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7. 14.

아직도 점수에 목맨다.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은 미국 수능인 SAT에서 2400 만점에 (예전 기준) 2200 정도 이상이면 SAT 점수를 지원자 평가에서 더 이상 고려하지 않는다. 심지어 우리나라 학생의 경우 2100 이하도 합격한 케이스도 종종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유학계에서는 이 진실을 믿지 않는다. 모외고 1학년 때 2250을 받은 학생이 3학년 여름방학때까지 SAT 준비를 하고 있는 경우도 봤다. 2400을 맞으려고. 왜 그러냐고 물어봤더니, 학교에서 그렇게 시켰다고. 그래도 점수가 조금이라도 높아야 유리하다고 했다면서.

"점수가 조금이라도 높아야 유리하다"는 100% 거짓이다. 미국 입학사정관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모든 프로파일이 거의 똑같으니 기왕이면 점수가 높은 애를 뽑자."라는 마인드가 아예 없다. 모든 게 똑같다면 점수가 오히려 낮은 애를 뽑자라고 할 수도 있다. 왜? 미국 대학은 철저하게 주관적 판단으로 학생을 뽑으니까. 우리처럼 점수대로 줄세워 뽑는 게 아니고. 그리고 그 사람들은 점수에 대해 그렇게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어쩌다 한 번 시험장에서 본 시험점수에 사람의 평가를 맡기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나라 학부모와 학원계에서는 저 총점을 과도할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미국 명문대학에서는 저 2400 만점 중에 1600 점에 해당하는 독해와 수학 점수만 중요하게 생각한다. 지금야 독해와 문법이 하나로 합쳐졌지만, 저 때만 해도 나머지 800점인 영어 작문/문법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 학교도 있다. 아이비리그인 유펜이 그랬다. 그런데도 총점에 목을 매고 학원에서도 저 작문/문법 점수라도 올려서 총점이 높아야 한다고 부추긴다. 물론 작문/문법 점수가 너무 낮으면 안 좋겠지만, 웬만한 점수면 대학에서 별로 신경쓰지 않는 점수다.

하지만, 우리에게 이런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아직도 미국 대학이 어떻게 뽑는지 잘 모르고 그것에 관심도 별로 없는 듯, 우리식 생각에 사로잡혀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경우를 아직도 본다. 무조건 점수 높이면 된다는 그릇된 맹목적 믿음으로 고1 때 SAT를 끝내도 되는 아이를 2년 더 공부를 시켰다. 그 비싼 사교육비와 시간을 생각해보라. 그 시간과 돈으로 다른 걸 했으면 그 아이 인생이 더 좋아질 수도 있었을텐데.

필요 이상으로 점수가 높으면 부모는 기분이 우쭐하고, 학원은 돈을 많이 벌 뿐이다. 정작 애 인생이 더 나아지는 건 없다. 시험점수 몸에 달고 살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