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29.

[내일신문 칼럼] 훅(Hook)에 관한 진실

특목고 학생이었던 수지는 작년에 아이비리그뿐만 아니라 심지어 20~30위권 학교에서도 불합격 통지를 받았다. 내신과 SAT 성적이 모두 아이비리그 급이었으며 특별활동도 예술과 예술치료(art therapy) 쪽으로 파고들어 최상의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이 보였다. 수지 자신은 물론 주위에서는 그녀가 최소한 탑 5 아이비리그 하나라도 합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이비리그는커녕 안정권(safety)으로 넣었던 30위권 대학에서도 불합격되고 말았다. 또 다른 특목고의 민수는 국제올림피아드 수상경력을 가지고도 모든 아이비리그에서 떨어졌다. SAT 점수는 물론 내신도 최상위권의 점수였다. 수지와 민수 모두, 국내생 가운데 강력한 훅을 지닌 것 같다고 평가되는 학생들이었다.

최근 미국 대학 지원에서 중요한 관건은 지원자가 자기만의 차별화된 장점을 얼마나 잘 살리는가이다. 소위 ‘훅’이라고 한다. 자신의 차별화 전략은 요즘 한국 학생들 사이에서 화두이다. 이 훅을 개발하려고 어떤 한국 학생들은 빠르게는 8학년부터 준비하기 시작한다. 훅이 미국 대학 지원에서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과연 “훅”이 미국대학 지원의 전부일까? 만일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많은 “수지”와 “민수”는 왜 미국 대입에서 실패했을까?

필자는 훅의 개발이 그 영향력 면에서 보면 성공적인 미국 대학 지원의 반도 안 된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왜 그럴까? 요즘같이 미국 대입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수지와 민수 같은 경우는 허다하다. 강력한 훅만으로 (혹은 SAT 만점 점수만 가지고 있으면) 미국 명문대 입학이 쉬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현실을 보자. 대부분의 학생은 9학년부터 11학년 때까지 특별한 훅을 생각하지 않고 지낸다. 대개 11학년 끝나는 여름방학 때 컨설팅을 받으러 온다. 이런 경우는 상담을 통해 원서전략을 만들어간다. 특별히 여러 해 동안 미리 만들어진 훅이 없는 경우이다. 따라서 가능한 한 학생의 차별화 전략을 만드는데 컨설턴트들이 집중한다. 그 결과 여러 해 동안 미리 준비한 강력한 훅 없이도 아이비리그 등 탑10 대학에 합격하는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낸다. 이런 경우는 학생의 독특한 인간적인 면을 컨설턴트가 발견하여 그것을 중심으로 원서 전략을 만드는 것이다. 학생의 남다른 인격적 특징이 훅의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즉 훅이라는 것이 반드시 외적으로 볼 수 있는 학생의 모습이라기보다는 학생 특유의 내면적 진실성이 될 수도 있다.

대부분의 한국 학생들은 미국 학생들이 가질 수 있는 ‘막강한 훅’이 별로 없다. 이를테면 레가시 (legacy – 부모가 지원학교의 학부 동문), 기부입학(development case), 특기생(special talent – 전국 또는 세계 대회 입상자), 체육특기자(recruited athlete), 소수계층(minority – 사회/경제적 또는 인종적 소수계층)이다. 간혹 몇몇 학생들이 자신과 부모님의 계획을 통해서 프로파일에 어떤 테마(theme)를 미리 갖출 수 있도록 활동과 학업계획을 여러 해 동안 주도면밀하게 진행하곤 한다. 그러나 이렇게 철저히 준비했다고 해도, 십여 페이지의 원서에 지원자의 훅을 최대한 잘 반영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원서에 훅을 어떻게 잘 반영하느냐가 훅의 개발 자체보다도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필자가 접하는 대부분의 학생은 이런 ‘사전작업’이 아주 미흡하거나 엉성하게 만들어진 상태에서 온다. 그런 학생들의 프로파일에서 입학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훅을 찾아내거나 준비된 훅을 최대한 잘 활용하는 것이 컨설턴트의 역할이다. 이것이 곧 원서 전략의 핵심이다. 미국 대입의 성공 여부는 열대여섯 페이지 되는 지원서와 추가자료에 자신이 다른 지원자들보다 무엇이 다른지, 그리고 지원하는 학교와 얼마나 잘 맞는지를 진솔하게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꾸밈없이 (be authentic).

이제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저학년 학생들은 본인이 한국 학생으로서 앞으로 어떤 훅이 맞을지 충분한 시간을 두고 고민해야 한다. 계획을 세우고 학기마다, 학년마다 단계별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시간이 여의치 않은 고등학교 상급생들은, 새로운 훅 개발에 시간을 투자하기에는 늦은 감이 있다. 오히려 현재 자신이 가장 관심 있는 한두 분야에 남들보다 시간과 노력을 더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그 분야가 평범한 분야라면, 오히려 그 안에서 본인의 차별화된 인간적인 모습을 찾아내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내일신문 3/29/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