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 25.

아이비리그 가고 싶으면 책을 읽어라.

학교 GPA는 3.9, SAT 1960에 SAT II 수학, 화학 모두 600대 후반을 맞은 유학생 제자가 하나 있었다. 특별활동도 학교에서 한 합창단과 육상 외에 별다른 것이 없었다. 봉사활동도 거의 안 했다. 방학 때 필자에게 SAT 수업을 잠깐 받은 거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꾸준히 한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독서였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었다. 그리고 그 내용을 원서 에세이로 썼다. 책을 어떻게 읽게 되었는지, 책을 남들과 다르게 어떻게 읽는지 등에 대해 재미있게 썼다. 그 내용 중에 아래 저자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이 말한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보면 우연적 발견(serendipity)으로 인해 새로운 관심사가 생긴다는 얘기가 에세이에 나온다. 이 제자는 도서관이 아니고 서점에서 몇 시간씩 시간을 보내며 한 책을 읽다가 다른 관심사가 생기거나 모르는 내용이 나오면, 그에 관한 다른 책을 또 찾아 읽는, 마치 인터넷에서 웹서핑하듯이 서점에서 책을 서핑한 내용을 썼다. 신기한 것은, 이런 내용으로 에세이를 썼더니, 시험 성적이 아이비리그 지원자 중 상당히 저조했음에도 코넬대학 화학과에 합격했다. 그것도 수시가 아닌 경쟁률이 훨씬 높은 정시에서.

이 학생의 케이스 하나만으로 일반화 할 수는 없지만, 그동안 제자 중에 아이비리그 간 학생치고 책을 많이 읽지 않은 학생은 없었던 거 같다. 

아래는 아웃라이어(Outlier), 데이빗과 골리앗(David and Goliath), 티핑포인트(The Tipping Point), 블링크(Blink) 등의 베스트셀러 저자 말콤 글래드웰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에 대한 강연에서 했던 말.

"내가 도서관에 가서 종이책을 읽는 이유"

"나는 시간만 되면 도서관을 간다.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간다. 온라인 검색으로 뭐든지 찾을 수 있는 세상이지만, 온라인으로 엑세스할 수 없는 걸 나는 도서관에서 얻는다. 그건 바로 serendipity(우연적 발견)이다. 물론 이 세렌디퍼티는 온라인에서도 얻는다. 하지만, 온라인은 특정 세렌디퍼티만 보상을 하고 다른 세렌디퍼티는 벌을 주는 한계가 있다. 나는 세렌디퍼티를 통한 배움에 관심있고 내가 연구하는 토픽도 이런 세런디퍼티에 의해 나온다.

도서관에 가면 책이 가득하다. 주제별로 책들을 모아놨다. 내가 관심있는 책 주위에는 또다른 연관된 책들이 있다. 연관성은 온라인에도 있지만 여기는 좀 다른 종류의 연관성이다. 온라인의 키워드 연관성과는 다른 주제별 연관성이다. 이렇듯, 나는 아이디어가 조합되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늘 궁금한 학생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6. 6. 1.

권장도서는 그냥 ‘권장'일 뿐

엄마가 학생을 데리고 와서 질문한다.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학생이 서점에 가서 몇 시간 동안 읽고 싶은 책을 고르게 하세요.”

그럼 엄마는 혼란에 빠진다. “아니, 그냥 선생님께서 추천해 주시면 안 될까요? 시간도 아깝고, 애가 뭘 읽을지도 모를 거고…”

다른 학원으로 갔더니, 거기서는 추천도서를 정해줬다. 그 학원에 등록한다.

서점에서 책 고르는 시간을 아깝다고 생각하는 것이나 (어차피 그 학생 그 시간에 친구들하고 카톡하거나 학원 가거나, 뭐 스케줄이 뻔하지 않나?), 애가 뭘 모르니까 일러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부터 고쳐야 한다. 이 때 서점에서 책 고를 줄 모르면 나중에 커서도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누가 일러줘야 한다. 그러다 보면 베스트 셀러만 읽게 된다. 남들이 읽었던 거. 그러면 남들과 달라질 게 뭐가 있나? 이렇게 우리는 시작부터 애가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차단한다.

무슨 책을 읽을지 고르는 건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들고 귀찮다. 이렇게 힘들고 귀찮은 걸 겪지 않도록 부모가 방어망을 쳐주고 애의 손에 책을 쥐어주려고 한다. 그 많은 책 중에서 어떤 걸 골라야 할지, 제한 된 시간 내에 어떻게 고를지 이런 걸 다 해보는 것도 연습이다. 이런 연습을 안 하면 남들이 읽으라는 “권장도서"만 읽게 된다.

아이 보고 고르게 하라고 할 때 빠지는 혼란에 대해 생각해보자. 엄마의 혼란은, 애가 잘못 고를까봐 걱정이 되는 거라고 본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책이란 게 잘못된 선택이 있을까? 좋다, 잘못 고를까봐 내가 골라줬다고 치자.

“Catcher in The Rye (호밀밭의 파수꾼) 읽게 하세요. 이거 미국 고등학교 권장도서니까 읽으면 좋을 거에요.”

이렇게 해서 그 학생이 이 책을 읽으면 그건 잘한 선택인가? 5학년 아이에게 코엘로의 Alchemist (연금술사)를 읽게 했다. 영어 자체가 어려운 글이 아니라 쉽게 읽었다. 다 읽고 나서 책에 대해 물어봤더니 내용은 쉽게 설명을 잘했다. 그런데 그 이상 나오는 게 없다. 행복이 뭐니? 그 청년이 끝에 깨달은 게 뭐니? 너가 그 청년였으면 어떻게 했을 것 같니?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 스타워즈에 빠진 아이한테 한 청년의 행복을 찾아 나선 여행에 대해 느낀 점을 말하라고 하면 뭐가 나올까? 아이의 머릿속에는 온통 마술, 용, 괴물과의 싸움, 오크와의 전쟁, 제다이, 우주전쟁 등으로 가득찼는데. 그리고 무엇보다도, 애가 책이 재미없었단다!

중학생이 학원 북클럽에서 Life of Pie를 읽는다고 했다. 재밌냐고 했더니 그냥 그렇다고 했다. Life of Pie는 나도 별로 재미가 없었다. 물론 학원 수업이니까 어쩔 수 없이 책을 정해서 하는 거지만, 이 아이는 학원에서 정해준 책을 읽을 게 아니라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골라서 읽을 줄 알아야 한다. 그걸 하면 학원을 가겠냐고 반문하겠지만, 그게 안 되는 애가 학원에서 저거 읽는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아이가 서점을 가야지 왜 책을 읽으려고 학원을 가나? 뭔가 잘못되도 한참 잘못됐다.

선생이 선택해주면 잘한 선택이고 학생이 스스로 고르면 잘못된 선택이 아니다. 우리는 무의식 중에 애를 너무 바보취급한다. 책은 그냥 애가 읽고 싶은 거 읽으면 된다. 읽는 게 중요하지 Newbery 추천 도서 읽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남들이 읽은 책, 유명한 책 읽었다고 뿌듯해 할 필요 없다. 애가 읽고 좋아하면 그걸 뿌듯해 해야 한다. 그 책이 애한테는 인터내셔널 베스트 셀러보다 백배 나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