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5.

[내일신문 칼럼] 미국 대학도 “간판”을 따져야 할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최근 발표된 미국 대학 입학 결과에서 주훈이는 버클리 대학(UC Berkeley) 컴퓨터 공학과에 붙었지만, 브라운(Brown) 공대에서 떨어졌다고 상심해 있다. 소위 말하는 대학 랭킹으로 보면 버클리는 20위권 밖이다. 그러나 컴퓨터 공학이라면 버클리는 보통 스탠퍼드, MIT와 함께 늘 탑 3 대학으로 정평이 나있다. 하지만 주훈이나 주훈이 부모님은 아이비리그인 브라운에 합격 못 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영 마음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모양이다.

대부분 우리나라 학부모나 학생은 매년 발표되는 US 뉴스앤월드리포트 (US News & World Report)의 미국 대학 랭킹에서, 아이비리그라고 불리는 8개 학교를 포함하여 상위 15개 정도의 학교에 집착을 한다. 특히 공부 좀 한다는 학생의 학부모는 아이비리그나 US 뉴스 랭킹 15위 내의 학교에 입학을 못하면 그동안의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간 것처럼 여긴다. 몇 개의 기준을 가지고 대학을 1위부터 나열한 그 순위가 도대체 뭐길래? 게다가, 이 상위 15개 대학 내에서도, 유독 아이비리그에만 집착하는 학부모가 많다. 솔직히 US 뉴스 순위로만 따지면 브라운 대학은 워싱턴 대학 (Washington Univ.)이나 노스웨스턴 대학보다도 순위가 아래다. 그래도 만약 브라운에 떨어지고 노스웨스턴에 붙었다고 하면, 고등학교 4년 동안의 노력이 실패했다고까지 여기는 학부모가 있다. 주훈이는 요즘 학교에 가서 선생님이나 친구들 볼 면목이 없다고 하며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고 한다. 이게 말이 되나? 도대체 누가 주훈이 같이 다재다능하고 인격적으로도 훌륭한 학생의 자존심을 이렇게 꺾어 놓았는가? 버클리에 된 것으로는 성에 안 차는 미국 대학에 대한 한국 사회의 편견이 이 아이를 이렇게 만들어 놓은 거다? 대학 간판에 집착하는 우리의 왜곡된 집단적인 통념이 태평양 바다를 훌쩍 넘어선다. 참으로 안타깝다.

Allen Krueger
프린스턴대학 경제학교수
프린스턴 대학의 크루거(Krueger)* 교수에 의하면 (http://www.irs.princeton.edu/pubs/pdfs/563.pdf), 일류대학 간판과 사회에서의 성공 여부는 전혀 무관하다. 더 흥미로운 연구결과는, 아이비리그급 학교에 지원할 수 있을 정도의 ‘스펙’을 갖추는 것 자체가 사회적 성공과 연관이 있다는 거다. 예를 들어, 공부나 활동면에서 우수한 학생이 아이비리그인 펜실베니아 대학 (UPenn)에 합격했으나, 개인 사정상 (재정문제 등) 펜실베니아 주립대학 (Penn State)에 입학했을 경우, 이 학생이나 펜실베니아 대학에 입학 한 학생이나 훗날 사회에 진출했을 때의 소득은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거다. 다시 말해서, 아이비리그 학교 간판이 성공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비리그 학교에 지원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쌓기 위한 노력이 (아이비리그 학교의 합격 여부와는 무관하게) 한 학생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거다.

물론 이런 연구결과는 한국과 같은 상황에서 그 관련성이 조금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날로 다양화되고 글로벌화 되는 국제사회에서 아이비리그가 아니어도 그 수준급의 교육을 제공하는 수 많은 미국의 대학에서 공부할 기회를 쟁취한 한국 학생들은 모두 승리자다. 그들을 진정한 챔피언으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수록 우리 아이들의 장래는 그만큼 밝아진다.

참고)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물들과 그들이 다녔던 미국 학부

래리 페이지 (구글 공동 창업자) – 미시간 대학 (Univ. of Michigan)
세르게이 브륀 (구글 공동 창업자) – 매릴랜드 대학 (Univ. of Maryland)
스티브 잡스 (애플 공동창업자/CEO) – 리드 대학 중퇴 (Reed College)
폴 알렌 (마이크로 소프트 공동 창업자) – 워싱턴 주립대 중퇴 (Wash. State Univ.)
에반 윌리엄스 (트위터 공동창업자) - 네브라스카 대학 중퇴 (Univ. of Nebraska)
래리 엘리슨 (오라클 창업자) - 일리노이 대학 중퇴 (Univ. of Illinois - Urbana/Champaign)
오바마 대통령 - 옥시덴털 대학 (Occidental College)
콘달리사 라이스 (최초 흑인여성 전 국무장관) – 덴버 대학 (Univ. of Denver)
밀튼 프리드먼 (경제석학, 노벨상 수상자) – 럿거스 대학 (Rutgers Univ.)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 뉴욕 대학 (NYU)
워렌 버핏 (기업 투자가) - 유펜 중퇴, 네브라스카 대학 (U Penn, U of Nebraska - Lincoln)
샘 월튼 (미국 최대의 기업 월마트 창업자) – 미주리 대학 (Univ. of Missouri)
잭 웰치 (세계최고의 다국적 기업 GE의 전 회장) – 매새추세츠 대학, 앰허스트 (Univ. of Mass, Amherst)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 – 북부 미시건 대학 (Northern Michigan Univ.)
오프라 윈프리 (유명 TV 호스트/영화배우/사업가) – 테네시 주립 대학 (Tennessee State Univ.)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감독, 드림웍스 영화사 창업자) –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 롱비치 (Cal State Univ., Long Beach)
조지 루카스 (스타워즈 작가/영화감독/제작자) - 모데스토 쥬니어 컬리지 (Modesto Junior College)
로이 리첸스타인 (20세기 유명 팝아티스트) – 오하이오 주립대 (Ohio State Univ.)

* 앨런 크루거 교수의 연구 관련 뉴욕타임즈 기사 

(내일신문 4/5/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