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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6. 19.

미국 대학은 입학이 목표가 아니다. 가서 잘하는 게 목표다.

제자 중에 미국 명문고 탑1% 졸업, SAT, ACT 모두 만점으로 밴더빌트 대학 4년 전액 장학금 (연간 65,000불) 받고 입학한 학생에 있다. 어떤 학원도 단 한 번도 안 다니고 SAT는 연습문제 2개 풀고 만점, ACT는 준비도 안 하고 만점 받을 정도의 수재. 고등학교 때 책상에 앉아서 제대로 공부하는 걸 부모가 본 적이 없다. 그나마 공부 한다는 게 시험 때 마루 소파에 누워서 책 훑어보기. 그것도 다른 가족들 북적대며 시끄러울 때.

이 학생 어머님과 오늘 통화를 했는데 하시는 말씀이, 

"아들이 학부에서 제일 어려운 과목 중 하나인 유기화학에서 95점 받았을 때 1등인 줄 알았다. 그런데 100점이 있다고 하더라. 유기화학에서 100점은 좀처럼 못 들어봤는데 (엄마는 분자생물학 교수). 아들이 대학 가서 느낀 게, 자기는 더 이상 탑이 아니다. 본인보다 똑똑한 애들이 너무 많다."

우리나라 엄마들은 아이비리그가 아니라서 약간 무시하는 밴더빌트 대학 얘기다. 그러니 이보다 경쟁이 더 치열한 아이비리그는 어떻겠는가?

<시사점>
1. 한국에서 공부 좀 한다고 미국 명문대 가서 무조건 잘 할 거라고 판단할 수 없다. 실제로 생각보다 많은 특목고생들이 미국 가서 멘붕이 와서 적응하기 힘들어는 경우를 자주 듣는다. 과를 바꾸거나 심지어 한국 대학으로 들어오는 등 졸업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공부가 힘들어서가 한 원인이다. 한국에서처럼 열심히 외우고 시험 잘 보는 공부가 미국 대학 공부가 아니기 때문에. 또한 본인이 이제 더이상 탑이 아니라서 오는 스트레스가 감당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 매일 "내새끼 최고야"하고 키웠으니 지적 겸손함을 모르고 살다가 미국 가서 한방 먹는 거다. 그리고 그걸 이겨낼 그릿(grit, 투지)가 없는 거다.

2. 단순히 스펙 화려하게 만들어서 명문대 보냈다가는 정말 큰코 다친다. 스펙 만들어주는 컨설팅을 받아서, 기출문제로 단련시켜서 어떻게든 화려한 스펙을 만들어서 명문대 입학이 되었다고 치자. 그렇게 만들어진 스펙은 합격 발표 나는 날 쓰레기가 되버린다. SAT 2400이 미국 대학 수업에서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SAT 2200 맞은 미국애들보다도 영어를 못하는데. 이런 식으로 만들어져서 미국 간 경우 애가 힘들어하는 경우를 본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자기 자식 인생 망치는 부모를 볼 때면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 아무리 말씀을 드려도 이해를 못하시니. 그저 내 자식도 명문대 한 번 들어가봤으면 하는 마음 때문에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신다. 스펙이 아니라 미국 가서 지탱할 수 있는 실력을 키워야 한다. 그건 학원 수업이나 스펙 컨설팅으로 되는 게 아니다.

3. 본인의 실력에 맞는 최상의 대학에 가자. 무슨 작품을 하나 만들어서, 대회에 나가서, 프로젝트 하나 만들어서 그런 스펙의 힘으로 무조건 높은 대학에 입학해서 대학 생활 망치지 말고. 자식의 유명대학 입학이 목적인 부모들은 정말 이기적인 부모다. 어떻게 해서든 무언가를 만들어서 꿈에 그리던 높은 학교 입학 시켜놓았다고 치자. 본인은 주위에 자랑도 하며 뿌듯한 마음으로 살아갈 때, 자기 자식은 가서 힘에 부치는 공부하느라 고생하는 건 생각 안 해보나? 입학이 목표가 아니다. 가서 잘하는 게 목표다. ("어떻게든 가면 잘하겠지..." 이것 또한 바보같은 생각이다.)

2014. 8. 28.

똑똑하다고 칭찬하는 것과 성장 사고방식 (growth mindset)

무료 인터넷강의 싸이트인 칸 아카데미 창업자 살만 칸이 아이한테 "똑똑하다"고 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한다. 필자도 강연 때 꼭 언급하는 Mindset이란 책의 저자인 캐롤 드웩의 growth mindset (성장 사고방식)에 대해 말하며, 뇌는 마치 근육과 같아서 뇌 근육을 키워야 하는데 똑똑하다고 칭찬하면 그게 안 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한가지 의미있는 연구 소개를 소개했다. "뇌는 아이가 문제를 틀렸을 때 더 성장한다 (뇌 근육이 발달된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문제를 맞혔을 때 (뇌가 성장 안할 때) 칭찬하고 문제를 틀렸을 때 (뇌가 성장하려고 할 때) 혼낸다. 그러니까 중고등학교 때까지는 전세계적으로 높은 능력평가 시험점수를 받은 우리 아이들이 대학 가서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거다. 뇌성장을 중학교 (요즘은 초등학교 때) 멈추도록 교육을 시키고 있는 거다. 

(블로그 링크: The Learning Myth: Why I'll Never Tell My Son He's Smart)

2014. 2. 16.

[내일신문 칼럼] 실속과 성장사고방식(Growth Mindset)

미국 대학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3편) - 실속과 성장사고방식(Growth Mindset)

(지난주에 이어 계속)


7. 문제풀이 천재는 아무 쓸모가 없다. 


한국에서 명문대 입학에 실패하고 미국으로 유학 간 필자는 수강과목에서 수학 천재로 알려져 있었다. 공대학생이었던 필자는 미적분(calculus), 해석기하학(analytical geometry), 공업수학 (engineering math), 미분방정식(differential equation), 선형대수(linear algebra), 복소해석(complex analysis) 등 모든 수학 과목을 A를 받았다. A만 받은 것이 아니고 평균이 50점대 일 때 유일하게 보너스 점수까지 합쳐 110점을 받는 일이 허다했다. 하루는 수학과 교수가 사무실로 부르더니 앞으로 들을 수학과 커리큘럼을 짜주면서 자기가 지도교수가 되어주겠다는 거다. 대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그런데 대학교 4학년 때 수학 전공자들이 듣는 실해석 (real analysis) 수업을 들었을 때 충격을 받았다. 수업시간에 교수와 수학과 학생의 대화를 나는 전혀 알아듣지를 못했다. 분명 그들은 영어로 말하고 있었는데도. 2학년 때까지만 해도 수학 과목을 전부 A로 휩쓸어버릴 정도의 실력을 갖춘 필자가 바로 다음 단계 전공과목을 들었는데 단 한마디도 알아듣지를 못했다. 그래서 수강 2주차에 그 과목을 바로 드랍(drop)했다. 한국에서 고등학교 내내 수학정석과 해법수학으로 문제풀이의 귀신이 된 필자가 미국에서 대학교 4학년 때 받은 충격은 아직도 잊혀지가 않는다. 최근 OECD 국가의 청소년 학습성취도 조사에서 한국 학생들은 대체로 중3까지는 세계에서 탑이다. 하지만 그 이후, 그리고 대학에 가서는 경쟁력이 한없이 떨어진다는 결과를 본 적이 있다. 이 결과를 보니 필자의 “천재적인 수학문제 풀이 실력”이 생각났다.

OECD 국가 15세의 학습능력 평가결과

아직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한때 우리나라 토플 점수가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유학생들 토플 점수가 매우 좋았다. 그런데 막상 미국에 가면 영어 한마디 제대로 못한다. 전부 영어 실력은 없어도 답을 찍게 가르치는 족집게 학원 덕분이다. 토플은 사실 족집게가 어느 정도 가능하다. 그런데 SAT도 족집게가 가능할까? 물론 라이팅의 객관식 문제인 문법에서는 족집게가 가능하다. 문장을 해석할 줄 몰라도 (영어 실력이 모자라도) 답을 고를 수 있는 비법이 있다. 하지만 리딩은 절대로 족집게가 될 수가 없다.

많은 학원에 다니고 많은 기출문제를 풀어서 문제풀이 천재가 되어도 남는 것은 주위에 자랑할 수 있는 SAT 점수일 뿐이다. 정작 본게임인 미국 대학에 가서 고생하게 될 거면 그 자랑스러운 SAT 점수가 무슨 소용인가? 마치 필자가 대학교 4학년 때 한 수학 강의에서 깨진 것처럼 미국 대학을 목표로 하는 많은 한국 학생이 대학 들어가자마자 영어 독해와 작문에서 깨지고 있다. 콜롬비아 대학에서 2학년 때 GPA 2.8로 결국 휴학하고 귀국한 학생을 안다. 또 코넬 대학의 한 학생은 밤새워 공부해도 B밖에 안 나온다면서 대학생활이 너무 괴롭다고 하소연을 한다. 필자를 문제풀이 천재로 만들어낸 교육방식이 미국 대학을 준비하는 요즘 학생들에게도 적용되고 있다는 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문제 푸는 능력보다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을 키워야 하는데.


8. 실속을 챙기자.


필자의 학생 중 한 명은 다트머스(Dartmouth)와 콜게이트(Colgate)에 동시에 붙었다. 다트머스는 재정지원이 없었고 콜게이트는 연간 $50,000의 재정지원이 나왔다. 대학원이 없고 학부만 있는 명문 리버럴 아트 대학(Liberal Arts College)에 대해서 잘 모르셨던 학생 부모는 콜게이트를 나오면 누가 알아주느냐며 다트머스를 고집했다. 필자와 학생이 우겨서 콜게이트로 갔다. 콜게이트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그 학생은 하버드 대학원에 입학했다. 나중에 하버드에서 박사학위를 받으면 학부가 다트머스였는지 콜게이트였는지가 얼마나 중요할까? 

또 한 학생은 드림스쿨이었던 브라운(Brown)은 불합격되었지만 버클리(UC Berkeley)에 합격했다. 그런데 아이비리그가 안 되었다는 이유로 학생은 완전히 기가 죽었고 그 부모 역시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들고 다닐 지경이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완전히 초상집 분위기였다. 아이가 재수하게 된 것도 아니고, 명문대 UC Berkeley에 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반응을 보여야 하나? 게다가 학생이 공부하고 싶은 공학은 버클리가 더 우수한데도 단지 대학 간판이 남들이 선망하는 아이비가 아니라는 이유로? 드림스쿨이 안 된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런 식의 반응은 앞으로 더 큰 일을 해야 할 학생에게서 나와야 할 반응으로는 아주 부적절하다. 부모의 반응 또한 매우 바람직하지 못할뿐더러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 세계적인 공학프로그램을 갖춘 버클리에서 대학 생활을 우수한 성적으로 마친다면 이 학생은 성공한 케이스가 되는 거다. 그깟 학부 이름 브라운이 뭐라고.


9. 성장사고방식을(Growth Mindset) 갖자.


스탠퍼드 대학 심리학 교수 캐럴 드웩(*Carol Dweck)은 그의 저서 “마인드세트”(Mindset, 사고방식)에서 성공적인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성장사고방식(growth mindset)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성장사고방식은 어떤 어려움에 닥쳤거나 실패를 했을 경우, 그 경험을 토대로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이겠다는 도전적인 정신상태이며, 이것이 그 사람의 성공을 좌우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이 성장사고방식을 지닌 사람은 결과를 중요시하기보다 과정을 중요시한다고 한다. 그동안 많은 학생을 지도해본 결과 우리나라 학생에게 부족한 면이 바로 이 성장사고방식이다. 결과만 중시하는 우리 문화가 낳은 결과라고 본다. 실속을 차리기보다 이웃집 아이와 비교해서 더 높은 점수, 더 이름 있는 대학을 보내기에 바쁜 우리 부모의 잘못이며, 같은 학교, 같은 반, 같은 학원의 학생이 나의 경쟁자고 저 아이를 이겨야 내가 합격하게 되는 한국의 교육시스템이 낳은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문제풀이 천재가 되어 한 문제라도 더 맞혀야 하고, 공부의 과정보다는 결과인 점수가 나의 성공을 좌지우지하게 된다는 사고방식을 아직도 갖게 된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런 사고방식 때문에 우리의 아이들은 다른 나라의 아이들과 비교했을 때 중학교 이후 경쟁력이 떨어지게 되고, 고득점의 SAT와 화려한 과외활동 스펙을 가지고 입학한 수많은 학생이 아이비리그 및 미국의 명문대학에 가서 힘든 대학 생활을 하게 되는 거다.

미국 대학 준비는 마라톤이다. 지금 눈앞의 결과가 당장 어떤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꾸준한 실력의 향상만이 성공적인 미국 대학 입학이라는 결과를 가져오고, 또 입학 후에도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고등학교 3, 4년의 과정이 바로 이 밑거름을 다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자. 이 과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가려면 꼭 필요한 것이 어떤 비법강의를 제공하는 학원이나 강사도 아니고, 남들은 하기 어려운 어떤 특별활동도 아니고, 높은 시험점수도 아니다. 바로 학생의 정신상태, 즉 성장사고방식이다. 그러니 지금 어떤 것 하나가 마음에 안 든다거나, 준비가 안 되었다거나, 또 마음먹은 대로 안 된다고 낙담할 필요가 없다.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진인사대천명이라고 대학 원서를 제출하는 그 날까지 최선을 다하는 자만이 성공한다.

(*Carol Dweck 교수 소개: http://mindsetonline.com/abouttheauthor/index.html)

(내일신문 2/7/2014)

2014. 1. 25.

[내일신문 칼럼] 그릿(grit)과 SAT리딩

미국 대학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1편) - 그릿(grit)과 SAT 리딩

요즘 미국 교육계에서 그릿(grit)이란 단어가 화두다. 그릿이란 우리말로 집념, 투지 등을 나타내는 말로,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끈기 있게 노력할 수 있는 의지력을 말한다. 이 단어는 펜실베니아대학(UPenn)의 심리학 교수 덕워스(A. Duckworth)가 어떤 아이가 학업적으로 성공하는지, 또 사회적 성공을 이루는지 연구하여 밝혀낸 결과로 최근 큰 주목을 받고 있다. 20세기 초에 지적지능(IQ)이 나왔고, 90년대에 다니엘 골만에 의해 감성지능(EQ), 사회지능(SQ)이 등장했다. 또 도덕지능(MQ)도 있다. 하지만 덕워스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한 사람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결정적 요소는 IQ도, EQ도, SQ도 아닌 바로 이 ‘그릿’이라는 거다.



필자가 매해 학생과 부모를 상담할 때 강조하는 것이 바로 이 ‘그릿’이다. 성공적인 미국 대학 입학까지는 의지력의 싸움이다. 매해 이 점을 강조하지만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만 고개를 끄덕일 뿐, 결국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고자 하는 것이 한국 부모와 학생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예를 들어, 애가 역부족이니 돈으로 해결하자, 아니면 족집게 강사나 족보의 덕을 보자는 거다. SAT 단어 쉽게 외우기, 여름방학 동안 단어 3,000개 외우기, 여름방학 동안 SAT 점수 300점 올리기, 더 나아가서는 불법 유출문제를 통해서 고득점 받기 등 우리나라 부모와 학생은 이러한 “편법”에 대한 유혹을 늘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오로지 지름길을 통한 단기적 이익에만 관심이 있다. SAT 리딩은 우리나라 수능시험처럼 시험문제만 많이 풀어서 원하는 점수가 쉽게 나오는 게 아니다. 한여름에 리딩 100점 올리기가 (이게 가능하다는 광고를 봤다면 그건 그냥 광고로 생각해야 한다) 얼마나 어려운데. 현실은 전혀 안 그렇다. 리딩은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자. 무슨 족집게 단어리스트나 어떤 특효법이 있어 그것만 하면 점수가 오를 것으로 바라는 부모와 학생이 아직도 대다수이다. 이래서 우리나라 SAT 업계에서 세계적인 뉴스거리가 되는 사건들이 매해 터지는 거다.

그럼 이 ‘그릿’이 갖춰지지 않은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하나? 그릿을 키우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연세대 김주환 교수가 본인의 저서 ‘그릿’에 상세히 설명했다. 여기서는 이와 관련해서 필자가 그동안 많은 학생을 본 경험을 통해 SAT 리딩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범하는 흔한 오류에 대해 세 가지만 먼저 소개하겠다.

1. 육상 선수가 되려면 살부터 빼자 (좋은 운동화를 사줄 것이 아니라.)

단어가 턱없이 부족한데 기출문제 많이 푸는 아이, 일반 단어 실력도 부족한데 SAT 레벨 단어 리스트 공부하는 아이, 리딩이 500도 안 되는데 모의고사만 열심히 보는 아이, 이제 9학년인데 SAT 학원 바로 들어가는 아이, 도대체 이런 아이한테 왜 “비싼 운동화”를 신겨주는지 모르겠다. 돈과 시간 낭비다. 대부분 이런 아이의 경우에도 SAT 단어 리스트 몇천 개 외우는 것과 문제 푸는 요령, 그리고 풀어본 실전문제 개수에 공부의 중점을 둔다. 단어를 모르는 아이한테 아무리 문제 푸는 요령을 알려주고 실전문제를 많이 풀게 해도 점수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레벨에 맞는 단어를 먼저 공부해야 한다. 9학년이건 11학년이건 단어가 부족한 학생은 레벨에 맞는 단어부터 해야 한다. 100m를 20초에 뛰는 아이가 나이키 운동화 신으면 12초로 뛰나?

학원에 가면 많은 정보를 알려준다 - 시험에 대한 자세한 정보, 외워야 할 단어 리스트, 유형별 문제 분석, 시험 볼 때 적용할 각종 전략 등. 또 공부도 직접 시킨다 - 모의고사도 정기적으로 보고, 단어시험도 매일 본다. 그런데 이건 마치 뛸 줄도 모르는 아이한테, 출발 때 자세는 어때야 하고, 장거리에는 어떻게 페이스 조절하고, 코너를 돌 때는 몸을 몇 도로 기울여서 뛰고 등 목표를 이루는 데 필요한 세부전략과 기법을 알려주는 것과 같다. 정작 애는 살이 쪄서 몇 걸음만 뛰어도 숨을 헐떡인다. 아이가 이런데도 엄마는 최고의 육상프로그램에 넣고 싶어한다. 애가 불쌍하다. 학원 수업 무조건 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우리 아이의 몸 상태를 좀 보라는 얘기다. 건강진단을 먼저 하고 그에 맞게 몸(그릿)을 먼저 만들자. 이러지 않으면 애는 바로 지쳐 무너진다.

2. 어떤 종목을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문제가 아니고 체력이 문제다.
SAT 점수가 계속 안 나오는 아이는 영어를 못하거나 단어 실력이 부족한 게 문제가 아니고, 공부 습관 즉, 공부하는 방법이 잘못된 것이다. 이런 아이한테 그 동안 제시하는 여러 해결책 중 하나가 SAT 대신 ACT를 보라는 거다. ACT가 SAT보다는 쉬우니까. 그런데 이러면 문제가 해결될까? ACT 공부는 쉬운가? 나이키 신을 수준이 안되니까 리복을 신기면 해결되나? SAT를 하건 ACT를 하건 공부방법이 문제다. 10분도 집중을 못 하는 아이는 뭘 해도 똑같다. 자신의 체력상태에 맞는 공부방법을 찾아서 공부를 못하는 근본문제를 해결해야지 시험 종류만 바꾸면, 학원만 바꾸면, 기출문제만 풀면 문제가 해결되나? 각자 체력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먼저 진단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에 맞는 공부방법을 찾아야 한다.

3. 무엇이 중요한지 먼저 생각해보자.
학생과 부모 모두 점수에 민감하다 - 학원에 다니면서 매주 보는 모의고사 점수가 향상하는지 하락하는지. 필자의 학생 중에 리딩이 400대인 학생이 학원 수강한 지 3주가 넘었는데도 리딩 점수가 계속 똑같은 학생이 있었다. 엄마가 전화하여 학원을 바꾸겠다고 한다. 필자의 학생 중 또 한 명은 전해 여름에 타 학원에서 리딩이 400에서 시작하여 600까지 상승했다고 했다. 필자가 보기에 그 학생은 그만한 실력이 안 되는데 말이다. 예상대로 모의고사 내내 500을 넘지 못했다. 3주가 지나도 리딩 점수가 안 오르면 학원을 바꿀 생각을 하면서, 리딩점수가 400에서 600까지 꾸준히 상승하는 걸 보고는 그런 생각을 안 한다. 이토록 SAT리딩에 대해서 학생이나 부모가 몰라도 너무 모른다. 리딩이 400에서 시작하면 3주가 지나도 400대이어야 한다. 물리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다. 심지어 대부분의 아이는 한여름 내내 공부해도 400대다. 하지만, 그 여름 동안 얼마나 공부를 열심히 했느냐가 중요한 거다. 열심히 해도 점수는 당장 안 오를 수 있다. 그렇게 열심히 지속적으로 더 하면 나중에 오르기 시작한다. 400에서 600으로 한 여름 동안 향상된 모의고사 점수가 나오는 학원은 다음부터는 다니면 안 된다.

모의고사 점수보다, 내가 문제지를 봤을 때 문장이 처음에는 어려웠는데 공부를 하고 나서 얼마나 쉽게 읽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답 맞히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전에는 내가 10m만 뛰어도 숨이 찼는데 이제는 50m는 잘 뛸 수 있는지 평가해보자. 운동화는 신경 쓰지 말고.

(내일신문 01/17/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