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0. 16.

에세이에 유학 경험 쓰면 안 된다고??

좀 늦게 (고2) 유학을 간 학생의 미국대학 에세이를 도와주고 있는데, 인생에서 가장 중요했던 경험을 쓰라고 했더니, 역시나 유학가서 적응하는데 힘들었던 얘기를 썼다. 국제학생들이 쓰는 너무나 흔한 소재. 그래서 이렇게 쓰면 안 된다는 게 이 업계의 불문율. 그래서 보통 학생이 이런 얘기를 쓰면 에세이 컨설턴트는 다른 걸 쓰라고 거의 강요하다시피 한다.

그런데, 다른일이 유학보다 더 큰 경험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건 생각을 안 하는 거 같다. 한국에서 별 특이한 일 없이 곱게 자라다가 유학을 간 케이스가 대부분인 우리나라 학생은 유학 자체가 제일 힘들고 의미있는 경험일 수가 있다. 만약 이게 사실이면, 이걸 그냥 쓰면 된다. 이렇게 쓰면 무슨 큰일이 나는 줄 아는데, 꼭 그런 건 아니다. 대신, 유학의 어려웠던 점에 대해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지 (경험의 해석) 유학의 어려웠던 점을 쓰는 것 자체가 절대 위험한 게 아니다. 미국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내용 뒤의 아이의 해석을 보고 싶어하는 거지 내용 자체를 보고자 하는 게 아니다.

또 하나의 불문율, 절대 봉사활동 가서 느꼈던 점 쓰지 마라. 아니, 써도 된다. 봉사활동 가서 "내가 얼마나 복받은 놈이고, 엄마 아빠가 얼마나 감사한지 느꼈고, 이제부터는 불우한 환경의 사람들을 도우며 살기로 결심했다"라고 쓰는 게 문제지 (왜냐하면 90%의 아이들이 이렇게 쓰니까. 실제로). 봉사활동에 대해서 쓰면 안 되는 게 아니다. 역시 어떻게 쓰냐의 문제.

"선생님, 저 유학왔을 때 힘들었던 얘기 쓰면 안 된다고 엄마가 어디서 들으셨대요. 그래서 다시 쓰라고 하시는데 저 다른 걸로 쓰면 안 되요?"

"네 인생에 있어서 이것보다 더 큰 사건이 있었니?"

"아뇨, 딱히. 그래도 이건 너무 흔한 얘기라 다른 거 써야 될 거 같다고 하셔서."

"괜찮아. 그냥 써. 억지로 다른 거 쓰려고 하면 그것도 이상해져. 대신 솔직하게 자세히 써."

거창한 게 없는데 거창한 걸 쓰려고 하면 초라한 에세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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