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29.

대기자 명단 (Wait List)에서 구제될 확률은?

이제 5월 1일이면 각 대학에 입학보증금(deposit)이 마감된다. 많은 학생의 경우, 합격한 학교 중 제일 좋은 곳에 deposit을 내겠지만 내심 대기자에 걸린 학교에서 혹시나 나중에 합격통지서가 오지 않을까 기대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 대기자 명단에서 구제되는 경우에 대해서 많은 말이 있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대기자에서 구제될 확률은 거의 없다는 거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대기자는 절대 합격자가 아니다. 준합격자도 아니다.
우선 대기자 명단에 들어갔다는 사실 자체가 학생이 합격이 아니라는 거다. 보통 입학사정관들이 다수결로 불/합격을 결정하는데 대기자가 되었다는 건 합격을 주자는 의견이 없다는 거다. 그러나 학교의 입장에서는 이런 학생 모두에게 바로 불합격을 줘버리면 학교에 관한 관심이 일시에 없어지기 때문에 (대기자라고 해야 그나마 한 가닥의 희망을 품고 그 학교를 쳐다보게 되는데 불합격이라고 하면 바로 관심을 끊게 된다), 그리고 나중에 정원이 미달 될 경우를 대비해서, 일단은 학생을 붙잡아 두는 거다. 요즘 말로 일종의 "어장관리"를 하는 거다. 비행기의 대기자 명단과 다를 게 없다. "너한테 줄 자리는 일단 없어 (넌 합격이 아니야). 하지만 나중에 자리가 비면 그때나 줄게. 자리가 비니까 주는 거야." 이런 말이다.

2. 적극적인 대기자가 그나마 유리하다. 그래서 한국 학생은 더 불리하다.
우선 대기자 명단에 들어가면 그 학교와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추가 에세이도 쓰고, 원서 제출 후 새로 업데이트 해야 될 자료도 보내고 해야 한다. 하지만 몇천 명의 대기자들이 있으니 이렇게 추가로 제출되는 자료도 대단히 많을 거다. 이걸 다 확인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냥 파일 더미에 추가되기만 한다. 그런데 만약 학생의 고등학교 카운셀러가 대학에 전화해서 상황을 더 알아본다거나, 학생이 직접 학교에 찾아간다거나 하면, 그 학생의 파일을 열어보게 된다. 이런 상황이 아니면 대기자가 제출하는 모든 서류가 제대로 검토되기 쉽지 않다. 한국 학생 중에 이렇게 학교에 직접 찾아 간다거나, 전화를 한다거나 해서 학교에 직접적인 관심을 보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전화야 할 수는 있겠지만, 학교 입학사무실에 직접 찾아 간다거나 하는 노력은 물리적으로도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에 가서는 이러한 노력도 정원이 미달 되어야 그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래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학교에 구애해도 될 확률은 아주 낮다.

3. 카운셀러가 도와줘야 한다. 그래서 한국 학생은 더 불리하다.
위 2번에서 말했듯이 대부분 대기자가 추가 에세이도 쓰고, 학교에 전화/방문도 해서 그 학교에 정말 가고 싶다는 열정을 보인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여기에 한 사람이 더 개입되어야 그나마 없는 확률이 올라간다. 바로 고등학교 카운셀러다. 카운셀러가 적극 나서야 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카운셀러가 맡은 아이가 한둘이 아닐 거다. 카운셀러도 맡은 아이들이 학교에 잘 가야 좋으므로, 카운셀러는 남은 시간 동안 본인이 생각하기에 확률이 높은 아이들 순으로 도와줄 것이고, 그 아이들을 위해서 시간을 많이 쓸 거다. 우리 아이가 카운셀러의 지원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학교에서 1등이거나 학생회장이 아닌 다음에야 카운셀러가 한국 학생을 위해서 얼마나 노력해줄까?

4. 학교에 연줄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한국 학생은 더 불리하다.
대학교 관계자를 알면 이때 그런 커넥션을 활용해야 한다. 이렇게 학교 내부와 연줄이 닿는다면 그나마 더 확률이 있다. 하지만 한국 부모 중에 대학과 이런 연줄이 닿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 오히려 미국 부모가 더 가능성이 높고 이런 연줄이 있는 미국 부모가 온갖 노력을 한다면 우리 아이는 더 불리해진다.

5. 추가에세이를 쓸 줄 모른다.
이 추가에세이는 원서에 쓰는 "왜 우리 학교에 오고 싶은가?"라는 에세이의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버전이어야 한다. 원서 제출 때 썼던 에세이보다 더 자세하게, 심도있게 내가 왜 그 학교와 꼭 맞고, 내가 앞으로 하고 싶은 공부와 미래 직업을 위해서 왜 꼭 그 학교에 가야 하는지를 설득력 강하게 써야 한다. 이런 에세이 쓰기가 쉽지가 않다. 그래서 추가로 쓰는 에세이로 설득되는 예가 많지가 않다. 특히 한국 학생에게는.

아래는 작년 대기자 합격률이다. 참고로, 대기자 합격률은 매해 천차만별이다. 어느 해는 100명을 뽑을 때도 있고 그 학교가 다음 해에 한 명도 안 뽑는 예도 있다. 아래 수치는 단지 작년 결과일 뿐 다른 해와의 연관성은 전혀 없으므로 그 어떤 결과도 예측하기 어렵다.

Amherst College 5.6%
Carnegie Mellon 2.6%
Cornell 4.5%
Dartmouth 4.7%
Princeton 0%
Stanford 0%
UC Berkeley 66.5%
U Michigan 0.5%
UNC 6.5%
UPenn 4.3%
U Virginia 6.5%
Wesleyan 2.1%
Williams College 1.6%



2013. 4. 17.

SAT 점수대별 공부 방법

보통 이렇다.

1. 8-9학년 Pre-SAT (무슨 SAT를 벌써?)

철저히 영어를 강의하는 수업을 들어야 한다. 단어 외우고, 지문 해석에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SAT에 나오는 단어를 모두 알아도, 지문이 해석되어도, 이 나이대의 아이는 지문의 내용 자체가, 그 문맥과 거기 나오는 개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니 좀 지겹더라도 영어 지문 해석과 내용 설명이 많은 수업을 들어야 한다. 제발 이런 Pre-SAT반에서 문제 많이 풀었으면 하고 바라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간과 비용 낭비의 지름길이며, 이렇게 문제 많이 풀어서 뿌듯하게 느껴지는 버릇이 이때 생기면 나중에 제대로 된 수업에 적응을 못 한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아이들이 책을 읽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 때는 영어사설 또는 비문학을 많이 읽어야 하는데 만약 SAT를 굳이 듣겠다면 비문학 지문을 읽고 분석하는 내용의 수업을 받아야 한다.

2. 리딩 400대 ("두 유 노우 잉글리쉬?")

학원마다 이 점수대의 학생들에게 제일 중요한 것이 단어라고 하는데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 점수대 아이들은 영어 자체가 문제이므로 제일 중요한 것이 단어와 “문장 해석”이다. 따라서 문장 해석은 도와주지 않고 단어만 외우게 하는 학원은 보내지 말아야 한다.

이런 조언에 부모는 이렇게 말한다. “아니 선생님, 지금 단어 외울 게 몇천 개인데 그거 빨리 해야 되지 않나요?” 그럼 나는 이렇게 답한다. “어머님, 지금 그 영어 실력에 그 많은 단어를 외울 것 같습니까? 걷지도 못하는데 왜 뜀박질을 시키려고 하시나요? 서 있는 아이를 넘어지라고 그냥 밀어버리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도 이런 문장 해석 수업은 싫어한다. 해석하기 싫으니까. 그래서 상당수의 이런 부모는 하루에 단어를 많이 시키는 학원을 좋아한다. 150개, 200개 등. 하루에 단어 100개 이상 외우게 하는 학원은 추천하지 않는다. 특히 이 점수대의 아이들한테 이처럼 단어 외우는 데 시간을 필요 이상 할애하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어차피 잘 못 외운다. 그런데 왜 거기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쏟는지. 주요 단어만 집중적으로 외워야 하고 문장 해석을 많이 해야 한다.

이처럼 400대에 있는 아이들은 영어가 문제다. SAT 시험이 문제가 아니고. 필자가 늘 하는 말이다. SAT만 하면 공부 끝인가? 미국 대학 가려고 한다면 영어를 해야 한다. 왜 그 중요한 여름방학 때 SAT라는 “시험” 공부만 하는가? SAT를 하면서 영어실력을 쌓아야 한다. 문장을 제대로 볼 줄 알아야 한다. 단어 공부만 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그리고 단어야 어차피 다음에 또 외우게 된다. 다 까먹어서.

3. 리딩 500 - 550 (단어! 단어! 단어!)

여기에 해당하는 애들은 단어를 집중적으로 해야 한다. 그래서 이 아이들에게는 단어 외우는 법이 중요한 변수가 된다. 단어 외우는 법은 많다. 연상법, 어원법 등이 대표적인데, 특히 연상법을 이용한 단어 수업이 있다. 좋다. 이렇게라도 해야 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자. 보통 단어가 몇십 개 넘어가면 어떤 단어를 외우는데 썼던 연상법도 몇십 개가 되어 그 연상법을 까먹게 된다. 연상법도 한계가 있다. (연상법이란 단어가 연상되는 방법을 만들어 외우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catastrophe를 cat(고양이) + ass(엉덩이) + trophy (트로피)로 생각하여 고양이 엉덩이에 트로피가 꽂히면 큰일 나니까 “재앙”이란 뜻이라고 외우는 것. 또 cacophonous를 caco (카카오톡) + phon (소리)로 생각하여 카카오톡이 올 때마다 나는 알람소리는 듣기 싫은 소리니까 “귀에 거슬리는” 이란 뜻이라고 외우는 것.)

단어 암기의 제일 좋은 방법은 어원법이다. 어원을 알면 단어 간의 관계도 알게 되고 모르는 단어도 어원을 통해서 뜻을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원법이 최고다. 대신, 어원이 100%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기 때문에 위에 말한 연상법, 또 강사가 과거에 어떤 경험을 통해서 어느 특정 단어를 외우게 되었다는 경험법 등 각종 방법을 총동원하여 어원법을 보충해서 외워야 한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학생이 글을 읽어야 한다. 여름 내내 SAT 수업할 때 지문을 읽으니까 글을 읽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겠지만, 전혀 그렇지가 않다. 아이들은 지문은 대충 읽고 문제 빨리 풀고, 모르는 문제에 해당하는 부분만 자세히 읽고 그다음으로 넘어간다. 이건 영어를 읽는 게 아니다. 지문을 자세히 읽게 하는 학원이 필자가 알기로 거의 없다. 그리고 애들도 이런 수업은 싫어한다. 이러니 실력이 늘겠나?

4. 리딩 550 - 600 (독서시간)

여기서도 단어는 기본으로 많이 해야 한다. 대신 단어는 수업시간을 많이 할애하기보다 되도록 학생이 알아서 하는 방향으로 하고 지문 분석에 시간을 더 많이 들여야 한다. 논설문, 설명문의 글은 성격이 어떻고, 구조가 어떠하며, 작가의 의도 파악은 어떻게 해야 하는 등 글을 분석하는 기술을 배워야 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학원수업이 지문 분석하기보다는 문제 분석에 시간을 많이 할애해서 지문을 최대한 이해를 못 한 상태에서 수업을 마치게 된다. 문제 분석이란, 이런 문제는 어떻게 풀고, 무엇을 찾아야 하고, 어떤 유의 보기가 정답일 확률이 높고 등등 그야말로 문제 풀이법을 공략하는 방법이다. 이런 문제분석도 물론 해야 한다. 하지만 지문 분석(글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작가의 의도는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 등)이 선결 과제이고 이 지문 분석을 잘하면 문제 분석은 쉽게 따라오게 되어있다.

문제는 조금 더 적게 풀더라도 지문의 내용 분석과 파악에 많은 시간을 들이는 수업이 좋은 거다. 하지만 부모와 학생의 조급함 때문에 매번 이런 수업보다는 그저 문제 많이 푸는 수업을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학생도 지문 분석은 너무 힘들고 지겨우니까 하기 싫어한다. 그래서 점수가 잘 안 오르는 거다. 이 점수대의 아이들은 문제 많이 풀어봤자 거기서 거기일 거다. 단어 외워서 sent comp에서 점수가 조금 오를 뿐, 지문 문제에서는 큰 차이가 안 난다. 이렇게 단어 많이 해서 sent comp을 잘 해봐야 600 초반에서 더 이상 오르지 않는다.

5. 리딩 600 - 650 (족보 타임!)

이 레벨의 아이들은 이제 지문 분석보다는 문제 분석에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즉, 논리 수업이 들어가야 한다. SAT, GRE (대학원 시험), GMAT (경영대학원 시험), LSAT (법대 시험) 등 ETS에서 현재 만들거나 과거에 만들었던 모든 시험 문제는 질문, 정답, 오답의 유형이 있다. 그것을 분석하고 공부하면 600 초반대를 벗어날 수가 있는 거다. 마찬가지로 단어는 수업으로 하기보다 알아서 자습시간 등에 하고, 학원수업에서는 sent comp 조금 하고, 그리고 대부분 시간을 그동안의 기출 문제를 토대로 문제 분석에 할애해야 한다. 이때부터 족보를 최대한 활용하는 거다.

6. 리딩 650 -700 (학원 졸업)

대부분의 공부 좀 한다는 학생이 여기에 속한다. GPA도 좋고 영어도 잘하며, 영어책도 많이 읽고 SAT도 2200 정도 되는데 그놈의 리딩이 700을 못 넘기고 있는 학생이다. 이렇게 영어 실력도 되고, 문제 풀 때 시간도 남는데, 계속 틀리는 개수가 줄지 않아 700 밑에서 맴돈다. 이런 학생은 여름 내내 수강하는 반은 절대 듣지 말고, 개인 과외를 해야 한다. 심지어 실전반도 들을 필요가 없다. 개인 과외를 해서 본인만의 오류를 정확히 짚어서 그것만 제대로 수정해주면 700은 바로 넘긴다. 필자는 이런 학생을 너무 많이 봤다. 어떤 학생은 단 2시간 만에, 어떤 학생은 6시간 만에 수업을 마치고 700을 넘긴다. 2주짜리 4주짜리 실전반은 시간 낭비다. 만약 그 실전반에서 본인이 틀린 것을 전부 수정해줄 수 있는 수업이라면 해도 된다.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여름 내내 수업했건만, 700의 고지를 점령 못 하는 상위권 학생들은 이런 ‘특진’ 처방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에는 SAT는 들여다보지도 말고 과외활동에 시간을 써야 한다. 

7. 리딩 700 - 750 (그만 해라)

왜 SAT를 또 보려고 하는가? 가끔 이런 학생이 있다. SAT가 720인데 조금만 더 하면 780이나 800을 맞을 수 있을 거 같다는 학생. 혼자서 기출문제 풀고, 틀린 것만 5시간 이내로 과외받아서 보면 가능하다. 하지만 한 가지만 확실히 해두자. 720에서 800 나왔다고 입학 확률이 올라가지는 않는다. (이 몇 개 문제 더 맞았다고 인생이 바뀌지 않는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지 잘 생각해서 결정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학원의 반편성을 이렇게 자세히 나누는 곳은 없으므로 위 기준대로 수업을 들을 수는 없다. 하지만 학원수업을 하더라도 본인 점수대를 확인하고 그 점수대에 맞춰서 본인이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는 알고 준비를 해야 효과를 볼 수가 있다.

2013. 4. 16.

SAT는 10월이 제일 어렵다?

SAT는 달에 따라 시험이 조금 어렵거나 쉬울 수 있는 것은 맞다. 그래서 시험이 어려울 때는 조금 많이 틀려도 점수가 높게 나올 수 있지만, 시험이 쉬울 때는 조금만 틀려도 점수가 많이 내려간다. 얼마나 많은 상급생 또는 천재들이 나와 시험을 같이 보느냐에 따라 내 점수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고, 내가 시험이 쉬울 때는 얼마나 많이 맞았는지, 반대로 시험이 어려울 경우 얼마나 적게 틀렸는지에 따라 점수가 달라지는 거다. 내 옆에 누가 같이 시험을 치든 상관이 없다. 그러니 10월에 12학년들이 많이 쳐서 어렵다거나, 1월이나 3월에 하급생이 쳐서 더 쉽다거나 하는 말은 전부 낭설이다. 심지어 이 업계에서 컨설팅하시는 많은 사람도 1월 시험에는 12학년들이 시험을 별로 안 치니까 유리하다고까지 블로그나 설명회에서 말씀하신다. 다 낭설이다. 칼리지 보드에서 그달에 시험 친 아이들 성적을 죽 늘어 세운 다음에 어디까지 몇 점, 어디까지 몇 점 이렇게 자르지 않는다. 이걸 미국에서는 커브(curve)로 점수를 매긴다고 하는데 SAT는 커브를 하지 않는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어느 달은 점수가 잘 나오고 어느 달은 잘 안 나온다고 정해져 있으면, 어려운 달은 피하고 쉬운 달에 시험 보면 되는 거 아닌가? 문제가 아주 간단해지는데? 그런데 그게 어디 그런가? 필자 학생 중에 10월에 시험을 끝낸 애들도 상당수 된다. 그런데 많은 12학년 중에 10월 점수보다 12월이나 그다음 해 1월 점수가 높게 나오기도 한다. 이것은 그동안 실력이 향상되어서 점수가 오른 것이지 시험이 더 쉬워서가 아니다.

또, 10월(어렵다고 생각하는 달)에 2000 맞은 학생은 1월(쉽다고 생각하는 달)에 2000 맞은 학생보다 실력이 더 위인가? 그럼 미국 대학 입학사정관들이 "아, 이 친구는 1월 시험을 봤기 때문에 성적을 더 깎아서 봐야 되겠어. 이 아이는 10월 시험에서 이런 점수를 받았으니 아주 잘 본 거네." 뭐 이런단 말인가? SAT가 만약 이렇다면 이게 무슨 평준화 시험(standardized test)인가?

이런 말도 안되는 정보가 너무 많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학원 모의고사 점수가 좋은 지표가 되나?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학원에서 보통 여름에 10여 차레 보는 모의고사 점수는 (학원에서 점수 조작을 하지 않는 한) 앞으로 나올 실제 점수에 좋은 지표가 된다. 예를 들어, 한여름 동안 SAT 수업을 들었다면 후반부로 갈수록 점수가 어느 수준에 수렴하게 된다. 만약 그 수렴점이 2000 정도이면, 10월에 바로 시험을 볼 때 비슷하게 나오고, 만약 6개월 후 겨울 방학에 본다면 조금 내려가 1900 초반대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면 된다. 좀처럼 모의고사보다 잘 나오는 경우는 많이 없다.

그러므로 학생들은 거의 매주 보는 모의고사를 성심성의껏 봐야 한다. 그리고 학원에서 보는 시험이라고 대충 볼 것이 아니라 컨디션 조절도 제대로 하여 최선을 다해서 봐야 한다. 이 모의고사에서 얼마나 본인의 현재 상태를 잘 파악하느냐가 앞으로 계획을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많은 학생이 모의고사를 대충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게 되어 경쟁에서 밀려나게 된다.

2013. 4. 9.

[신문기사] 10대 명문대학 2013년 합격자 분석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1630073

[내일신문 칼럼] 부모가 알아야 할 Top 10 정보 (3)

지난 두 차례에 이어 오늘은 그 시리즈의 마지막 칼럼이다. 

7. A만 받지 말고 선생님과 친해지자.

몇 해 전에 한 입학사정관이 우수한 학생의 추천서 내용은 거의 천편일률적이라 (모두 좋게 썼으므로) 추천서에 큰 비중을 안 둔다는 말이 있었다. 정말 그럴까? 그럼 추천서는 별 의미가 없는 걸까?

아니다. 추천서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아시아계 학생에게. 그런데 국내생에게는 추천서 써주시는 선생님께서 제대로 써주지 못해서 (추천서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 아직도 모름), 그리고 유학생에게는 미국 선생님과의 교감이 없어서 좋은 추천서 받기가 쉽지 않다. 에세이와 마찬가지로 추천서도 아이의 인간성이 나타나야 한다. 하지만 한국 학생의 추천서는 십중팔구 근면, 성실, 노력, 끈기 등의 단어들이 들어갈 뿐 입학사정관이 보고 싶어하는 단어는 많이 안 들어간다. 명문대는 재능이나 학업능력이 아주 특출나거나, 학업능력은 어느 수준이 되면서 인간적으로 타 학생과 차별되는 아이를 뽑고 싶어한다. GPA도 좋고 SAT가 고득점인 학생이라면 “근면, 성실, 노력, 끈기”만이 입학사정관이 추천서에서 보고자 하는 단어는 아니다. 또한, 본인이 아무리 특별한 아이라고 에세이를 써도 추천서에 많은 아시아 학생들이 지니고 있는 근면성, 성실함, 노력과 끈기만 보인다면 그 에세이의 신빙성이 어떻게 될까? 이런 추천서는 도움이 안 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원서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점점 경쟁이 심해지는 환경 속에서, 이제 학생은 A만 신경 쓰면 안 된다. 선생님과의 관계도 생각해야 한다.

8. 사후분석은 누구나 한다.

누구네 아이는 책을 썼데, 특허를 냈데, 학회에 논문을 냈데, 그래서 아이비리그 갔데 등의 얘기가 많이 떠돈다. 가만히 생각해보자. 지원자 2, 3만 명 중 그 아이만 책을 썼고, 특허를 냈고, 학회에 논문을 냈을까? 물론 이런 활동은 누구나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런 걸 해야 명문대에서 좋아한다고 생각하여 우리 아이도 따라 해야 할까? 우리 아이의 특성을 살려 할 수 있는 것을 먼저 찾자 (찾는 법은 “열정을 통한 과외활동 찾기” 칼럼 참조). 그래서 아주 작은 거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라도 일단 시작하자. 이걸 해야 아이비리그에 도움이 되나 저걸 해야 도움이 되나 고민하지 말고.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후분석이 나은 오류이다.

또 명심해야 할 것은, “과거에 이렇게 해서 잘 갔으니 올해도 이렇게 하면 좋다”는 조언이 얼마나 신뢰도가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한다. 유명한 투자 전문가가 한 말을 기억하자: “난 어떤 투자가 성공할지는 몰라도, 어떤 투자가 실패할지는 안다.” 미국 대학 준비할 때 해서는 안 될 것들이 있지만 무엇을 하면 된다는 건 없다. 무엇을 해서 좋은 대학 갔다는 흔한 얘기는 순전히 사후분석이다.

9. 미국대학은 들어가면 ‘땡’이 아니다.

대학은 아이가 가는 거다. 부모 욕심 때문에 아이의 대학 생활을 힘들게 하지 말자. 본인의 영어 실력보다 더 높은 SAT 점수와 말끔하게 완성된 원서작업 등으로 드림스쿨을 간 학생 중에 적응이 힘들거나 못 하는 예는 점점 많아진다. SAT 점수 인플레이션과 원서 부풀리기의 병폐다. 입학사정관이 자주 하는 말이 또 있다: Be yourself (너다워라). 이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내포돼있다. “우리가 잘 판단할 수 있게 네 모습을 정직하게 보여달라.”는 말도 되지만, “네가 우리 학교에 올 자격이 되는지 너 스스로 잘 생각해봐라.”라는 의미도 있다. 최선은 다하되 무리하게 추진하지는 말자. 아이의 현재 상태를 잘 파악하고 아이의 성향에 맞는 그리고 학업 적으로는 어느 정도 도전할만한 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전에 필자가 “미국 대학도 간판을 따져야 할까?”라는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명문대를 가기 위해 실력을 얼마나 쌓았느냐가 중요한 거지 어느 학교 간판을 달았느냐가 인생의 성공을 좌우하지 않는다. 대학은 아이가 4년을 다닐 곳이다. 부모가 아니고.

10. 미국 대학 준비는 주식투자가 아니라 적금이다.

미국 대학이 목표인 부모는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저학년이라면 늦어도 9학년부터, 고학년이라면 지금 이 순간부터 계획을 짜야 한다. 과거에는 고등학교 생활 열심히 하고, 점수 잘 내서 11학년 마친 여름방학부터 원서 전략을 세우고 작업을 해도 결과가 좋았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점점 “한방”을 찾는 사람이 많아진다. 그런데 어떤 큰 활동 하나를 찾기보다 지금부터 작은 일이라도 시작하자. 모두가 찾고 있는 이 획기적인 한방은 오랫동안 작은 일들이 쌓여서 나온 거다. 시간이 부족하고 조급한 마음에 그럴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렇게 무리하게 진행하는 건 아이에게 좋지 않다. 설령 그런 큰 ‘건’ 하나를 건져서 합격이 된 들 다른 쟁쟁한 입학생들과의 대학 생활이 어떨까? SAT 2400, 큰 대회 상, 큰 단체의 장 등 한방이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

지금 당장 원서를 준비해야 하는 11학년도 한방은 잊어라. 명문대는 가고 싶은데 그동안 한 것은 없고 그 한방을 찾고 싶은 심정은 안다. 그러나 본인의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어떤지 우선 파악을 해야 한다 (자기 성찰). 그리고 한방을 찾을 것이 아니라 본인이 경쟁자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모색하자. 십중팔구 지금 찾는 한방은 다른 경쟁자가 이미 하고 있거나 비슷한 것을 찾고 있을 거다. 나와 같은 학교에 지원하는 2만, 3만 명 중에 그런 학생이 없을까? 그러니 11학년이라도 지금부터 본인의 차별화 점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작은 거 하나라도 잡고 그것에 맞게 진행해야 한다. 적금처럼 조금씩 조금씩 하다 보면 그게 나중에 한방이 된다. 입학사정관도 이런 학생을 찾고 있다.

(내일신문 4/12/2013)

2013. 4. 3.

하버드는 어떤 학생을 뽑나?

하버드 총장 인터뷰 - 역시 특별한 내용은 없고 원론적인 얘기만

"중국이 아시안계 중에 가장 많다."
"중국계가 650명 이상. 지난 6~8년 동안 급격히 증가"
"학업적으로 완벽하고, 하지만 점수만 중요한 것이 아니고 학업 외적으로 어떤 활동을 했는지, 다양한 관심이 있는지, 지역 공동체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어떤 character(인성/인격)를 가졌는지, 어떤 사람인지, 자기만의 스탠다드가 뭔지"
"재정지원을 저임금 가정에 더 확장하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하버드의 이런 노력을 많이 모르는 것 같다."
"인터뷰를 포함한 광범위한 자료를 바탕으로 학생의 모든 면을 보려고 한다."

http://live.wsj.com/video/what-harvard-looks-for-in-a-student/76EC5710-3B40-4C0A-99FB-2014E30991BF.html?mod=WSJ_article_outbrain&obref=obnetwork#!76EC5710-3B40-4C0A-99FB-2014E30991BF

나를 퇴짜놓은 모든 대학들에게

이번 대학 입학에 실패한 고3 학생이 월스트리트에 기고. 재미있다.

(한글)
http://kr.wsj.com/posts/2013/04/03/%EB%82%98%EB%A5%BC-%ED%87%B4%EC%A7%9C%EB%86%93%EC%9D%80-%EB%AA%A8%EB%93%A0-%EB%8C%80%ED%95%99%EB%93%A4%EC%97%90%EA%B2%8C/?mod=WSJBlog&utm_source=twitterfeed&utm_medium=facebook

(영문)
http://online.wsj.com/article/SB10001424127887324000704578390340064578654.html?mod=WSJ_hp_us_mostpop_read

2013. 4. 2.

2013학년도 입학률

지난주에 발표된 몇 개 학교 입학률이다. 특이하게도 U Chicago 지원자 수가 엄청나게 늘었다. 또한, 몇몇 아이비리그 학교를 빼고는 (Dartmouth는 3%나 감소) 아이비리그 지원자 수는 계속 증가추세임을 알 수 있다. 
   

학교지원자수 (전년대비 증감)입학률 (합격자수)
Harvard University35,022 (+2%)5.8% (2,029)
Yale University29,790 (+3%)6.72% (1,991)
Princeton University26,505 (-1%)7.29% (1,931)
MIT18,989 (?)8.2% (898)
Stanford38,828 (+6%)5.69% (2,210)
Columbia University33,460 (+5%)6.89% (2,311)
UPenn31,280 (?)12.10% (3,785)
Cornell University40,006 (+5%)15.2% (6,081)
Dartmouth College22,400 (-3%)10% (2,252) 
Duke University31,741 (+.4%)9.9% (2,987)
Northwestern32,766 +2.2%13.9% (4,554)
University of Chicago30,369 (+20%)8.8% (2,676) 
Johns Hopkins20,613 (?)16.8%% (3,464)
Brown University28,807 (+1%) 9.2% (2,649)
University of Virginia29,005 (+1%)29% (8,528)
Tufts University18,167 (+11)발표 안함
NYU48,606 (+12%)발표 안함
Boston University52,535 (+20%)36% (18,430)

[내일신문 칼럼] 부모가 알아야 할 정보 Top 10 (2)

지난 칼럼에 이어 오늘은 3번에서 6번까지 살펴보겠다.

3. 명문대는 착한(nice) 학생을 좋아한다.

왜 착한 학생인가? 학교 웹사이트에 가보면 리더쉽 강한 학생, 타인에게 긍정적 영향을 준 학생, 지적 호기심이 많은 학생 등을 원한다고 적혀 있는데 필자는 왜 하필 착한 학생이라고 하나? 가만히 생각해보자. 하루에 삼사십 개 원서를 보는 입학사정관들, 수만 개의 에세이를 몇 달 동안 읽는데 조금이라도 신경에 거슬리는 원서가 눈앞에 들어오면 이들 기분이 어떨까? 이들은 서너 달을 고도의 스트레스 속에 업무를 하므로 이런 원서가 나오면 솔직히 더 보고 싶지 않다고 한다. 짜증이 난다고 한다. 이들은 편한 소파에 앉아서 카푸치노를 마시며 원서를 즐기는 게 아니다. 자정을 넘어 눈이 충혈된 상태로 레드불을 마시며 깨알같이 쓴 원서를 읽고 있는 거다. 수만 개를. 몇 달 동안. 이런 상황에서 착하게 보이는 학생이 나오면 그 학생에게 마음이 가는 건 당연하다. 착한 학생을 뽑는 것이 옳은 일이기도 하지만, 실제 진행과정에서 착한 학생에게 관심이 가게 되는 거다. 미국 문화에서는 본인의 주장과 장점을 당당하게 내세워야 한다? 맞다. 하지만 잘난 척하고 신경 거슬리게 하는 건 다른 얘기다. 제발 내가 얼마나 잘났는지 봐주세요는 안 된다.

사람 마음은 다 똑같다. 미국도 착하고 도덕적인 학생을 좋아한다. 입학사정관 신경을 거슬리게 하지 말자. “우리는 nice한 학생을 원합니다.” 입학사정관의 공통된 말이다.

4. SAT, 인풋(input)이 아니고 아웃풋(output)을 생각하자.

여기서 인풋은 SAT 준비에 들인 시간과 비용이고, 아웃풋은 SAT 수업에서 남은 자료이다. 점수가 아니다. 필자가 본 많은 학생이 다음과 같다. 여름 동안 풀어본 문제를 나중에 다시 보자고 하면 잃어버렸다고 한다. 단어장 보자고 하면 그것도 어디에 두었는지 모른다고 한다. 강의 때 노트한 거 있느냐고 물어보면 별로 없다고 한다. 무엇을 배웠느냐고 물어보면 체계 없이 대충 말한다. 학생과 부모는 이런 걸 강사가 요약/정리/집대성하여 그것만 보면 점수가 오를 수 있는 그런 자료를 눈앞에 딱 내놓기를 원하는 거 같다. 이전 칼럼에도 썼지만, SAT는 족보만 공부해서 볼 수 있는 자격증 시험이 아니다. 본인의 자료가 있어야 한다. 이런 자료가 쌓여야 본인이 틈틈이 리뷰도 하고, 그러다 보면 본인의 단점을 보완하여 실력이 향상하는 거다. 실력 향상의 제일 큰 걸림돌은 본인의 현재 상태를 잘 모른다는 거다. 본인의 현재 상태를 제대로 파악해야 앞으로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어떻게 효율적인 학습전략을 짜야 하는지 알 텐데 아무 자료가 없으니 알 수가 있나? 그럼 계속 헤매며 시간 낭비하는 거다.
학원에서 준 자료를 바탕으로 본인의 시험문제, 단어장, 노트를 만들어라.

자주 이런 말을 듣는다. “그렇게 오래 다니고 많이 다녔는데 애 성적이 안 올라요.” 학원 선택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학생이 무엇을 남겼는지 보라. 공부하고 남은 자료가 무엇인지, 단어장과 연습문제에 필기가 많은지, 본인 노트가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남긴 게 없다면 학원이나 선생을 탓하지 말자. 학생이 공부를 안 한 거다.

5. 대학지원은 에세이 경연대회가 아니다.

합격생의 에세이는 당연히 좋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이, 불합격한 학생 중에도 좋은 에세이가 있다는 거다. 특히, 최근에 많은 에세이 컨설팅이 생겨 전체적으로 한국 학생들의 에세이 수준이 높아졌다. 그럼 도대체 에세이를 얼마나 잘 써야 하나? 전문 작가를 섭외해야 하나?

위 3번에서 착한 학생이 뽑힌다고 했다. 에세이 중에는 “아, 이 학생은 너무 착하고 마음에 쏙 들어.”라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게 있다. 이런 지원자가 뽑힐 확률이 높다. 그러니 에세이에서 건방진 자기 자랑하지 말라 (특히 상위권 학생들), 에세이로 감동을 줘라 등의 얘기가 나온 거다. 그런데 미국 대학 원서 에세이는 에세이 경연대회에 출품할 작품이 아니다. 영문학 박사학위자가 도와줘야만 좋은 에세이가 나오는 게 아니다. 학생의 어떤 면(소재)으로 어떻게 착하게 보여줄지, 이 문제를 해결한 글이 좋은 에세이다. 글을 잘 쓰는 것과 원서 에세이를 잘 쓰는 것은 다른 얘기다.

6. SAT 공부는 손으로 하는 거다.

SAT를 가르치다 보면 이해가 안 가는 현상이 있다. 학생이 질문한다. 그래서 설명해준다. 그러면 고개를 끄덕이고 알았다고 하며 멀뚱멀뚱 필자를 쳐다본다. 나도 학생을 쳐다본다. 학생은 내가 왜 뚫어지게 쳐다보는지 모른다. 그때 학생에게 말한다. “적어!” 본인이 모르는 걸 대답해주면 듣고 고개만 끄덕인다. 어떻게 한 번 듣고 기억을 할 수 있을까? 얼마 뒤에 물어보면 또 대답을 못 한다. 그래서 다시 알려줘도 이번에도 적지를 않는다. 정말 답답하다. 기출문제를 풀 때 전략을 알려준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문제 푸는 스텝을 알려준다. 필기하는 학생이 별로 없다. 그냥 듣고 머릿속으로 이해가 되니까 자기가 아는 걸로 착각한다. 성적이 안 오르는 학생의 전형적인 수업태도다. SAT는 머리로 공부하는 게 아니다.

SAT를 가르칠 때 일어나는 참으로 신기한 현상이다. 필기를 정말 귀찮아한다. 심지어 필자보고 워드로 쳐서 프린트해 달라고 한다 (이것도 줘봐야 잃어버리는 학생이 많지 않을까? 그리고 이렇게 주면 그것만 공부한다. 자기가 만든 내용은 없다.).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의 점수를 얻고자 한다. 꼼수, 편법 등 그저 쉽게 결과를 얻고자 한다. 그러니 시험지 관련 문제가 터지는 거 아닐까? 4번에서 말했듯이 수업 듣고 교재나 시험지에 필기한 것이 없으면 그 학생은 100% 공부를 안 한 거다.

SAT나 미국 대학 공부가 힘든 줄 알면서도 당장 눈앞의 결과 때문에 그 과정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 대학이 어디 들어가고 나면 그만인 우리나라 대학 같은가? 미국 대학 잘 들어간 후에 고생한다는 얘기는 결코 지어낸 얘기가 아니다.

(내일신문 4/11/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