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2. 28.

[내일신문 칼럼] 미국 대학 원서 심사 과정

이번 칼럼에서는 미국 대학들이 지원자의 입학 여부를 어떻게 결정하는지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대학마다 지원자 서류를 처리하는 방법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치게 된다.

제출된 서류(원서, 추천서, 성적표 등)는 보통 2명의 입학사정관(admissions officer)들이 읽는데 (또는 리더(reader)라고 함) 보통 짧게는 10에서 15분, 길게는 30분까지 걸린다. 그래서 입학사정관 한 명이 하루에 보통 20에서 30개의 지원자의 서류를 검토하게 되며 이 과정은 1월에서 3월 중순까지 진행된다. 이 두 명 중 한 명은 지원자에게 할당된 지역 담당자로 지원자와 비슷한 풀(pool)의 학생들의 서류들을 검토하며, 담당 지역의 학교와 학생들에 대한 정보가 제일 많은 사람일 확률이 높다. 학교에 따라서는 제3의 입학사정관이 추가로 서류를 읽을 수도 있고, 큰 학교는 학과 교수들이 부분적으로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포트폴리오나 논문을 검토하는 일 등).

이렇게 두세 명의 입학사정관/리더들이 처음 지원자의 서류들을 읽으면서 하는 일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첫 번째는 주요 정보들을 컴퓨터에 입력하거나 따로 파일에 기록하는데 여기에는 GPA, 등수, SAT 점수, 특별활동 분야 등의 객관적 자료가 기록이 된다. 두 번째는 지원자의 에세이와 추천서 등을 통해 그 지원자에 대한 인간적 평가를 서술식으로 기술한다. 세 번째는 지원자들의 학업과 인성 평가인데, 보통 1에서 5점 또는 1에서 9점 등 학교마다 정한 각 항목에 대한 점수를 매긴다. 학업 평가에는 우선 학업성취도, 지적능력도, 지적 호기심의 정도 등을 평가하는데 학업성취도는 보통 학교 성적이나 각종 시험성적 등으로 평가하며 지적능력도나 호기심 정도는 학생이 들었던 과목의 종류와 난이도, 또 그 외에 학업과 관련된 활동 등을 통해서 평가하게 된다. 인성 평가도 이와 비슷하게 이루어지는데 여기에는 리더쉽, 공동체 의식, 활동의 깊이 등을 평가하게 된다. 결국, 이 두 분야에 대한 총점을 기록하게 된다. 모든 지원자의 서류 검토가 끝나면, 입학 여부를 결정하는 위원회(admission committee)로 서류가 넘어간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로 위원회 평가로 들어가기도 전에 불합격 판정을 받거나, 너무나 뛰어난 지원자의 서류인 경우는 바로 위원장(Director of admissions)에게 보내져 합격 여부가 결정될 수도 있다.

위원회에서는 각 지원자에 대한 투표과정을 거쳐 합격(admit), 불합격(deny), 보류(defer) 등을 결정하거나 추가 검토 (further review)가 필요한 경우는 입학 여부를 바로 결정 안 할 수도 있다. 한가지 주목할 것은, 이 이전 단계까지는 지원자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유리한 위치까지 본인의 합격 가능성을 올릴 수가 있다. (예를 들어, 시험 점수를 향상했다거나, 에세이를 아주 잘 썼거나 좋은 추천서를 받았다거나 등.) 그러나 이제부터는 이런 객관적인 자료가 아닌 입학사정관들의 개인적인 해석이 작용해서 한 지원자의 운명을 결정하게 된다. 물론 한 학교의 학생 구성 선호도(운동선수가 더 필요하다거나, 아시아계 여학생 비율을 더 높이고 싶다거나, 새로 생긴 학과에 학생들이 필요하다거나 등)와 같은 추가적인 변수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가장 크게 작용하는 요소는 사정관의 주관적 평가이며, 바로 이 부분 때문에 미국 대학의 학생 선발 과정에서 예측할 수 없는 결과들이 나오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한 지원자를 담당했던 입학사정관이 학생에 대한 자료를 소개하며 이 지원자의 입학 여부에 대한 개인적 견해를 내리고, 이 견해에 대해서 위원회의 다른 사정관들이 동의하거나 반대하면서 서로의 의견을 토론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는 투표로 입학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렇듯 미국 대학의 학생 선발 과정은 누가 봐도 매우 주관적이다. SAT가 2300이 넘는지 안 넘는지, 과외 활동의 규모가 컸는지 작았는지, 국제대회에서 수상했는지 안 했는지 등의 객관적 평가 요소 일부가 입학 여부를 결정짓는 것이 절대 아니고, 이 모든 객관적인 자료가 통합된 지원자의 총체적 자질에 대한 입학사정관의 주관적 판단이 입학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입학사정관 마음이다.

현재 많은 지원자와 그 가족들은 약 한 달 내에 나올 결과들에 대해 노심초사하며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어차피 입학사정관의 주관적 판단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어떠한 영향을 끼칠 수가 없으므로 어떠한 낙관도 비관도 할 필요가 없고 다만 담담하게 결과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또한, 부정적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것에 매달리기보다는, 쉽지는 않겠지만, 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다른 학교의 결과를 기다리는 태도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그 결과는 주관적인 판단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내일신문 2/28/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