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7. 9.

수영장과 바다 (영어리딩에 대해)

학생들에게 SAT나 GMAT의 리딩을 시켜보면, 영어를 잘하는 친구도 정말 글을 깊게 분석을 해본 경험이 없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래서 그런 학생에게 지문 한 개를 몇시간에 걸쳐서라도 깊게 분석하는 연습을 시킨다. 그렇게 하고 나면, 지문의 내용이 처음 문제 풀며 읽었을 때와는 전혀 새로운 내용으로 다가온다는 걸 학생은 느낀다. 그리고 문제를 풀면 왜 정답이 정답이고 오답이 오답인지 너무나 뚜렷하게 (아이큐가 정상이기만 하면 너무나 명확하게) 알게 된다. 그 전에는 이것도 정답같고 저것도 정답같이 느낀다. 왜냐하면, 출제자들이 깊게 분석 안 한 상태의 아이가 찍을만한 보기를 내기 때문에.

그래서 지문의 깊은 분석을 하는 것이 각종 영어시험의 리딩에서 성적을 올리는 최고의 방법이다. 그런데 이렇게 안 한다. 이건 이렇게 가르치지 않는 학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영어를 배우겠다는 학생도 문제다. 왜? "이렇게 해서 언제 그 많은 문제를 푸나요?" 그치, 문제만 많이 풀면 장땡이지. 애들이 (부모도, 우리나라 교육계도) 문제풀이로 길들여져 있다.

수영장에서만 수영한 아이랑, 바다에서 수영한 아이랑 수영실력이 어떨까? 우리나라 영어교육은 모두 수영장 교육이다. 잘 짜여진 프로그램에 단계별 체계적인 과정으로 각종 비법과 전략으로 가득찬. 아~무 생각없이 수영장에서 정한 커리큘럼대로 시키는 것만 하면 된다. 정말 아이는 생각이란 걸 안 해도 된다. 그런데, 미국 대학에서 하는 영어는 바다다. 파도만 치는 게 아니라 급류도 있고 상어도 있고 폭풍도 있는 바다다. 이 바다에서는 수영실력 뿐만 아니라, 아이가 독자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있어야 그때그때 문제를 헤쳐나갈 수가 있다. (미국 대학에서는 영어를 객관식으로 안 물어본다. 근데 왜 한국에서 영어를 객관식으로 배워서 미국을 가나?)

그래서 아이를 바다에 데리고 나가 바닷물에 집어넣는다. 그러면 학생도 그 엄마도 다 싫다고 한다. 맨날 바다에서 힘들게 허우적거리기만 하고 수영은 도대체 언제 배우냐고 (문제는 도대체 언제 푸냐고). 그리고는 시설 좋고, 멋진 강사샘있고, 샤워장 있고, 겨울엔 따듯하고 여름엔 시원한, 수영교본이 있고 수영문제 풀이를 할 수 있는 수영장으로 간다.

이러면 바다에 나갔을 때 익사하기 딱 좋다. 그래서 배에 물이 가득차서 구급차에 실려 다시 나한테 오는 애들이 있다. 살려달라고.

분명히 학생 어머님께 말씀드렸다. 이렇게 하면 애 죽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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