 800을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600 후반에서 700 초반의 학생들을 가르쳐보면 두 가지 문제 때문에 800을 못 받는다. 첫째는 영어는 잘하는데 SAT에서 원하는 답을 고를 줄 모르는 기술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 한 경우이고, 둘째는 단어를 몰라서 틀리는 문제가 몇 개 있는 경우다. 첫 번째 경우는 연습을 통해서 만회가 비교적 쉽게 된다. 두 번째 경우는 단어를 더 해야 한다는 얘기다. 리딩 750이하인 점수를 가진 학생은 무조건 단어를 공부해야 한다.

9. 리딩 500대 이하도 기출문제를 많이 풀어봐야 한다? NO.
절대 아니다. 리딩 500대 이하는 기출문제가 별 소용이 없다. 당장 시험이 임박한 12학년은 그래도 기출문제를 풀어봐야겠지만, 그 이전 학년들은 기출문제보다는 단어와 센컴(Sentence Completion)만 집중적으로 우선 해야 한다.

10. 새로운 문제를 많이 풀어봐야 한다? NO.
풀어본 문제를 깊이 파고들어 공부해야 한다. 보통 학원에서 기출문제로 시험을 보면, 수업시간에 강사가 틀린 문제 위주로 문제를 다시 풀어주고 지나간다. 결과적으로 학생들은 그 시험에 나왔던 지문들을 자세히 읽어보지도 않고 넘어간다. 이러면 문제를 백날 풀어봐야 독해실력이 늘지 않는다. 축구실력은 나아지지 않는데 좋은 축구화만 계속 갈아신는 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